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손면도기 사건,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 3.17

[다와-정택진]

공포의 손면도기 사건,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 3.17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병실에 있는데 "이발~ 이발~" 하는 소리에 귀가 쫑끗~, 지난 주 원래에게서 전화가 와서 '입원'이라는 주제로 '강원래의 수화 한 마디'를 병원에서 찍기로 했었다. 화면에 단정하게 나와야 하니까...

이발~ 소리를 듣자 마자 "여기요 이발이요" 라고 외치자 약간 구부정한 어깨에 얼굴 가득 깊게 패인 주름의 검정 손가방 하나를 든 70대 중반의 남자 분이 다가왔다

...

"이발비 얼마인가요?" 물으니 "4,000원 입니다" '오~ 싼데 밑지는 샘치고 깍아 볼까 ?' '야매치고는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그 분은 내 휠체어를 밀더니 병원 엘리베이터 중에서 사용량이 적은 엘리베이터 앞 후미진 공간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구석에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이발할때 쓰는 커버를 펼치는데 한 웅쿰의 머리카락들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지금 이른 아침인데 손님이 많았던게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커버를 씌우고는 분무기로 쏵~ 쏵~ 빗과 가위를 드시더니 싹뚝~ 싹뚝~ 윗머리를 서 너번 옆, 뒷머리를 싹싹뚝~ 싹싹뚝~ 대 여섯 번. 와~ 이 분은 내공이 장난이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싹뚝 싹뚝 싹싹뚝~ 한 방에 끝내지?

잠시 후 전동이발기계로 바꾸더니 윙~ 스르륵 윙~ 스르륵하며 잔머리 손질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분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끼는 순간 다가오는 두려움은 무엇일까?

잠시 후 그 두려움은 현실로 다가왔다 가방에서 둘둘 말은 두루마리 휴지를 하나 둘 셋 하시더니 세 조각을 끊고 검정가방안에 물병에서 피욱~ 뭔가를 손에 묻히더니 (물비누) 구렛나루와 목덜미에 발랐습니다

잠시 후 그 두려움의 실체 그것이~ 그것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내 나이 쉰 둘 중학교 때 보던 것과 똑같이 생긴 손~ 면~ 도~ 기~

얼핏 보기에도 30~40년은 되어보이는 골동품에 가까운 손 면도기~~

드디어 그 놈이 오른쪽 구렛나루에 달려들더니 치~~~커 치~이~커 치~~~커 면도날이 잘 들지를 않는 겁니다.

아니 저걸로 목 뒤에 면도 할텐데 어쩌지 하는 순간 손면도기는 벌써 왼쪽 구렛나루에서 치~~~이~~~커 하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 분도 힘이 들었던지 손 떨림이 점점 커지는 거였습니다

아 이러다가 사고 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그만 할께요 라고 말하려는 순간 손면도기는 목덜미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치커 치커 치~이~이~커~억 크 목 부위는 넓으니까 시간도 많이 걸렸고 그와 함께 손 떨림도 비례 했습니다

치~이~커 덜덜덜 치커 치커 덜덜덜 가슴을 졸이면서 기다렸는데 기다리던 말 한마디 이발 끝났습니다 라는 말에 웅크렸던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서 겨우 병실로 돌아왔는데 그 분이 따라오면서 하는 말

"이발비 주셔야죠" '아~ 이발비' 그런데 사실 입원하면서 도난 우려 때문에 지갑과 카드를 아내가 가져갔고 현금도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일 아침에 오시면 드릴께요" 하니 "오늘 첫 손님인데 외상은 안됩니다 옆에 환자 분께 빌려서라도 주세요" 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공동간병실에 있다가 그저께 병실을 옮겨서 아직 서먹서먹 한데 ... 나는 잠깐만요 하고는 공동간병실로 휠체어를 끌고 가서 요양보호사님에게 4,000원을 빌려서 주었다

그리고 아내가 왔길래 샤워실에서 염색도 하고 해서 말끔해졌지만 손 면도기에 대한 두려움이 쉬 가시질 않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