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도 못하는 국회는 해산되어야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18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3개월째다. 대통령과 임기가 함께 시작하는 국회가 구성되기는 20년만이라고 떠들썩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의석의 과반수를 넘는 승리를 얻어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사분오열을 거쳐 겨우 선거에 임했지만 80여석을 얻는데 그쳐 정권교체의 아픔을 다시 한번 실감해야 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세력은 서청원을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결성하여 선거에 임하여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고, 무소속 친박세력도 다수 당선함으로서 친박세력의 위력을 과시한 셈이다. 이들은 오랜 갈등을 씻고 한나라당에 무조건 입당하기로 합의하여 한나라당의 실제 의석은 180석이 넘는 매머드 정당이 되었다.
이회창이 이끄는 자유선진당도 충남권을 휩쓸어 18석을 확보했으니 과거의 명성에는 어림없지만 나름대로 독보적인 정치인의 길을 열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 대표로 새로운 정권과의 협력과 비판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동안 진보정권 10년 동안 국민과 유리되었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정책이 시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자 갑자기 ‘광우병 소’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촛불집회에 휩쓸렸다. 3개월째 계속된 촛불집회는 이명박정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시시각각 위기는 다가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머리 숙여 사과했다. 미국정부도 위태로운 한국정부의 간청을 받아들여 추가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30개월 이상의 소’는 뒤로 물러나 숨통이 텄다. 더구나 촛불집회의 주동자들이 터무니없는 광우병소동을 의도적으로 몰고 간 사실이 밝혀졌고 가장 큰 영향을 줬던 MBC ‘PD수첩’이 부추긴 모든 정황이 드러나 사과방송은 물론 수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게 되었으니 이 나라의 국민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방송과 일부 신문이 미국산 쇠고기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떠들어대고, 몰지각한 교사들은 노골적으로 학생들에게 ‘뼈 숭숭’ 구멍이 뚫린다고 말했다니 이들 세력들이 우리 국민들을 핫바지로 본 게 아니고 무엇인가.
촛불집회가 가져다준 경제적 악영향은 직접적인 것만도 2조원에 이른다고 하며 국가의 신용추락과 국론분열 등 정신적 문화적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촛불집회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린 일부세력이 간헐적으로 계속하고 있으나 이미 국민의 관심에서는 멀어졌다. ‘이명박OUT'이라는 정치구호로는 국민의 호응을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다. 50% 가까운 지지도를 보냈던 대통령을 쫓아낸다는 것은 국민의 정서와 한참 멀다.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정부의 인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쇠고기 협상에서 보여준 미숙성과 인사문제 등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서 벗어날 줄 모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국회다. 국회는 국민의 가려운 곳도 긁어줄 수 있고 아픈 곳을 매만져줄 수도 있는 유일한 창구다. 불평불만을 대변하는 것도 국회의원의 몫이며 여기서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그런데 국회의 문이 열렸다는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코 꿰인 소처럼 질질 끌려 다닌다.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인 홍준표는 특유의 전략가이면서도 민주당 원내대표 원혜영과의 협상에서 맥을 못 춘다. 한번은 청와대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또 한번은 민주당 대표가 토라져 좌절되었다. 핑퐁처럼 라켓이 치는 대로 왔다 갔다 해서는 금메달을 딸 수 없다. 기회가 닥치면 강한 스매싱으로 상대를 아웃시켜야 한다. 책임은 여당이 지는 법이다. 국민들은 지쳤다. 산더미처럼 쌓인 입법현안과 민원을 처리하려면 하루가 급하다. 꼬박꼬박 세비는 타먹으면서 하루도 일은 하지 않고 있으니 오죽하면 전직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윽박지르겠는가.
올림픽 선수는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국민의 환호를 받는다. 4년 동안 불철주야 오직 승리를 위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똑같은 4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고 하면 원성과 비판만 받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들에겐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책무가 있다.
이를 저버리고 오직 당리당략에 매달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벌게져 있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의 할 바를 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는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개원조차 못 하는 국회는 해산되어야 마땅하다. 여야의 협상 룰도 지키지 않는 국회는 필요 없다. 이것이 국민의 외침이다.
첫댓글 여당 야당할것 없이 국익보다는 당리당략만 고집하는 국회의원은 의원(대표)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국회개회가 안되어서 국회등원을 안하면 세비를 지불하지 말고 국고에 반납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인 공직자부터 무노동 무보수 원칙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전대열 선배의 좋은 지적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