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학자가 만든 ‘자이로볼’ 원리
자이로볼(gyroball)은 ‘나선형의, 소용돌이꼴의’란 뜻을 지닌 영어 ‘gyrate’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인 볼들이 앞이나 뒤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홈 플레이트 쪽으로 날아오는 것과는 달리, 자이로볼은 마치 미식축구 쿼터백이 던진 볼이나 총알이 날아올 때처럼 지표면과 수직을 이뤄 나선형의 회전을 한다.
자이로볼은 일본의 야구코치 데즈카 가즈시와 과학자 히메노 류타로가 1995년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그 이론적인 원리가 소개됐다.
이들이 설명하는 자이로볼은 던지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볼을 쥐는 법은 일반적인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마찬가지. 하지만 투수가 볼을 손에서 놓는 릴리스 포인트에서 팔이 통상적으로 몸 안이나 앞쪽으로 뻗는데 자이로볼의 경우에는 바깥쪽으로 뻗게 된다. 우완투수의 경우 볼을 던진 뒤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지면을, 손바닥은 3루 쪽을 향하게 된다.
데즈카는 미국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자이로볼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던지면 ‘투심 자이로볼’, 투심 그립으로 던지면 ‘포심 자이로볼’이 된다”고 설명했다. 데즈카는 ‘투심 자이로볼’은 체인지업처럼 변화가 크고 마지막에 속도가 느려져 헛스윙을 유도하기 쉽고, ‘포심 자이로볼’은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거의 없어 스피드로 타자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창시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투심 자이로볼이 제대로 구사될 경우, 우완투수가 던진 볼은 직구처럼 쏜살같이 날아가다가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데즈카 가즈시는 “자이로볼을 던지기 위해선 어깨와 엉덩이의 회전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하며, 손목 스냅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원리가 사람의 신체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느냐는 입증된 바가 없다. 그래서 실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야구의 물리학(The Physics of Baseball)’의 저술자인 로버트 어대어 박사는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존재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해 데즈카는 “20여명의 일본프로야구 투수들이 이미 무의식중에 자이로볼을 던지고 있다”며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 메츠)도 가끔 자이로볼과 비슷한 구질의 볼을 던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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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초구를 던지기 전에 이렇게도 대단히 논쟁을 불러일으킨 선수가 과연 누가 있을까.
일본 미디어가 총출동하고 여기에 플로리다에 모여든 뉴욕-보스턴 미디어가 화답한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총액 1억 달러가 넘는 몸값이 오프시즌 마쓰자카 드라마 시즌 Ⅰ이었다면 시즌 Ⅱ는 ‘마쓰자카와 자이로볼’이다. ‘자이로볼이 있다. 없다’ 여부에 상관없이 마쓰자카는 스프링캠프에서 마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던지나
IS는 지난 4일자(마쓰자카의 자이로볼 투구법은?)를 통해서 그래픽과 함께 이미 궤적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다시 한번 △손에서 나올 때 △공이 흘러가는 궤적 △그리고 포수의 미트에 떨어질 때와 타자가 보는 시각으로 나누어 풀어 봤다.
자이로볼은 일반적인 투심 또는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마찬가지로 공을 잡으나 어깨와 축족(오른 발)의 회전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자이로볼을 설명하면서 ‘마치 손으로 벽돌을 부술 때와 같은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포심의 백스핀(공 아랫부분에 힘을 가하는 동작)이나 커브. 슬라이더 등의 톱스핀(윗부분에 힘이 가해진다)이 없고 마치 미식축구 쿼터백이 던지는 패스처럼 공 회전은 지표면과 수직을 이뤄 회전한다는데 이것을 놓고 ‘사이드 스핀’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이드 스핀은 결국 포수가 볼 때에 마치 공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듯. 즉 총알이 발사된 것처럼 회전하며 포수 미트에 도착한다.
2001년 자이로볼과 관련한 책을 출간한 일본 과학자 히메노 류타로는 “자이로볼이 포크볼의 궤적을 갖고 있으나 포크볼보다 빠른 스피드”라며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중간 형태라고 요약했다.
▲자이로볼을 둘러싼 ‘100분 토론’
<야구의 물리학> 저자인 예일대 물리학과 교수 로버트 어데어는 “그건 그냥 체인지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달리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별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는 것이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 앨런 네이선은 “낙폭이 좀더 큰 것뿐 패스트볼의 일종”이라고 덧붙인다. 벅 마르티네스 ESPN 해설자(지난해 WBC 미국대표팀 감독)는 “스크루볼”이라고 하고. 이미 일본에서 마쓰자카의 공을 수년간 지켜본 보비 발렌타인 지바 롯데 감독도 “자이로볼? 그런 공은 없다”고 일축한다.
자이로볼의 실체를 부정하는 이들에게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른바 일본의 한 과학자가 발명을 주장했고. 수년간 네티즌과 호사가들에 의해 ‘신화’가 덧칠된 자이로볼은 부정하면서도 마쓰자카가 간혹 던지는 공에 대해 저마다 어떠한 공인지는 제대로 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 인터넷사이트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 닷컴의 기고자이자 투수 부상 치료 전문가 윌 캐럴은 자이로볼이 실제한다고 주장하는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월 말 자이로볼 개발자 류타로가 애리조나를 방문해 함께 연구한 뒤 “자이로볼을 10분 내에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고 호언한다. 캐럴은 밀워키의 마이너리거 투수 스티브 팔라졸로에게 자이로볼을 가르쳤는데 팔라졸로도 같은 대답이다. “실재하는 공이다. 제대로 던져지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팔라졸로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제대로 마스터하는 데엔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이게 과연 혁명적인 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자이로볼. 이미 미국을 점령하다
실체 논란을 일으키는 마쓰자카의 자이로볼은 시즌이 본격 개막되면 제대로 드러나거나. 아니면 드러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러한 변화구 논란에 대해 메이저리그의 신화 중 한 명인 버트 블라일리벤(메이저리그 287승 투수 출신. 현재 미네소타 경기 해설자다)은 스포팅뉴스를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겼다.
“사실 대부분 해설자들이 구장 3층 부스에서 투수의 공을 보면서 저건 무슨 공이다. 무슨 공이다 하는것은 대부분 틀리다.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들어가기도 하고. 패스트볼을 슬라이더라고 해설하기도 하지 않느냐.” “직구와 변화구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해설자들이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과 청취자들 즐거우라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김병현(당시 애리조나)의 업슛(슬라이더)도 분명히 마구였다. 슬라이더인데 공 아래쪽에 스핀이 들어가 마치 원반처럼 떠올랐다. 사실 김병현은 커브라고 주장했다.
“그런 공은 없다”고 공을 던지는 주인공 마쓰자카가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되면 한번 던져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묘한 말을 흘리자 이 말에 착안해 다시 자이로볼 비밀 캐기가 연일 소개된다.
타자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야구 관련 미디어가 ‘존재한다’ 여부를 논하고 ‘칠 수 있다. 칠 수 없다’를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이로볼’을 메이저리그 신구종으로 등록시켜 놓은 셈이 됐다. 마쓰자카는 이미 마구를 던지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