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구슬이 데굴데굴 굴러갈 것 같이 예쁜 이름을 간직한 옥천.
행정구역은 충청북도지만 완전히 대전생활권에 종속되다시피 하는 지역이다.
대전가는 시내버스가 15분 간격으로 다니고,
경부선이 있음에도 외지를 갈 때 주로 대전을 통해서 가는 '위성도시'다.
대부분이 대전을 통하는 탓에 경부선조차 제 역할을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버스는 그 상황이 더욱 열약하다.
이웃한 대전, 영동, 그리고 청주 정도를 제외하면 통하는 지역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
감히 '신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품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넉넉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보은에서 서울고속 차를 타고 옥천터미널에 발을 내딛었다.
청주에서 보은을 갈 땐 6,200원에 1시간 20분이 걸렸지만 보은에서 옥천까지는 35분에 2,700원밖에 들지 않았다.
보은-옥천간 도로 개량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차이다.
실제 선거구도 보은, 옥천, 영동이 묶여있을 정도로 셋의 관계는 밀접하다.
충북 남부권의 유일한 군 지역들이기도 하고.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앞선 보은터미널에서 얘기했듯 보은은 사방이 막혀있는 고립된 지역으로 생활권이 청주지만,
옥천은 경부선 라인으로서 대전에 종속되어있는 사실상 대전의 변두리나 마찬가지고,
영동도 대전생활권의 경부선 라인이지만 보은처럼 독자 생활권도 어느정도 형성하는 지역으로 특징이 제각각이다.
영동이 철도, 보은은 버스가 강세라면 여기는 이도저도 아닌 곳이다.
가장 입김이 센 교통수단은 판암동-대전역-대전터미널로 들어가는 607번 시내버스.
대전역까지 40분, 터미널까지 1시간 정도 걸리고 옥천 읍내 곳곳을 휘저으면서 달린다.
시내터미널이 따로 있음에도 유일하게 시외터미널을 종점으로 쓰는 희안한 놈이다.
옥천터미널의 정확한 명칭은 '옥천시외버스공용정류소'.
제대로 된 건물조차 없어... 조금 있으면 금방 헐릴것만 같은 냄새가 폴폴 풍긴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임시건물을 쓰고 있으니 할 말 다했다.
명색이 군을 대표하는 버스터미널치고 여기만큼 허름한 곳도 없을 것이다.
승차장의 행선판도 참 간결하다.
'대전-청주' '영동-무주-김천' '보은-점촌-상주' '서울-청산'
보통 지그재그식으로 버스가 드나드는 다른 곳과는 달리 옥천은 그냥 아무렇게나 세워주고 바로 나가는 구조다.
다른 동네라면 참 위험한 방식이지만 버스가 흔치 않은 옥천에선 크게 위험하지도 않다.
바깥에서 찍어본 가건물은 또 새로운 느낌을 준다.
휠체어 하나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인도가 좁지만 여기선 인도, 차도를 구분조차 않는다.
어차피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없으니까 말이다.
옥천읍내의 규모는 꽤 큰 편이지만, 터미널에서 바라보는 읍내는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자체가 읍내와는 꽤 거리가 있기 때문.
중심지인 옥천시장까지는 걸어서 약 10분정도 걸린다.
임시건물이지만 내부는 나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상태다.
충북 터미널들이 다른 곳들과는 다른 유별난 특징이 있는데(오죽하면 충북터미널만 전문적으로 포스팅한 분이 계실정도),
바로 매표소와 매점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옥천도 여과없이 마찬가지로 매점과 표 파는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시간표는 대부분 대전, 영동, 청주방면 버스들이었는데,
서울행 버스도 생각보단 많지만 언제든지 탈 수 있을 정도로 많지는 않다.
조금 특이한 것은 보은을 거쳐 상주-점촌-예천-안동을 가는 시외버스와,
포항으로 가는 시외버스까지도 운행하고 있다는 점일 테다.
상주-점촌-예천-안동이야 그렇다 쳐도 포항가는 버스가 있는건 상당히 의외인 것 같다.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곳인데 조금이나마 운행을 한다니..
맞은편에는 시원한 파란컬러의 의자와 자그마한 TV가 놓여져 있다.
특이하게 요금표도 뒷편에 숨어 있는데, 잘 보이지는 않는 위치인데다 선풍기까지 가리고 있어 보기가 꽤나 불편하다.
이들 셋만 아니라면 기사 대기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분위기가 묘하다.
낡은 행선판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마치 애처롭게 한 곳을 향해 무언의 외침을 하는 듯 하다.
말없이 앉아있는 교회 의자와 낚시 의자, 예쁘게 정리된 늘푸른 화초들...
그 옆의 담장이 어울리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드는 듯 하다.
버스터미널이긴 하지만 전혀 터미널같지 않고 자연스런 포근함을 선사해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신세계까지 느끼게 해주는 조금은 충격적인 곳인 것만 같다.
첫댓글 옥천터미널의 607번 시내버스는 운행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의 성격이 짙습니다. 대전시내버스와 공동운행이 이루어져서인지 운행을 시작하면 철도옆의 우회도로를 거쳐 다시 옥천읍내로 가서 출발하지요. 옥천가면 들르곤 했던 올갱이 국밥집이 생각나네요. ㅎㅎ
607번이 생각만큼 단순한 노선은 아니더군요. 대전, 옥천 업체가 공배를 하기도 하고, 터미널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읍내를 들렸다 나오는길에 또 들리기도 하니 말입니다. 올갱이 국밥집이라... 저는 모르는 곳인데 무엇을 파는지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
터미널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실체 기점지는 옥천버스앞입니다. 종점이 옥천이라는 버스정류소로 명기되어 있지만 실제로 미운영 구간이고 옥천버스에서 모두다 하차하도록 기사님이 유도하십니다.
헐..
구래도 포천보다는 넓고 좋네요.
ㅎㅎㅎㅎ
늘 좋은 얘기 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님 덕분에 세상 구경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드리구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포천도 만만치가 않군요. -.-;;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옥천사는사람으로서 대전의 기생충같은 표현 상당이 듣기 거북하네요 ...
옥천의 정확한 실정 알고 표현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딱히 표현할게 없어서 너무 과격하게 했나봅니다. 논란이 될 부분은 수정하겠습니다.
607번의 경우 12분정도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고 있고 동서울과 인천 포항을 아우르는 노선을 가지고 있는 터미널입니다. 대전을 지척에 두고도 엄청난 터미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명을 조금 비약적으로 하기는 했던 것 같네요. 노선에 관해서 일부 수정은 했습니다.
인천행은 3월1일부로 운행중단입니다.
옥천의 경우는 사실 옥천 착발 노선이 없다는 게 터미널구조에도 여파가 가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행선판에 있는 노선들은 모두 대전,청주 출발 노선이고, 그나마 옥천을 거쳐서 영동까지 가는 구조로 노선이 있어서(일부 노선 무주,김천,거창 연결) 터미널이 다소 초라해 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전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가 한 행정구역의 교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대부분 대도시에 인접한 지역은 착발 노선을 찾기가 힘들지만, 옥천은 유독 종속현상이 심한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 고개만 넘으면 전국 방방곡곡 퍼지는 열차와 버스가 수시로 다니는게 너무 큰 영향을 끼치네요. ^^;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다음은 영동인가요?^.^기대 됩니다
아쉽지만 영동은 없답니다~ 전혀 다른 곳이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ㅎㅎ
경주,포항 같은경우는 경북고속이 운행하는 동서울~옥천,영동~경주,포항입니다. 동서울에서는 옥천,영동 구간 손님만 태우고 옥천,영동에서 경주,포항 손님들을 태우곤 하죠.
지인을 통해서 그 노선을 알게 되었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다이나믹한 것 같네요. 경북고속이 동서울-옥천,영동을 인수하면서 연장시킨 경우라 하던데, 어떻게 옥천,영동에서 포항까지 이을 생각을 했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영동에서 바로 고속도로로 가는 노선인가요?아님 황간 경유를 하나요?
황간은 들리지 않고 영동에서 바로 빠지는걸로 압니다.
옥천터미널은 대전과 아주 인접한지역이지요..옥천군과대전을 잇는607번시내버스가 상당한효과를 불러일으키지요..옥천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옥천을 기점으로 하지않고 경유지로 많이들 사용하고있습니다.예전에 호기심으로 포항에서 1일2회운행했던 옥천행시외버스를 타고 옥천을 온적있는데.기사님도 운행하면서 의아해하십니다.차라리 포항-대전이지 왜 옥천을 운행하는건지모르겠다구요...
옥천에서 직접 연결되는 지역이 아닌 이상 대부분 대전으로 가서 이용하겠지요. 하물며 그 흔한 무궁화호조차도 통과하는 열차가 있을 정도니까요. 동서울-옥천-영동-포항이라는 기형적인 노선을 기사님들도 이해 못하실 정도라면 참... 뭐라 할말이 없군요. -_-;;
옥천에 친구가 있어 자주 가는 편인데 올갱이는 지역특산물인데 작년에는 거의 안나왔답니다.
대전과 가깝기는 한데 충북으로 행정구역이 다른 탓인지 대전과 많은 교류가 있는것 같진 않더군요.(제 느낌상)
대청호와 금강유원지를 끼고 있어 경치는 좋은 편인데 그렇다고 옥천으로 놀러오는 사람은 많지않고 중간 휴식지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교류가 있다는걸 느꼈는데 팔공기사님께선 아니신가 보군요. ㅎㅎ
경치는 정말 훌륭합니다만 크게 유명한 관광지는 없다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옥천.. 이다....^^ㅋㅋ
기존 터미널에 옥천역 앞쪽에 있었고, 640 대전 - 옥천 노선도 그 앞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터미널이 옥천읍 들어가는 입구로 옮겨졌구요. 그러고보니 지금은 640에서 607번으로 노선번호 바뀌고, 고속터미널 - 옥천 구간에서 비래동 종점 - 옥천 으로 종점도 바뀌었네요.
영동에서는 영동 나들목으로 빠지거나, 황간으로 가서 황간 나들목으로 경부선을 탈 수 있죠. 실제로 타 봐야알겠네요.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