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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 지표 보는 법
2. 통계의 거짓말 (경제 지표 보는 법 2)
3. 실업률과 주가 지수 (경제 지표 보는 법 3)
4. 베어마켓 랠리 차트 비교
5. 환율 관련 경제 지표 (경제 지표 보는 법 4)
6. 수출실적과 화폐환상, 인플레이션의 역설 (경제 지표 보는 법 5)
7. 불완전한 정보로 결정 내리는 법
다음은 우리나라 수출입 실적 및 무역수지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3월 수출이 전년대비로 -21.2%나 줄었습니다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36.0% 나 줄어듦으로 해서 무역수지가 46.1억달러 흑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무역흑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제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초기에 올린 글들을 통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조선업체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로 인해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나도 그 흑자분이 외환 현물시장에 달러 공급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혜원 님이라는 분의 반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댓글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혜원 님의 논리 전개 과정에는 잘못 오해하신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저의 반론은 조만간 정리하여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물환 매도와 관련된 문제를 떠나서, 이치를 가만히 따져보기만 해도, 무역흑자로 인해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은 모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국제무역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출이 이 정도라도 지켜내고 있는 것(-21.2%이긴 하지만)은 고환율 때문임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환율이 떨어진다면 수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거나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역수지 흑자를 근거로 환율의 안정을 전망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조만간 주식시장 관련하여 수출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을 잇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수출실적이 아주 좋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임을 미리 유념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우리나라 전체의 수출실적은 전년대비 -21.2%로 형편없습니다. 경쟁국들에 비해서는 선방하고 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수출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수출실적은 ‘선방’ 정도가 아니라 더욱 좋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단 수출실적은 감소가 아니라 ‘증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다음은 한국은행의 ‘09년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캡쳐한 수출입물가 등락률 표입니다.
이 표를 보시면 09년 1~2월의 수출물가가 계약통화 기준으로 -17.0%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기업들이 고환율로 국내에서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화베이스로는 가격을 내리고 있음(일종의 덤핑)을 알 수 있습니다.
경쟁국 대비 우리 수출이 그나마 선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처럼 외화베이스로 가격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 표 맨 하단에 있는 환율을 보시면 전년 대비 -32.5%(원화 입장에서 절하폭)나 됩니다. 이렇게 환율이 큰 폭으로 절하되면 외화베이스로 가격을 -17.0% 덤핑을 쳤어도 원화기준으로는 수출단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위 표에서 원화기준으로는 수출단가가 +20.8% 올라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입 실적을 정리한 첫번째 그래프는 달러 베이스로 작성된 것입니다. 달러 베이스로는 3월의 수출실적은 -21.2% 였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수출입 물가 등락률표에 나타나고 있듯이, 3월의 수출실적을 원화 베이스로 계산하면 환율을 때문에 오히려 실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다음 현대차의 판매실적(수량기준)을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1분기 해외 판매 실적은 486,967대로 전년동기대비 12.2% 감소하였습니다.
-12.2%로 수출물량이 감소했고, 외화베이스로 -17.0% 수출단가를 인하했지만, 환율이 32.5% 올라줌으로써 원화기준으로는 20.8% 수출단가가 올라가는 효과가 생깁니다. (수출단가와 환율은 2월까지 기준이므로 3월의 수치를 업데이트하면 조금 달라지긴 할 것입니다)
결국 현대차의 1분기 수출실적은 수출물량이 감소했고, 해외 현지시장에서 달러 베이스로는 덤핑 판매를 했지만, 원화 기준으로 작성되는 재무제표 상에는 1분기 수출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를 핑계(?)로 주가가 오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착시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된 입장에서 현대차의 수출실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달러 베이스로 바라볼 것입니다. 달러 베이스로 바라보게 되면 1분기 현대차의 수출실적은 엄연히 줄어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우리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나에 의지해서 버티고 있는 현재의 구조는 환율이 떨어지면 바로 붕괴되고 마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벌써 수출 대기업들 쪽에서 환율이 너무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향후 환율의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착시현상을 등에 업고 주식시장이 더 오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국인들도 우리 수출기업들이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을 연출할 지도 모릅니다만, 만약 그렇게 돌아간다면 그것은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닐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역설’ 현상에 매우 익숙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역설이란,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생겨나는 악성 인플레이션의 경우, 자산시장의 가격상승은 일반 물가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역설 현상에 대해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저의 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80년대 중반 멕시코나 칠레, 8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인플레이션의 역설을 숱하게 경험했습니다. 98년에 우리 한국 시장에서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이런 착시현상에 속지 않습니다. 우리 투자자들도 속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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