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에서 북전위에 표적을 올려놓고 쏘는 이유.
“우리나라 활에서 짧은 거리, 즉 50m 이내 거리에서는 표적을 북전위에 올려놓고 쏘아야 맞출 수 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활은 아랫장이 윗장보다 좀 빡시게 만든다. 그 이유는 줌통을 손으로 잡고 쏘기 때문에 힘점의 위치가 아귀로 올라가서 아랫장과 윗장의 길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아랫장 한오금 거리가 멀어지므로 탄력의 중심점을 맞추기 위해서 아랫장이 윗장보다 약 2~3파운드 강하게 만든다.
활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그냥 발시하면 아랫장이 먼저 채주어서 화살이 위로 솟구쳐 올라가면서 발시가 된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화살대와 같은 시선으로 쏘아도 화살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살대보다 위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그래도 발시하면 윗쪽으로 솟아올라 날아가는 화살을, 턱밑살대로 고이고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쏘면 화살길이 2자6치 보다 눈꼬리에서 턱밑까지 높이만큼 고각으로 겨누어져 있으므로 보나마나 화살이 표적위로 핑~ 날아가 버린다.
이것을 다른말로 하면, 화살을 턱밑살대로 고이고 표적을 겨냥하면 표적보다 얼굴높이(눈꼬리에서 턱밑까지 높이)만큼 낮추어서 겨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안그래도 활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는데 화살촉이 있는 방향의 직상으로 얼굴높이만한 위치 허공에 있는 표적을 두고 겨냥하기란 엄청 어려운 일이다. 뭐 오랫동안 연습하면 그런대로 맞출수야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불편한 모습은 어쩔수 없다.
단거리 활쏘기에서 내 눈에 보이는대로 쏘면 다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구지 엉터리 활쏘기 턱밑살대 게발각지로 요상한 조건을 달아서 쏠 필요가 있을까?
오늘 사냥을 나갔는데, 한마리도 못잡고 허탕을 치고 날이 어둑해져서 빈손으로 돌아가면 가족이 굶어야 할 처지인데, 저쪽 풀숲에서 노루가 부시럭 부시럭 하고 있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면 부시럭 부시럭 소리가 나는 곳을 응시하고 조용히 거궁 만작해서 내 눈이 가는 곳을 향하여 발시하면 표적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냥꾼이라면 반드시 배워서 활을 쏘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명박이 4대강 하면서 낙동강 제방 고수부지에 엄청난 유휴지를 조성해 놓았다. 껌껌한 강변에 흰 종이컵을 다섯개 들고가서 몇발짝식 떨어지게 놓아두고 약 20m 정도 걸어간 다음에 뒤돌아 보면 거의 흐릿하게 종이컵이 보일락 말락할 정도가 된다. 이때 내가 종이컵이 있다고 생각하는 위치, 즉 내 눈이 가는데에 활을 쏘아서 맞춘다면 한산이 위에서 설명한 눈에 보이는대로 쏘아서 사냥감을 사냥하는 방법과 유사한 궁체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 궁체가 사예결해에서 말하는 화살대가 귓바퀴 아래로 내려올 수 없는 其高無下於耳上별절궁체이고, 이때 표적은 줌손 북전위에 있으면 된다.
소총으로 치면 눈꼬리에 있는 화살대 높이가 가늠자가 되고, 북전이 가늠쇠가 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우리나라 활에서 짧은 거리, 즉 50m 이내 거리에서는 표적을 북전위에 올려놓고 쏘아야 맞출 수 있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부절과 같이 딱 맞는 것을 알 수있는 것이다.
전쟁을 치루거나 사냥을 하거나 활의 최적 유효사거리는 30~50m 내외이다. 야지에 나가보면 30~50m를 넘어서면 활 쏠데가 별로 없다. 온 전신에 풀이고 나뭇가지가 있어서 눈에 얼렁거린다고 쏘아봤자 나뭇가지에 걸려서 화살이 튀어 버리고 제대로 맞출수가 없다. 사냥을 효율적으로 하자면 먹이로 유인하고 목을 노려서 일발필살이 가장 적은 노력으로 확실한 효과를 보는 방법이고, 발걸음이 느린 사람이 동물을 쫒아가서 활로 쏘아 맞춘다는 것은 환상임을 알아야 한다.
스포츠로서 단거리 활쏘기로 활을 쏠지라도 화살대 높이가 눈꼬리에 거하는 별절궁체야 말로 책 조선의 궁술이 이야기하는 체육에 유리한 활쏘기가 됨을 단거리를 쏘아 맞추어 봐도 명백하게 드러나 버린다.
양궁선수들이 판이좁은 양궁판에서 못견디고 국궁판으로 대거 몰려와서 활만 국궁으로 잡고 쏘기 시작한 턱밑살대 게발각지로는 체육에 유리한 활쏘기가 되지 못하고 골병들고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