|
에라, 모르겠다. 취기가 오르니 실레이야기길 아무데고 눕고 싶다. 실레이야기길은 알싸하고 향긋한 김유정문학전집. 전집도 집은, 집이니 실레이야기길 어디에 누운들 어떠리. 아무데고 포근하다. 그래, 이 2010년대 만무방은 가을햇살을 이불삼아 잠 좀 푸욱, 푸욱, 쿨, 쿨 자고 싶구나.
잠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
나 이런 꿈을 꾼다. 실레이야기길 각 마당에서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고. 1930년대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신바람 나는 일이다. 김유정 작가의 고향 실레, 실레이야기길에서 그들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리라. 김유정문학촌에서는 실레이야기길을 16마당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필자는 실레이야기길 16마당에서 제외된 소설 [안해]와 소설 [금따는 콩밭] 그리고 ‘작가님의 생가’를 편입하여 19마당으로 구성해보았다. 실레를 무대로한 두 작품의 편입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해 없기를.
그리고 이런 제안을 한다.
<오늘은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 만나는 날>
[강원도 춘천의 작가 김유정 소설 등장인물이 되어 겨뤄보기 전국대회]
*심사위원 : 문학촌 관계자와 김유정문학 연구자의 점수.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의 호응도를 합해 시상 팀을 결정함.
*참가자격 : 전국 초, 중, 고, 대학, 일반 문학단체, 모임 등
*각 마당마다 예선을 통해 1팀씩 선정함.
오늘은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날이다.
각 마당마다 예선을 통과한 팀이 등장인물로 분장 다양한 모습과 언어로 여러분을 맞을 것이다. 그들이 먼저 여러분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또 먹을 것을 주기도 할 것이며 또한 여러분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칠 것이다. 물론 소설 내용으로 그러할 것이다.
오늘은 김유정 문학을 사랑하는 전국의 독자들이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신바람 나는 날이다. 참가자 모두 김유정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즐겁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출발은 행사장에서 모였다가 물음표길에서 출발하여 (가칭)제19마당인 김유정 생가길의 종착지인 생가마당에서 끝을 맺는다. (얼쑤, 마당잔치는 행사장에서.)
제1마당 : 들병이들이 넘어오던 눈웃음길 (가 대학팀)
(김유정 작가님과 그의 문학에 관련된 물음표가 그려진 옷을 입은 배우,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잘한 참가자들에게 선물도 주고, 함께 사진도 찍는다. 얼마를 가면 들병이로 분장한 배우. 막걸리가 든 들병을 들고 웃음과 술을 판다. 제1마당 표지판 근처에 마련한 임시 간이주막에서 놀다가라고 꼬드긴다. 그밖에도 재밌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질문]
*왜 금병산을 진병산이라 했지유?
*금병산은 춘천시내에서 보았을 때 무엇처럼 보이지유?
*신라고분군이 있다는데 정말 있어유?
*왜 이곳의 동명을 증리, 실레라 부르지유?
*김유정 소설은 몇 편이지유?
*김유정이 여자유, 남자유?
*금병의숙이 무엇을 한 곳이예유?
*금병의숙 터에 김유정 작가님이 심은 나무는 무슨 나무지유?
*김유정 소설의 등장인물 이름, 아는 대로 말해봐유?
*김유정 작가님이 언제 농촌계몽활동을 했지유?
*노란 동백꽃은 무얼 말하는 건가유?
*들병이에 대해 아세유?
*들병이가 등장하는 소설 세편을 이야기해봐유?
*김유정 소설에는 실제 지명이 그대로 쓰였는데, 아는대로 말해 보세유?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두 점순이의 나이를 합하면 몇 살이유?
*한국철도사상 사람이름이 역명이 된 곳은 어디지유?
*춘천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지유?
*김유정 작가님의 문단의 등단작품은 무엇이지유?
*만무방의 뜻을 아세유?
*혹 북한강의 색동강을 아세유?
*지금 물음표길을 걷는데, 물음표를 밟으면 어떤 소리가 날것이라고 생각해유?
*지금 참가자님의 마음을 꺼내어 툭 분질러 보면 무슨 냄새가 날까유?
*김유정 작가님을 왜 좋아해유?
*김유정 소설을 왜 좋아해유? 등.
#많은 참가자들. 원창고개를 향해 ‘물음표길’을 걷는데,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을 붙잡고 물음표들이 질문을 던진다.
“왜 금병산을 진병산이라고 그랬냐구유?”
“지금의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와 신동면 증리(실레마을) 경계에 있는 높이 652미터의 진병산은 마을 동쪽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비단 병풍처럼 둘러섰다고 해서 금병산이라고 하지요. 진병산이라 부른 까닭은 임진왜란 때와 을미의병, 정미의병 때 우리 군사들이 진을 쳤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답니다.”
“신라고분군이 있다는데 정말 있어유?”
“가보진 못했구요, 있다구 말만 들었어요.”
“김유정은 남자유? 여자유?”
“소설가 김유정이 여자야 남자야 하고 묻는 건 너무 우습습니다.”
“동명의 탤런트도 있고 정치인도 있으니까 그런 말이 있을 법 하지만 소설가 김유정은 남자지요. 1930년대 우리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구요.”
“김유정 작가님이 언제 고향에 내려와 농촌계몽활동을 했지유?”
“어릴 적 서울로 이사를 간 김유정이 청년이 되어 고향에 내려와 약 1년 7개월 정도 머물렀는데 그때 조카 김영수와 소작인의 아들 조명희군과 야학을 열며 농촌계몽운동을 벌였답니다. 그리고 금병의숙이란 야학당도 세웠구요. 그리고 그때 김유정이 직접 목격했거나 체험했거나 들었던 이야기들이 훗날 소설로 만들어졌지요.”
“노란 동백꽃에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는데 사실이유?”
“소설 [동백꽃]의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을 말하는 것이지요. 생강나무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아 보세요.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지요. 생강냄새 말입니다.”
“김유정 소설에는 실제의 지명들이 많이 나오지유?”
“백두고개, 거문관이 수아리골, 새고개 등 많이 나온답니다.”
“김유정 작가님의 생가 앞에서 첫 번째 마당까지가 물음표길이지요?”
“맞아요. 지금 실레이야기길의 첫 번째 마당인 ‘들병이들의 넘어오던 눈웃음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요.”
“들병이에 대해 아세유?”
#이때다. 가까이서 여인들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저마다 손에 들병을 들고 나타난다.
“우리가 알려드릴 테니 이 술 좀 사게유?” 한다.
아마도 홍천이나 인제에서 넘어 온 여인들이리라. 이곳 실레마을에서 얼마간 머물다가 떠날 것이다.
“자, 이 들병에 담은 술 맛! 최고니 한잔 사게유!”
열아홉 쯤 돼 보이는 들병이가 손을 끈다.
“자, 떡시루 마을을 앞에 두고 시루떡으로 안주 좀 하시구유!”
계숙이라는 들병이가 시루떡 조각을 입에 넣어주니 사르르 녹는다.
“왜 우리를 들병이라고 부르는지 이젠 아셨지유!” 하고는 들병을 흔들며 저희끼리 눈웃음을 친다.
“그런데 남편들은요?”
“왜 멱살이라도 잡힐까봐 겁나유! 걱정말아유! 밤새 노름을 했을 테니 주막에 자리라도 잡으면 그림자처럼 찾아 올거유!”
그러면서 어느 들병이는 병든 남편을 물레방앗간에 숨겨놓아야겠다고, 또 어느 들병이는 뭉태며, 덕만이며 사내들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신명난 눈웃음이다.
막걸리 몇 잔을 먹고 값을 계산하려고 하니 카드는 사절이란다.
“솥도 좋구, 맷돌도 좋구, 속곳도 좋구유!”
“콩이나 좁쌀도 좋아유!”
어느 들병이는 은비녀보다 사내의 솜바지가 더 좋단다.
“우리는 생계형작부지만 그래도 정은 두둑하지유!” 하면서
한마디씩 들병이의 철학을 이야기 하는데.
“애교를 판다는 것도 근자에 이르러는 완전히 노동화 되었지유!”
“노동하여 생활하는 여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구유!”
“조선의 집시지유!”
“우리두 성한 오장육부가 있고 낌끌한 희망으로 땅을 파던 농군이었지유!”
“농촌의 유일한 명절인 가을을 역경으로 보냈지유.”
“지주와 빗쟁이들에게 수확물을 주고는 다시 한겨울을 염려하기 위해 땀을 흘렸지유!”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거기서 분발한 것이 우리들 생활이지유!”
“아, 그렇군요!”
“뭇사람들이 구경거리라 할지 모르지만 분발하여 사는 게 중요하지유!”
(참가자들, 제1마당 표지판 근처에 마련한 임시 간이주막에서 왁자지껄 들병이들과 술을 마신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2마당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나 초등학교팀)
(칠태로 분장한 배우, 숲에 숨어 있다가 별안간 시퍼런 도끼를 들고 나타난다. 저만치 바위 사이에 용마를 탄 장수 두포. 번쩍번쩍 양 겨드랑에 달린 날개를 편다. 그밖에도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막걸리 몇 잔에 취한 것일까. 아니면 들병이들의 정에 취한 것일까. 비틀거리며 걷는데
“이놈 두포야! 내 도끼를 받아라!” 하면서
시퍼런 도끼를 들고 험상궂은 칠태가 나타난다.
“나, 두포아녀요!”
“아니긴! 두포를 좋아하는 독자니까, 두포나 마찬가지지!”
칠태가 내 머리를 치려고 도끼를 높이 쳐들었을 때,
“이 놈 칠태야! 왜 김유정 소설의 애독자님을 괴롭히느냐!” 하고 날개를 번쩍이자
겁에 질려 숲으로 달아나는 칠태.
바위 사이에 용마를 탄 장수 두포. 말에서 내려 갑옷을 벗고 나온다. 아니, 열다섯 소년이 아닌가.
“저 놈 칠태, 항상 조심해야지!”
“독자님, 걱정 마세요. 독자님들의 [두포전]에 대한 사랑이 있는 한 칠태놈이 도끼 같은 걸로 찍는다고 제 목숨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끼가 깨지지요.”
“무슨 뜻이지?”
“악은 선을 이길 수 없지요.”
“선이라!”
“오늘 여기에 오신 분들은 선하신 분들이니 이 두포가 용마를 타고 늘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실레이야기길도 잘 지켜주게!”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3마당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다 대학 ㅊ동아리팀)
(전상국 장편소설 [유정의 사랑] 여주인공인 들판의 딸 하리로 분장한 배우. 복사꽃밭을 함께 걸어보자고 손을 잡아끈다. 그러나 이곳은 사유지라 마음만 하리를 따라간다. 미리 나타난, 가무잡잡한 얼굴의 [동백꽃] 점순이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시비를 건다. 그밖에도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금병산 기슭의 산국농장 주인은 김희목 시인이다. 이곳이 김유정 작가의 소설 [동백꽃]과 김유정문학촌촌장님의 장편소설 [유정의 사랑] 배경지다.
김유정 작가님의 생가에서 원창고개로 가지 않고 곧장 농장을 통해 제3마당으로 올 수 있지만 그래도 제1마당에서 들병이들이 주는 막걸리를 몇 잔 마셔야 흥이 나지 않겠는가.
#“흥, 무슨 놈의 흥!”
[동백꽃] 점순이가 요렇게 쏘아본다.
“아니 다음 마당에서 만날 텐데 왜 그래요!”
“원래 이곳이 저의 마당였잖아유.”
“사유자라 그런 걸 어떡합니까.”
“그래두 그이와 알싸한 추억이 있던 자린대유!” 하며
점순이가 또 요렇게 쏘아본다.
“참, 그이와 잘 지냅니까?”
“내 얼굴이 그이와 잘 지내는 얼굴처럼 보여유!”
“가무잡잡한 점순씨의 얼굴이 또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걸 보니, 혹시 그이가 [산골]의 이쁜이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몰라유!”
“그럼, 점순씨도 [산골]의 석숭이를 좋아하면 되잖아유!”
“몰라유! 몰라!”
점순이가 바구니를 집어 들고는 힝하게 가버린다.
“그이의 닭장으로 가진 말아요!”
그런데 점순이 뒷모양을 보니 아무래도 그이의 집으로 가는 것 같다.
#누구나 실레이야기길은 걷을 때, 각 마당마다 시간도 계절도 다르고, 그 길이 단순한 길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맞습니다!”
“아니, [유정의 사랑]의 ‘들판의 딸 하리씨’ 아닙니까?”
“실레이야기길엔 각 마당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을 뿐이지만, 김유정을 사랑하고 그의 작품을 애독한 사람들은, 오늘처럼 등장인물들을 만나 즐거울 것입니다.”
“누구보다 유정을 사랑하는 하리씨 아닙니까?”
“전상국 촌장님께서 김유정 작가의 짧고 어두웠던 삶을 관통한 병적 열정의, 그 섬광 같은 예술혼을 소설적으로 진단하는데, 제가 나서서 누구보다도 그런 유정을 사랑했지요!”
“그런 유정을 좋아한 백선생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한 거 아닌 가요?”
“자기 구제의 길을 찾아 나선 오늘의 젊은 우리들이 방황과 자연 친화적인 사랑의 열정을 태울 수 있었던 것도 다 김유정의 삶과 작품을 통한 병적 열정 같은 그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하리씨, 다시 보고 싶습니다!”
“무얼요?”
“서른한 해를 살면서 철저하게 죽였던 하리씨의 그 감성들이 오늘 저 도원의 복사꽃으로 터져 오르는 것 말입니다!”
“그럼 함께 저 복사꽃밭을 걸어 보시지요!”
둥 둥 둥, 지잉 지잉 지잉.
복사꽃은 제풀에 나부끼며 떨어지고 들병이네, 아끼꼬, 유정, 봉자, 이쁜이, 점순이, 춘호 처 난장판으로 돌고 돈다. 금병도원이 돌고 돈다.
들판의 딸, 하리의 얼이 춤사위를 타고 금병도원 위로 너울너울 난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4마당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라 중학교 ㅁ동아리팀)
(노란 동백꽃 밑 점순이로 분장한 배우. 한쪽에 큰 수탉을 그 옆에 소작인 아들네 작은 수탉과 씨암탉을 나무에 매어 놓았다. 그리고 바구니를 들고 지나가는 참가자들이 소작인 아들인양 이것저것 묻고 약을 올린다. 소작인 아들로 분장한 배우 저만치 나무지게를 받쳐놓고 지게막대기를 들고 서 있다. 그밖에도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느집엔 이거 없지!” 하고, 군 봄감자를 손에 쥐고는 생색 있는 소리를 하는 점순이.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필자가 고개를 흔들며 싫다고 하니,
“이 바보녀석아!”
“애! 너 배냇병신이지?”
“애!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하며 약을 올린다.
#어느 참가자가 손을 내밀자, 그 참가자는 안아주고 굵은 군 봄감자를 준다.
#점순이가 소작인 아들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씨암탉을 꼭 붙들고는,
“이 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암팡스리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아박는다. 그러자 소작인 아들,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지게막대기를 들어 울타리를 후려치는 시늉을 한다.
어느 참가자는 점순이 대신 씨암탉을 콕콕 쥐어박고, 소작인 아들 손에서 지게막대기를 건네받아 울타리를 치는 시늉을 한다.
#소작인 아들, 점순이 곁으로와 자기의 수탉에게 고추장 먹이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가 참가자에게 고추장을 먹으라고 들이민다.
한 참가자가.
“그 고추장 점순이 먹이세요!” 하고 소리치자, 소작인 아들이 점순이에게 달겨들어 고추장을 먹이려고 몸싸움을 한다.
참가자들. “점순이, 먹어라, 먹어라!” 하며 응원을 한다.
#점순이가 한 참가자에게 묻는다.
“왜 내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지유?”
참가자가, “점순씨 그 마음 잘 알지요. 그러나 마름의 딸인 점순씨를 좋아했다간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는 걸요.” 하자, “바보!” 하며 훌쩍 돌아선다.
그리고 다시 여러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닭싸움을 시켜놓고, 점순이가 호드기를 분다. 소작인 아들, 저만치서 싱둥겅둥 나무를 짊어지고 내려온다. 그러다가 대뜸 달겨들어 점순네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는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 죽이니?”
“그럼 어때?”
“뭐 이 자식아! 누집 닭인데?”
점순이가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벌렁 자빠지는 소작인 아들.
참가자들 점순이처럼 호드기를 불어보고, 소작인 아들처럼 나무지게를 지고 싱둥겅둥 걸어본다. 그리고 단매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 엎는 시늉을 한다.
#한 참가자에게 다가간 소작인 아들, 얼김에 엉, 울음을 놓는다.
그러자 한 여성참가자,
“그럼, 너 이담부터 안 그럴테냐?” 한다.
“그래!”
“요담부터 또 그래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테니.”
“그래, 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소작인 아들의 어깨를 짚은 채 동백꽃 속으로 퍽 쓰러진다.
#소작인 아들, 갑자기 어느 참가자를 안고 쓰러지는 시늉을 한 후 묻는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동백꽃 냄새에 땅이 꺼지는 듯 아찔했어유?”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즐겁다.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분장한 배우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동백꽃이 안 피었으면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겠고,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
제5마당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ㅌㅎ문학회팀)
(산골 나그네와 거지 남편으로 분장한 배우, 덕돌이와 그의 어머니로 분장한 배우,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 참가자들에게 질문도 하고 답도 하며 사진도 찍는다. 그밖에도 재밌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쪽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았던 덕돌이 어머니가 필자에게 묻는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유?”
“술꾼이 없기 때문입니다.”
덕돌 어머니,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한다.
#덕돌이. 여러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골을 휘돌아 흘러내리는 샘의 야릇한 음률을 한번 읊어보세유?”
“퐁! 퐁! 퐁! 쪼록 퐁!”
참가자들의 여러 답이 즐겁다.
#들병이인 산골 나그네도 독자들에게 질문을 한다.
“산골의 가을밤, 내 신발소리를 한번 흉내 내보세유?”
“자작자작!”
한 참가자가 산골 나그네에게 묻는다.
“왜 덕돌이와 위장결혼 했지요?”
그러자 옆에 있던 병든 거지남편이 으! 으! 으흥! 거푸진 신음을 하며 답한다.
“쿨룩, 쿨룩, 옷과 밥을 얻으려고 그랬지유!”
#덕돌이 어머니가 한 참가자가 묻는다.
“내가 며느리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뭔줄 아세유?”
한 참가자가 답한다.
“어머님! 진지 잡수세유.” 라고.
#덕돌이, 여러 여성참가자들의 손을 잡으며 묻는다.
“사내가 죽었으니 아무튼 얻을 게지유?”
손을 뿌리치는 참가자도 있고, 순순히 답하는 참가자도 있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즐겁다.
#한 참가자가 덕돌이에게 묻는다.
“산골 나그네를 안해로 얻고 29년 만에 누런 이쪼각에다 소금을 발랐다면서요?”
“그래유, 안해가 너무 좋아서유. 그 안해의 맘에 들려구 그랬지유!”
“도망친 안해가 밉지 않으세요?”
“밉지만 어떡해유. 올거여유. 기다려야지유!”
#덕돌이 어머니, 여성참가자들에게 은비녀를 내밀며,
“이게 줄 테니 내 며느리 되어 줄테유?”
그러자 한 참가자가 그 은비녀를 받고 덕돌이의 손을 잡는다.
“하하하, 그거 짝퉁이지만 가지시유!”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6마당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마 고등학교팀)
(조복만과 그의 안해로 분장한 배우, 재봉이와 소 장수 황거풍으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질문도 하고 답도 한다. 그밖에도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을 만든다.)
가파른 비탈길이다, 오른쪽은 확 트여 신바람으로 달려온 경춘선 전동차며, 실레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갯길을 다 올랐는데, 소설 [가을]의 복만이가 나를 붙잡고 인찰지 한 장을 내밀며 계약서를 써 달란다.
“여보게 자네 기약서 쓸 줄 아나!”
“무슨 계약서요?”
“안해 좀 팔려구?”
“난, 못 써요, 못 써! 몹쓸 사람이네요!”
조복만,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계약서를 써달라고 조른다.
#복만이 안해에게 한 참가자가 묻는다.
“애꾸눈 황거풍에게 일금 오십원에 팔려 갈 때, 재봉씨가 오리 밖 공동묘지까지 전송을 나갔지요? 그런데 왜, 섭섭한 빛도 없이 사탯길을 살랑살랑 달아났지요?”
“몰라서 물어유? 목숨부지 할려구 영득 아버지와 짜고 일을 만들었으니까 그랬지유!””
#한 참가자가 재봉이에게 따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내다 팔 안해도 없고, 집안엔 여편네라곤 병든 어머니밖에 없으나 나이도 늙었지만 아버지가 있으니까 내 맘대로 못하는 게 부끄럽다구요?”
“기껏 한해동안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털어서 쪼기고 보니까 나의 몫으로 겨우 벼 두말가웃이 남았는데, 이걸로 우리 식구가 한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서 그랬지유!”
#재봉이가 한 참가자에게 묻는다.
“내가 왜 계약서를 써 주었는지 아세유?”
“한해동안 농시지어 빚도 못 가린 복만이가 안해와 맞붙잡고 굶느니 안해는 다른데 가서 잘 먹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그 돈으로 잘 먹고 이렇게 일이 필 수도 있지 않느냐 싶어서 그랬겠지요.”
재봉,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묻는다.
#소장수 애꾸눈 황거풍,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내 안해를 보았나유?”
“혹시, 덕냉이서 오지 않았어유?”
#소장수 애꾸눈 황거풍에게 한 참가자가 묻는다.
“왜 도망친 안해를 찾아요?”
“착착 부닐히고 정이 붙는 계집이라서 그래유.”
“거짓말 마세요!”
“실은 얼굴 똑똑한 안해와 술장사를 계속하려구유.”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7마당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길 (라 대학교팀)
(맨발로 더덕 캐던 춘호 안해로 분장한 배우. 얼레빗과 짚신을 든 춘호로 분장한 배우. 지우산을 든 이주사로 분장한 배우). 쇠돌엄마와 아버지로 분장한 배우. 그밖에도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 만들기.)
#춘호의 안해에게 물었다.
“조그만 종댕이를 허리에 달고 드문드문 박혀있는 도라지와 더덕을 캐느라 산비탈서 고생이 많습니다!” 하고 물어도 [소낙비]의 춘호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잔약한 몸을 놀릴 뿐이다.
“낡은 치맛자락이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기어 걸음을 방해하고, 종아리는 숲에 긁혀 쓰리겠습니다?” 하고 다시 묻자,
“그냥 가시유. 무거운 흙내에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르니!” 하고 답한다.
#한 참가자가 도라지와 더덕을 캔 바구니를 안고 있는 춘호의 안해에게 천원을 내민다.
“노름밑천 이원을 만들어 내라고 춘호씨가 성화니 이 돈 가져다주세요.”
“싫어유!”
“그럼 이주사를 쇠돌네집에서 만나겠다는 말입니까?”
“내 맘이지유, 뭐!”
그러자 옆에 있던 춘호와 쇠돌엄마는 화난 몸짓, 이주사는 반기는 몸짓.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이 웃는다.
#춘호, 얼레빗을 쑥 뽑아들고는 여성 참가자에게 다가가 쭉쭉 내려 빗기려한다. 그런 시늉을 한 후 그 참가자에게 “인제 가봐! 하다가 ”바루 곧 와, 응?”한다.
춘호의 이런 행동에 많은 참가자들이 즐거워한다. 어떤 참가자는 100원짜리 동전을 주고, 어떤 참가자는 일원짜리 두 개를 준다.
#한 참가자, 춘호가 공들여 삼은 짚신을 신고 골을 내달라고 조른다. 그러자 춘호, 두 주먹으로 자근자근 골을 내준다. 그러자 참가자가 천원을 준다. 너무 좋아하는 춘호, 주머니에서 화투를 꺼냈다 도로 넣는다.
“또 다른 참가자, 춘호에게서 얼레빗을 빼앗아 춘호의 머리를 빡빡 빗긴다. 그러자 아프다고 소리치며 안해 뒤로 숨는다.
#이주사, 지우산을 받쳐쓰고 응뎅이를 껍쭉거리며 참가자들에게 접근한다.
“돈 필요하신가?”
그러자 어느 참가자, 이주사의 응뎅이를 걷어찬다. 이주사가 쓰러지는 시늉을 하자,
깜짝 놀란 쇠돌엄마, 쇠돌아버지를 슬쩍 쳐다보고는 이주사의 응뎅이를 찬 참가자에게 달려가 “왜 남의 돈줄을 끊으려는 거지유!” 한다.
참가자들의 웃음이 쏟아진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독자)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8마당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ㅂㅈ향우회팀)
(이쁜이, 도련님, 석숭이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답과 행동.)
#도련님의 소식을 기다리는 16세, [산골]의 이쁜이! 빨간 우체통 옆에 서있다.
나를 보더니 달려와서,
“체부님, 우리 도련님 편지 가지고 왔지유!” 하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기다림에 지쳐선지 내가 우체부로 보이나보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실레이야기길을 걷는 모든 이가 우체부로 보일 것이다.
#한 참가자가 이쁜이에게 다가가,
“도련님과 그랬대지?” 하자, 석숭이가 이쁜이에게 맞아죽지 않고 단단히 아플만한 모리동멩이 하나를 건네며 그때 수수밭에서 자기가 맞은 것처럼 때리란다.
그러자 참가자 얼른 도망친다.
#도련님, 물푸래나무로 만든 지팽이를 짚고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난 지팽이 꺽으러 왔다.”며 싱글거린다.
그리고 또, “너 나하고 멀리 도망가지 않으려!” 하고 속삭인다.
#이쁜이, 참가자들이 다 도련님으로 보이는지, 도련님이 떼어 주고 간 저고리 고름 한 짝을 내밀며, “혹시 이와 똑같은 저고리 고름 한 짝 없어유?” 하고 애원을 한다.
#석숭이, 아무쪼록 이쁜이에게 잘 보이려고 도련님께 쓴 편지를 참가자들에게 자랑하며,
“나, 편지 잘 써유. 편지 하나 써 줄까유?” 한다.
#이쁜이, 참가자들에게 [산골]에 나오는 꾀꼬리 소리를 주문한다.
한 참가자가 꾀꼬리 소리를 낸다.
“고오이! 고이고오이!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9마당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바 중학교팀)
(임진왜란 당시 강원도 조방장 원호의 군사로 분장한 배우들.)
울고 있는 이쁜이를 두고 다리를 건넜다. 오른쪽 큰 길로 내려가면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인 제10마당이고, 이정표(실레이야기길)대로 작은 길을 오르면 제9마당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이다. (제10마당을 만나려면 : 제9마당을 내려오면 수아리골의 방죽 입구(이 곳은 제11마당)이며 제10마당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그러므로 조금 올라가면 응칠이를 만날 수 있다.)
#금병산 산신을 모신 전각으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그런데 다래넝쿨 아래에 웬 군사가 앉아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다가가 물으니,
“임진왜란 때 강원도 조방장 원호의 군사지유!”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왜 금병산을 진병산이라고 그랬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시원스럽게 이렇게 답한다.
“아마도 우리 군사가 진을 쳤다하여 그리 된 것 같아유! 훗날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 될 때 항일의병들이 이 일대에서 진을 쳤을 테니 진병산이란 이름이 더 높아졌을 것이구유!”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런데 왜 하늘에 올라 편히 쉬지 못하시고 이렇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함께 걷던 군사가 호탕하게 웃더니만,
“경춘 전동차도 화살처럼 오가고 나라도 잘사는데 내가 무슨 걱정이 있어 진병산을 맴돌겠어유. 나는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그런 사람일뿐 걱정근심 하나 없지유! 그리고 후손들이 이렇게 산신각을 지어 산신께 마을의 안녕을 빌고, 조상들의 구국정신을 기리고 있는데 말이유!”
“그래서 실레이야기길이 더 아름다운 것 같은대요!”
“그래유, 김유정 작가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그때의 우리 군사들의 나라사랑을 마음 깊이 되새겨 주니 참 기쁘지유!”
“되새긴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다 아름다운 것 같아요!”
“실레이야기길은 바루 그런 길이지유!”
#한 참가자가 군사에게 물었다.
“참, 이곳 산신제때 술 대신에 왜 감주를 쓰는지 아세요?”
“금병산은 女山이라 여기기 때문일 거예유! 서남쪽으로 가면 신라 때의 고분군도 만날 수 있구유!”
산신각 앞에서 한참이나 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
“이렇게 만나서 반갑고 고맙고 기뻤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인사를 하고,
손 모아 간절히 빈다.
김유정 문학의 든든한 배경지인 금병산과 떡시루마을인 실레마을을 잘 살펴주소서!
알싸하고 향긋한 김유정 문학과 작가의 고향인 실레마을사람들 잘 보살펴 주소서!
제10마당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ㅌ고등학교팀)
(만무방 응칠이로 분장한 배우, 소설 [만무방]의 시작부분을 참가자들과 번갈아 읊으며 송이를 딴다. )
#[만무방]의 응칠이가 뒷짐을 딱 지고 어정어정 노닌다. 그런 응칠이 들으라고, 한 참가자.
“산골의 가을은 무르녹았다. 아람드리 노송이 삑삑히 늘어박히고 새새이 끼인 도토리, 벚, 돌배, 갈잎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은 쫄쫄거리는구나!” 하니,
만무방 응칠이,
“저기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네!” 하여, 한 참가자.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하고 떨리네!” 하였더니! 응칠이가 볼기짝게를 두드리며,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한다. 다시, 한 참가자.
“흙내와 함께 향깃한 땅김이 코를 찌르네!” 했더니, 매팔자 응칠이.
“아니, 아니, 가시넝쿨속에 숨은 박하풀 냄새로다!” 한다.
한 참가자도 볼기짝게를 두드리며,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로 호아드는 게 꼭 신선 같군요!” 하였더니, 전과 사범 응칠이.
“이렇게 코를 공중에 벌렸다 오무렸다 하여 그걸 찾아 한 입 베어 물어야 신선이지!” 한다.
한 참가자, “그것이라니요?” 하니, 따라지 응칠이.
“이렇게 구붓한 송목밑에서 코를 지면에 얕이 갖다대이고 한바퀴 비잉, 끼고 돌다가 아하, 요놈이로군! 하고 찾아내야지!” 한다.
한 참가자,
“그 썩은 솔잎에 덮이어 흙이 봉곳이 돋아 올랐는데 그게 그것이요?” 하니, 만무방 응칠이.
“이렇게 손가락을 꾸짖으며 정성스레 살살! 과연 귀여운 송이로다! 그런데 망할녀석, 조금만 더 나오지!” 한다.
한 참가자,
“그걸 뚝, 따들곤 뒷짐을 지고 어실렁 어실렁 하니 선하품만 터지는군요!” 하니, 응칠이.
“이렇게 두 팔을 벌려 먼 하늘을 바라보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 그리고 이 송이를 한입 베어 물면 신선이지!” 한다.
참가자들도 만무방인 응칠이를 따라 어실렁 어실렁 송목 사이를 호아드니, 곧 신선이라도 된 것 같다. 참가자들,
“만무방님, 나도 한입 주세요!” 하니,
“에라, 이거나 들게!” 하며 딴 송이를 건네준다.
#한 참가자, “이제 여기 앉아서 그만 이야기 좀 하십시다!” 하니,
응칠이가 다가와 작은 바위에 걸터앉는다.
“지금은 바쁜 농사철인데 혼자만 한가하군요?” 하고 물으니,
“매인 게 없는 몸 아니유. 오라는 데는 없으나 갈 곳은 많은 몸이유!” 하더니 휴! 한숨을 쉬고는,
“나도 그땐, 안해와 마주 앉으면 살림 좀 늘여볼까 궁리도 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빚 오십사원 갚을 길이 없어 벽에 성명서를 써 붙이고 야반도주 했지유!” 한다.
“이 땅의 모든 만무방들의 아픔이 담긴 그 유명한 성명서 말이군요?” 하니
“유명하긴유. 할 수 없어 유랑을 떠나야만 하는 이 땅의 농군들 마음이 녹아 있을 뿐이지유!” 한다. 그리고는,
“한 세 번이나 걸려서 구메밥으로 사관을 튼 이 만무방 응칠이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언어로 즉 만무방들의 열린 언어로 작품을 빚은 김유정 작가님 때문에 이렇게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으니 지금은 행복해유!” 한다.
“한학을 공부했으면서도 한자를 전혀 쓰지 않고 작품을 썼으니 만무방들이 들어도 참 재밌을 겁니다!” 하니,
“그럼유. 그리고 현대를 사는 독자들이 읽어도 현대의 작품이라 생각할 만큼 생동감이 있고 재미도 클 거라고 생각해유!” 하더니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배고프지유?” 한다.
참가자들, “조금요!”
“우리 조 아래 무덤으로 가서 알자리를 보는 암탉이나 잡아먹읍시다!” 하며, 만무방 응칠이.
다시 뒷짐을 지고 아장아장 걷는다.
참가자들,
응칠이를 따라 뒷짐을 지고 아장아장 송림길을 걷는다.
제11마당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아리길 (ㅅㄱ농민회팀)
[응오로 분장한 배우]
#응오가 손에 들었던 봇짐을 내버린 채, 울음이 복받치는지 데퉁스러이 이렇게 내받고는 비틀거린다.
“내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한 참가자가 응오에게 묻는다.
“아니 응오씨 아니요?”
“몰라유!”
“아니, 내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뭐라고들 하나까 그러지유!”
“누가요?”
“응칠이 성님도 그러고 모두 다 그러지유, 뭐!“
“그러니까 얼른 논의 벼를 베면 되잖아유? 왜 힘들게 농사를 짓고 벼를 베지 않아요?”
“누군 가을할 줄 몰라서 그러는 거유!”
“그럼, 가을하면 되지, 왜 자기 벼를 훔치는 거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유?”
“맘 아프겠지만, 이유나 들어 봅시다!”
“안해는 뇌점에 걸려 아프지, 또 벼를 베면 뭐해유!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남은 것은 작년 가을처럼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일텐데유! 그걸 베어 가을하면 뭣하냐구유?”
“그래두 가을은 해야지요! 이렇게 자기 벼를 훔쳐 먹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잖아요?”
“몰라유! 나두 몰라유!”
“알아요! 응오씨가 누구보다 성실한 농군이라는 것을요. 남의 일이라구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두 벼를 베세요.“
“몰라유! 몰라!”
#한 참가자가 가쁜하니 끽 말가웃이나 될는지 그 봇짐을 논에다 터는 시늉을 하자, 응오가 달겨들어 빼앗는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12마당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 (ㄱㅍ주방기구회사팀)
(근식이, 근식이 안해, 들병이 계숙이, 뭉태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여러 질문도 하고 답도 한다.)
#수아리골 막바지 한숨길을 걷는데, 솥을 놓고 옥신각신한다.
근식이 안해, 발악을 친다.
“왜 남의 솥을 빼가는 거야, 이 도둑년아!”
그러자 들병이 계숙이도 독살이 올라 소리를 지른다.
“갔다주니까 가져가지!”
근식이, 안해를 달랜다.
“아니야 글쎄, 우리 것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근식이 안해, 참가자들에게 함지박을 내밀며,
“이 함지박은 술 사먹으라는 거지유?” 따지듯 묻는다.
#한 참가자, 맷돌을 들고 근식이에게 가더니,
“이 맷돌은 술 사먹으라는 거지유?” 하고 따진다.
그러자 옆에 있던 뭉태,
“그러니까 안해까지 동리로 돌아다니며 미화라고 숭을 보지!”
“뭐야, 이 새끼야! 내가 미화라구!”
뭉태와 근식이가 서로의 멱살을 잡는다.
#들병이 계숙이,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솥 안에 있는 희한한 물건이 무엇인 줄 아세유?”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나온다.
어느 참가자는, “밥이지요!” 하고,
어느 참가자는 “사랑이지요.” 한다.
그러자 근식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참가자들에게,
“정분이지유!” 한다.
그러자 근식이 안해가 솥뚜껑을 열어 보더니,
“정분 좋아하네유. 지지리 못난 가난 뿐이구먼유!” 하며 주걱으로 근식이의 뺨을 친다.
참가자들, 더 치라며 근식이 안해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 참가자가 근식이에게,
“들병이란 무엇이라고 소설 속에서 말했잖아요?” 하고 묻자 근식이,
“들병이란 더러운 물건이다. 남의 살림을 망쳐놓고 게다 가난한 농군들의 피를 빨아먹는 여우다. 그랬지유.”
근식이가 이렇게 답하자, 들병이 계숙이가 달겨들어 근식이를 꼬집는다.
근식이 안해와 뭉태, 참가자들 고소하다고 박수를 친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13마당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ㅎㅎ출판사팀)
(‘금병의숙’과 ‘느티나무’라 쓰인 옷을 입은 배우, 참가자들에게 질문도 하고 질문도 받는다.)
#한 참가자가 묻는다. “금병의숙은 어떤 곳인가요?”
‘금병의숙’ 옷을 입은 배우가 답한다.
“김유정 작가가 고향에 내려와 조카 김영수와 협조자인 조명희와 농촌계몽운동을 할 때 마을사람들과 함께 지은 공회당이지요. 강원도로부터 ‘금병의숙’이란 간이학교 인가를 받아 간판까지 내걸었으나 오래 운영되지는 못했지유. 김유정 작가님이 가세가 기운 형으로부터 얼마간의 재산을 몫으로 받아 다시 서울로 떠났기 때문이지유. 그의 조카 김영수도 서울로 가고 혼자 남은 조명희의 힘으로 끌고 가기엔 무력했지유.”
“야학운동의 시작은 조카 김영수가 했다면서요?”
“조카 김영수가 마을의 사랑방을 얻어 동아일보사의 ‘브나로드’ 팜플렛을 교재로 농군들의 아동들을 모아 놓고 야학을 시작했지유. 그런데 며칠 안 되어 집 주인이 사랑방을 쓴다고 하여 움을 파고 그곳에서 삼촌과 조명희와 함께 야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유.”
“마을 청년들을 모아 농우회도 만들고 노래도 만들었다면서요?”
“농우회가는 ‘러브 인 아이들레스’의 후장의 한 구절을 적용한 것으로 김유정 작가님이 작사했지유.”
“그 밖에도 노인회와 부인회도 조직했다면서요?”
“노인회와 부인회의 회합을 통해 마을사람들의 민주사상계몽에 전력을 경주했지유.”
#한 참가자가 ‘느티나무’라 쓰인 옷을 입은 배우에게 묻는다.
“공회당을 지을 때 심었으니 80여년이 되었군요?”
“만무방들과 기쁨도 슬픔도 눈물도 함께 했지유.”
“그럼, 김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다 읽어 보셨나요?”
“느티나무가 어떻게 소설을 읽어유. 여러분들을 보면서 좋은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지유.”
“느티나무님도 소설을 쓰잖아요?”
“내가유?”
“겨울, 봄, 여름내. 그래서 가을이면 곱게 물들여서 주잖아요.”
“하긴 겨우내 생각하고 봄부터 그 생각을 피우고 폭우와 비바람으로 그 생각을 다듬고 가을이면 곱게 물들여 흙으로 돌려 보내지유. 그게 내 이야기고 삶이지만, 그게 소설일 수 있을까유?”
“그럼요. 김유정 작가님이 심은 느티나무님도 소설가지요. 하하하! 참, 우리들에게 바라는 건 없나요?”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금병의숙 터’에서 글을 가르치던 김유정 작가님과 글을 배우던 아동들의 목소리를 듣고 갔으면 좋겠어유. 마음을 열면 들을 수 있지유.”
(분장한 배우들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제14마당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ㅎㅋ고등학교연극동아리팀)
(봉필영감, 점순이 어머니, 데릴사위와 점순이, 구장과 뭉태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여러 질문도 하고 답도 한다.)
#“놔라, 놔, 놔, 놔, 놔! 할아버지!”
이 소리는 데릴사위에게 그곳을 잡혀가지고 솔개미에 챈 닭처럼 헷손질을 하며 욕필영감이 내지르는 소리다.
한 참가자가 달겨들어서 데릴사위의 움켜쥔 손을 풀자 욕필이 봉필영감이 그곳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는 어린애 마냥 엉엉 울며 땅 위를 뒹군다.
그런 장인님을 보다가 데릴사위는 자기의 그곳을 바라보며 피익! 웃고 만다.
한참 동안 땅 위를 뒹구는 욕필이 봉필 영감에게, 들으라고
“그러니까 얼른 성례를 시켜 줘야지요!” 하자, 그래도 또 그 소리다.
“점순이 년이 미처 커야지! 아이고 나 죽네!” 한다.
그러자 한 참가자가,
“그럼, 점순이 어머니는 참새만한 것이 어떻게 앨 낳지유!” 했다가 그만 죽는 줄 알았다.
왜냐구요?
아니 글쎄 아무리 욕 잘하고, 사람 잘 치고, 생김생기길 호박개같다지만 그렇다고, 입바른 소리 좀 했다고, 김유정 문학의 애독자인 참가자의 바짓가랭이를 꽉! 움켜잡다니!
“아이고 애독자 죽네!” 하고,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니 글쎄, 점순이도 그의 어머니도, 데릴사위조차도 못 본 척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참가자도 억울해서 기회를 엿보지 않을 수 없었고, 기어이 점순이 아버지 바짓가랭이를 콱! 웅키고 잡아나꿨다.
그러자 봉필영감은 죽는다며!
“놔라, 놔, 놔, 놔, 놔! 할아버지!” 하고,
데릴사위에게 응원을 요청했고 참가자는 다시 죽는 줄 알았다.
점순이, 점순이 어머니, 데릴사위가 달겨들어 귀를 잡아채면서 볼기짝게를 마구 찬다. 그런 사이에 욕필영감이 지게막대기를 집어 들고 일어나 애독자인 참가자를 사뭇 내려조겼다.
“이자식! 얌전한 등장인물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제15마당 김유정이 코다리찌게 먹던 주막길 (00수산회사팀)
(김유정, 김영수, 조명희로 분정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질문도 하고 답도 한다.)
야학을 마친 김유정 선생님을 따라 아랫말 주막으로 간 참가자들.
#한 참가자가 술을 따라 권하면서 묻는다.
“고향에 내려오니 모든 게 그래도 평화롭지요?”
“전원도 귀엽고, 그 속의 농군들의 정도 고맙고 그러지요.”
“요즘 재미난 이야기 같은 거 있으면 공책에 적고 한다는데, 왜 그러지요?”
“소설 좀 써 보려고 그러지요. 깜둥이 친구인 안회남이 자꾸 뭔가 해보라고도 하지만 너무 외롭고 그러니까 나도 써 보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농군들의 삶이란 그 자체가 해학적이지 않은가요?”
“웃음속의 눈물을 볼 줄 아는지요?”
“그걸 알면 눈물속의 웃음도 볼 수 있겠지요.”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유근 형님의 난봉과 폭력으로 외롭고 어렵게 살다보니 제 웃음 속에 눈물도 내보일 때가 드물었지요. 물론 제 눈물속의 웃음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 고향의 귀여운 전원이 조금은 그 상처를 보듬어 주리라 생각합니다만!”
“어찌 조금이겠습니까!”
“참, 들병이들과도 어울린다는데.”
“어머니가 그리워서요.”
“그런 경험도 훗날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겠군요?”
“자, 한잔 하십시다! 나는 정이 그리운 사람이올시다!”
참가자들, 함께 막걸리를 마신다.
“어려선 횟배를 앓고, 형과 아버지의 고롭지 못한 분쟁으로 죽은 듯 지내고, 그러다 보니 말더듬이 심해지고 염인증이 생기고 아버지 사후엔 형의 난봉이 더 심해져 가세는 기울고 어딘지 모르게 몸은 아프고!”
“그러니 어머니가 너무도 그리웠겠지요?”
“그러니 난 누군가를 동무로, 여인으로, 어머니로 병적이리 만큼 집착할 운명을 타고난 게지요.”
한 참가자가 묻는다.
“고통 속에 향기가 있다는 말 아시지요?”
“만무방이요, 따라지인 농군들의 삶을 통해 잘 보고 있지요.”
“무표정한 채플린을 통해서도 볼 수 있나요?”
“아리랑을 불러 보세요?”
“또 그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흥겹게 아리랑 노래를 부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지요.”
“그 반대로 눈물을 흘리며 아리랑 노래를 부르다보면 어깨에 신명이 붙고요.”
“우리 농군들에게 그런 게 없다면 어찌 살겠습니까?”
“자, 마십시다!”
“또한 이 막걸리가 없었다면 어찌 그 힘든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까요!”
“이젠 취했으니 내가 ‘강원도 아리랑’ 한번 불러 보지요.”
김유정 선생님이 목청껏 ‘강원도 아리랑’을 부른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제16마당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호호 대학팀)
(뭉태, 들병이, 덕만이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질문도 하고 답도 하고 사진도 박는다.)
#한 참가자가 큰 돌멩이를 들고 콩밭가에 선 뭉태와 들병이를 노려본다.
잠시 움찔하던 뭉태와 들병이, 뭉태가 큰 돌멩이에 시선을 박고 소리친다.
“저리가. 왜 사람이 눈치를 못 차리고 저 뻔새야.”
#들병이가 한 참가자에게 묻는다.
“술값 내슈 가게유!”
“나 하고 안 살면 술값 못 내겠시우.”
들병이가 여러 참가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답도 여러 가지다. 즐겁다.
#계집(들병이)의 신을 들고 기뻐하는 덕만이에게 한 독자가 말을 건다.
“곧 총각의 쿠터분한 울분이 폭발하겠네!”
“천만에유. 이렇게 짝없이 기쁜데 뭘!”
“이 소리 들으면 불현 듯 울화가 터질텐데!”
“무슨 소린지 한번 해보세유?”
“암숫놈이 의좋게 주고받는 사랑의 노래, 맹! 하니 꽁!”
그러자 여지껏 눌러오던 서른 넷 노총각의 쿠터분한 울분이 폭발!
“에이 하지 못한 인생!” 하며 참가자 앞에 무릎을 꿇고
“뵈기는 아까부터 뵈었으나 인사는 처음 여쭙니다. 저는 실레마을에 사는 김덕만입니다. 울 아버지는 성이 광산 김갑니다. 어머니하구 단 두 식구이구, 서른 넷인데두 총각입니다.” 한다.
#덕만이, 참가자들에게 계집의 신을 신어보면 짝없이 기쁠 테니 신어 보라고 강권한다.
그리고 신어 본 사람들에게 소감을 묻고 함께 사진도 박고 사탕도 준다.
#뭉태, 참가자들에게 욕(?)을 한다?
저 놈 덕만이는 병신스럽다며. 한 참가자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가물에 좃잎이 앵생이다.”
“아니, 이런 심한 욕을?” 하며,
참가자가 뭉태의 귀를 잡아끌자, 해명을 하는 뭉태.
“저 놈이 정자 터였던 밭을 빌려 조를 심었으니, 가뭄에 조의 잎이 말라비틀어졌다는 뜻이지, 욕이 아녀유!”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가칭) 제17마당 금따던 콩밭길 (ㄴㄴㄴ중학교팀)
(수재, 영식이, 영식이 처, 마름으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질문도 하고 답도 한다.)
#수재, 참가자들에 꾀송거린다.
“이 콩밭에 금이 있어유! 나랑 캐볼래유?”
수재의 꾀송거림에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즐겁다.
#마름이 큰 소리로 야단이다.
“갈아 먹으라는 밭이지 흙 쓰고 들어가라는 거야, 이 미친 것들아. 콩밭에서 웬 금이 나온다구 이 지랄들이야 그래.”
#영식이 처, 코다리를 들고 참가자들에게 자랑을 한다.
“콩밭에서 금을 캐면 이 코다리 언제든지 맘껏 먹을 수 있지유?”
#영식이, 수재의 엉덩짝을 걷어차며,
“금점이란 칼 물고 뜀뛰기지유!” 한다.
그리고 콩대를 하나 들고,
“농군들에게 콩은 금이지유!” 한다.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가칭) 제18마당 똘똘이 엄마가 창가를 배우던 움집야학길 (이 중학교팀)
(똘똘이를 업은 똘똘이 엄마, 똘똘이 아버지, 뭉태로 분장한 배우, 참가자들과 다양한 행동을 하며 질문을 주고받는다.)
#쥐었다 논 개떡! [안해]의 똘똘이 엄마가 요 조그만 움집야학 문밖에 서서 신식창가를 배우는 구나.
“피었네, 연꽃이 피었네, 피었다구 하였더니 볼동안에 옴쳤네!” 하고,
한 참가자, 야학당 아동들이 배우는 신식창가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는 똘똘이 엄마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여보세요!” 하니,
둥글넓적이 내려온 하관에 멋없이 쑥 내민 입으로 욕부터 한다.
“이 개떡 같은 놈아, 노래 배우는 게 그래, 안 보여!” 하니, 참가자도 화가나,
“까따귀 부부라 동리에 소문이 자자하더니 사실이군요?” 하니,
“이 쥐었다 논 개떡 같은 놈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대릴 꺾어 놀라!” 한다.
#한 참가자, 똘똘이 엄마에게 다가가 슬며시 꼬드긴다.
“아랫말 주막으로 들병이 연습하러 갑시다!”
“하긴 들병이로 나가려면 술도 먹고 담배도 먹고 해야 할 테니 갑시다유.”
똘똘이 엄마가 참가자와 손잡고 가려하자 앞을 막는 뭉태.
“이런 일엔 내가 최고지!”
이때 지게를 지고 등장한 똘똘이 아버지, 뭉태놈을 들어 땅바닥에 내꽂는다.
#똘똘이 아버지, 똘똘이 엄마를 손가락질하며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저 년 뱃속에 돈이 얼마가 들었는지 아세유?”
그 질문에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나온다. 정답은 일천오백원이다.
“왜 일천오백원인지 아세유?”
#똘똘이 엄마, 똘똘이 아버지를 손가락질하며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저 불밤송이 같은 놈이 쌍지게질로 나무 값을 잘 받을 때 얼마인지 아세유?”
그 질문에 참가자들의 다양한 답이 나온다. 답은 80전이다.
“못 받을 때는 얼마 얼마지유?”
(등장인물로 분장한 배우의 다양한 질문과 행동으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내용과 관련한 그림과 함께 작품의 일부를 인쇄한 천을 프랭카드처럼 전시해도 좋을 듯싶다.)
(가칭) 제19마당 김유정 생가길
(참가자와 등장인물들 모두 김유정 작가님의 생가 마당에 모여 김유정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가 맞은편 행사장으로 가서 밥과 술을 먹으며 얼쑤! 마당잔치. 마당잔치 원고는 따로 있다. 차례를 보시라.)
지금까지 실레이야기길 19마당을 걸으며 많은 등장인물들을 만나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냥 나뭇잎을 나뭇잎으로만 본다면 너무 시시하지 않은가. 하늘을 떠도는 나뭇잎배나, 날개거나, 편지거나, 또는 나무의 생각이거나, 우주선이거나, 미확인비행물체이거나! 핸드폰이거나! 게임기이거나! 노래방이거나!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해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김유정 소설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생동감 넘치는 훌륭한 작품들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지만, 정작 등장인물들과 만나 산책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하나가 되어 보았는가? 그 작품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가 보았는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내 집으로 초대해 보았는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친구가 되어 보았는가? 등 이런 질문들로부터 자유로울 때 문학은 우리들의 생활이 되고 삶이 되는 게 아닐까!
감히 외치고 싶다. 봄내의 실레마을에 가면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쉽게 만나 악수도 하고 함께 산책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작품을 탐독하고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독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문학촌 관계자들은 해당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만날 수 있도록 등장인물들의 조형물과 아이티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오늘처럼 등장인물들과 만나는 날을 만들었으면 참 좋겠다.
김유정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문학은 모든 국민의 것이어야 하며, 알싸한 김유정 문학의 향기 또한 그래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