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에 대한 얘기는 말고 간단한 감상으로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한강 작가가 언급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울려퍼지고 말은 행위에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서 말해보겠습니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안내할 수 있는가?' 각자 믿는 대로 대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영화 <하얼빈>을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뮤지컬 <영웅>이 영화 <영웅>으로 변용되고 또 다른 이름의 <하얼빈>이라는 영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장르를 넘어 관점을 교차하며 하나의 서사를 되풀이하여 곱씹고 또 곱씹습니다. <춘향전>이라는 서사가 그러하고 <충무공>의 삶이 그러합니다.
12.3. 계엄의 밤에 영화 <서울의 봄>, <화려한 휴가>, <꽃잎>, <택시운전사>, <행복의 나라>, <박하사탕> 등의 목록을 떠올리게 되지만 특히 <서울의 봄>은 군인들의 선택과 관련해서 우리의 의식에 간섭 현상을 일으킵니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의 기억은 또 어떨까요? 영웅주의와 결을 달리하여 인간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깊은 성찰을 할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시간에 대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용어로 구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사건은 그저 일상적으로 흘러가면서 파장의 한 요소가 되어 사라지기도 하지만 반복적으로 상기되어 재현됨으로써 그 스스로 의미의 진앙점이 되어 새로운 파장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영화 <하얼빈>에서 건진 대사 하나.
마적단 두목이 되어 자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제수씨,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살다가 길을 잠시 놓치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 되돌아갈까 망설이기도 하겠지만 영영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절망스러운 일일 겁니다. 하여 스스로 물어봅니다. 나는 길을 잃은 자가 아닌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 모두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말이지요. 우리가 모여서 사회를 이루기에 각자의 생각은 중요합니다.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