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재미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권율 장군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만, 미국사람들은 Yul Kwon하면 야성적인 배우 Yul Brynner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Yul Brynner의 출생에 대해서 여러가지 추측이 많아 찾아 보았더니 러시아인 어머니와 스위스, 몽고의 피를 받은 아버지 사이에서 우라지보스톡에서 출생, 소년기를 만주 하르빈에서 보낸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율 브린너는 자기의 출생을 신비화하기 위해 몽고의 피를 강조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Yul Kwon은 한국인 부모아래 뉴욕에서 출생, 천하수재가 모이는 Stanford 전자공학과와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Yale Law School을 나와서는 법원서기, Joe Liberman 상원의원 보좌관, Law Firm 변호사를 거쳐 남태평양 절해고도인 Cook Island에서 벌어진 Survival Game의 우승자로 등장하기까지 33세의 젊은 나이치고 이력이 지나치게 화려하다. TV Show가 진행되는 동안 그 인기가 하늘을 찔러 그 뒤에 본인을 직접 만나고 보니 오히려 너무나 차분하고 성실한 모범생인 것에 다소 실망을 느낄정도였다.
지난 3월 이곳 Silicon Valley에 있는 Asian Law Alliance라는 저소득층 아시아 사람들을 돕는 법률구조협회의 년례모임에 연사로 참석한 권율을 만났다. 주최측에서는 권율의 아버지가 참석했는데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으니 우리 Table에 같이 앉을수가 있겠느냐고 물어와서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내 옆자리에 앉도록 했는데, 알고보니 1959년에 서울공대에 입학한 우리와는 같은 년배인데다가 얼른 보기에도 샌님 engineer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범생 아버지라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듯 친근감을 전하는 그런 분이었다.
석유회사에서 유조선 설계일을 하면서 한국의 조선소에 볼일이 많아 요즈음도 자주 한국에 나간다는 이 모범생 아버지는 역시 부끄럼많고 내성적인 두 아이들을 반듯이 길러내어 훌륭하게 사회에 공헌하는 자식들을 두었으니 같은 동포로서 자랑스럽고 축하할 일이었다.
그 뒤에 권율이 email을 보내와 자기가 정계로 진출할 뜻이 있는데, 아직 지지기반이 없으니 우선 한인 컴뮤니티에서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무 힘도 없는 내 처지에서 뭘 어떻게 도운단 말인가. 한인단체 책임자를 소개해 주기로 일단 약속은 했지만, 그 뒤 여러군데 사발통문을 내어보았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럴때 한인들이 일치단결하여 사심이 없고 정직하며 앞뒤전후가 깨끗한 이런 젊은이를 적극 후원하여 지도자로 키우는 분위가가 형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가 싶다.
이곳 산호세지역의 일본 컴뮤니티에서는 보험업을 하던 Norman Mineta를 밀어줘서 산호세 市長을 거쳐 연방 하원의원과 연방 교통부장관에 이르기까지 적극 밀어줬으며, 그 뒤를 이어 위안부 결의안의 발의자로 유명한 Mike Honda의원을 역시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San Jose공항의 이름에 Norman Mineta International Airport 라고 붙여준 것은 Mineta 장관이 교통부장관으로서 재정지원을 해 준것을 기념하기 위한 배려에서 나왔으니 같은 소수계이지만 일본 컴뮤니티의 자랑이 아닐수 없다.
미국같은 다민족이 얽혀사는 나라에서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정치, 경제, 사회지도층이 넓게 형성된다는 것은 곧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므로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바로 나의 일인데도, 뒷짐지고 먼산 바라보듯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 교민사회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누를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