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신학대학교(한신대) 정문에 “부처님 탄신은 우리의 기쁨”이라고 쓴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결렸다. 23일자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학교법인 한신대와 대한 불교조계종 직할교구 화계사의 11년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외치는 종교 간의 대화 또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 현수막에 쓴 글귀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화계사 앞에 붙은 “예수님 탄생! 우리의 기쁨!”이라는 현수막의 답례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진리와 무관한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주거니 받거니 화합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모습이 급격하게 배교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임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네 어미의 아들인 네 형제나 네 아들이나 딸이나 네 품의 아내나 네 자신의 생명과 같은 친구가 가만히 너를 현혹하여 말하기를 “너와 네 조상이 모르는 다른 신들, 즉 네 주위에 있는 백성의 신들, 네게 가깝거나 너로부터 멀거나 땅 이 끝에서부터 땅 저 끝에 있는 신들을 우리가 가서 섬기자.” 할지라도 너는 그에게 동의하지 말고 경청하지도 말며 네 눈으로 동정하지도 말고 용서하지도 말며 숨겨 덮어 주지도 말고』(신 13:6-8)
한신대와 화계사는 약100미터 사이를 두고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이웃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은 그들이 육신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이웃이 아니다. 한신대와 화계사가 이처럼 현수막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축하해 주는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11년째로서 그에 대한 숨겨진 뜻이 있는데, 그것은 처음에 분쟁으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1999년에 화계사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세 차례나 발생하면서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수행을 하던 외국 중들 수십 명이 충격을 받아 그곳을 떠나려 하자 김경재 교수와 그의 제자 20여명은 화계사를 찾아 “여러분의 고통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라고 위로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외국 중들은 귀국을 미뤘고 그에 대한 답례로 화계사에서는 그해 크리스마스 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2000년부터는 인근에 있는 송암교회, 수유동성당, 화계사가 연합해서 난치병 어린이 돕기 자선 바자회를 여는 등 에큐메니칼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경재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는 적대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서 세계평화를 위해서 공존해야 하며 배타적 태도는 전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은 다수를 어리석게 만들고 만다.
하나님 관점에서 보자면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를 제외한 이 세상 제도권 전체가 적대관계에 있다. 하나님을 제외한 어떤 신들이라고 불리는 존재나 종교의 탈을 쓴 우상들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이 세상의 음행하는 자들이나 탐욕하는 자들이나 약탈하는 자들이나 우상 숭배하는 자들과 전혀 함께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니 그렇게 하려면 너희가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니라』(고전 5:10). 우리는 이 세상이 아무리 부패하고 타락한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힘으로 그것들을 개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죽어가는 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혼들이 구원받아 멸망 받지 않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종교건 간에 그들에게 일부러 적대감을 드러내고 싸우려하거나 그들을 파괴하려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구령하는 데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리스도인이 그들을 대적해서 싸우려고 한다는 생각은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던 카톨릭을 신약교회로 잘못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지상 사역 중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키신 카나 혼인 잔치에서 모친인 마리아에게 하신 말씀은 “여인이여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였다. 예수님의 생각과 사람에 불과한 마리아의 생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서 그야말로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신대와 화계사가 상호간에 축하 현수막을 펼쳐든다고 할지라도 그들과 성경적인 기독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들일 뿐이다. 다만 기독교의 탈을 쓰고 많은 사람들을 실족하게 하는 일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믿지 않는 자들과 멍에를 같이 메지 말라. 의가 불의와 어찌 관계를 맺으며 빛이 어두움과 어찌 사귀겠느냐?』(고후 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