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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느새 황금 들녘을 지나 고향의 그리움들을 담아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갈색 커피색과 향이 묻어있는 10월의 탁상달력은 온통 축하할 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초하루인 오늘 서울 친구가 부산에서 며느리를 맞이하는 것을 시작으로 좋은 날들이 주렁주렁 널려 있습니다. 폭염의 여름을 보내고 이제는 이불자락을 잡아 당겨야하는 10월은 성숙한 중년의 삶이 묻어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러하지만 요즈음은 부부만이 살아가는 세대가 많습니다. 한 집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가족은 세 명 이상이 되어야 가족이라고 한다는데 특히나 가을에는 예전의 그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보내는 사무실의 일상은 바쁘기만 합니다. 20여년 함께한 강실장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시기에 9년을 함께한 직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겠다니 점점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구관이 명관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좀 더 일찍 이런 시기가 온다는 것을 대비하지 못한 건 순전히 제 자신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너무나 편안하게 사무실을 운영한건 아닌지 되돌아 보고 새로운 각오를 다집니다.
구순을 바라보는 거래처의 사장님이 가을에 세상과의 인연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떠나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다지만 그래도 사람은 흔적을 남깁니다. 생전에 지으신 복은 자손만대에 전해져 갑니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신 자녀들은 부모님과의 영원한 이별을 한번쯤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선 매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고 부차적인 문제는 가족 간의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 문상객들에 대한 배려- 특히나 종교가 다름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있어야합니다. 연로하신 분들은 재산이 어느 정도 있다면 재산의 분배 문제에 대해서 생전에 유증의 방법이나 유언 방식에 의해 자식들 간의 재산분쟁을 미연에 방지해야할 책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세간에는 대기업 출연재단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과 운영에 대하여 시선이 곱지 않다. 고용창출을 하라 해도 좀처럼 돈을 내놓지 않는 재벌들이 8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선뜻 내놓은 것은 누가 봐도 기이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수석이 개입했다고도 하고 최순실씨가 아는 사람들을 내세워 재단을 설립하고, 권력이 뒤에 밀어줬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일해재단의 청문회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렇게까지 대통령을 신뢰하고 아낌없는 격려와 갈채를 보낸 국민들에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고대한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의 감싸기. 대통령이 생각하는 진실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박 대통령 주변에는 왜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을까?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 법은 금지대상인 부정청탁을 14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공부문의 거의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고 한다. 나름대로의 기준은 식사 3만원은 ‘3식이’, 선물 5만원은 ‘5만선물’, 경조사비 10만원 한도 내는 ‘10시(일반)경조’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 본다. '3·5·10'룰에 따라 국민일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도한 식사 접대와 선물 및 경조사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허례허식 관행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야 김영란 법에서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공직자들과 공공부문은 심적인 부담이 상당한 것 같다. 식사대를 3만원 이하로 한다니까 벌써부터 고가의 한정식 집들은 손님이 절반이하로 줄어들고 전업을 준비하는 곳도 많다하고 권리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도 계절의 변화에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이제야 제대로 된 가을 냄새를 맡습니다. 이른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감사한 일상입니다. 새벽 헬스장에서 몸을 적시는 땀내음에도 행복은 번져옵니다. 사무실에서 바쁘게 책장을 넘기며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며 업무를 매듭짓는 일도 그렇습니다. 그냥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으로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입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초하루에 안부를 전합니다. 10월에도 무탈하게 복된 나날 되십시오.
2016년 10월 초하루에 세금나라 박동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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