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악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글쎄다. 먼저 이렇게 되묻고 싶다. '현재 세상이 악하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보수는 악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보수를 굳이 악이라고 할 건 없을 것이다. 보수는 '현재 세상을 지키려는 경향'이니.
"보수적인 교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보수란 사상이 아니라 그저 '욕망'이다. 남보다 더 가진 걸 내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상인가."
막되어먹은 보수에 질리는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초부터 합리적인 보수가 현실적 목표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착각하거나, 극우보수나 꼴통보수와 적대하는 어떤 선한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애석한 일이다. 합리적 보수는 보수이며, 가장 교활한 형태의 보수라는 걸 잊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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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와 현실적 진보
최근 오바마 정권의 미국이 사상 최고의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로 하여금 합리적 보수, 혹은 현실적 진보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또한 안철수와 윤여준으로 상징되는 합리적 보수와 조국, 진중권, 김호기 등등의 현실적 진보가 결국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둘은 오래 전 반대의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혹은 미래의 도착점은 같다.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삼지 않는 일체의 합리적 현실적 노력은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단정한 생각만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노력의 출발점이다.
gyu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