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13호 '산산'의 영향으로 수원에는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비가 와서 김장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그맣던 배추는 너울너울 잎이 어우러져서 푸르릅니다.
자고 나면 얼만큼씩 자라있는 배추는
쓸쓸해지는 가을을 푸르른 잎으로 감싸줍니다.
얼마전 용중 님은 배추 옆에 구멍을 뚫고
요소 비료를 일일이 주었습니다.
배추모종이 500여 개 되니까 500번이나 구멍을 뚫고 비료를 넣었겠지요.
용중 님은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밭에서 꼭 일을 하고 갑니다.
며칠 전엔 오이 넝쿨을 걷어내고 삽으로 흙을 파서 가을 파를 심었습니다.
어느 날은 돌 틈 가까이 웃자란 잔디를 낫으로 베어냅니다.
알맞게 자란 보라색 가지와 호박을 따다 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꽈리고추와 호박잎을 따 왔습니다.
10년 전엔 배추 두럭을 넓게 내어 손바닥으로 '딱 딱 딱 딱 딱'
한 두럭에 다섯 군데에 손바닥 자국을 내어 배추씨를 다섯 개 정도 놓았습니다.
씨앗은 귀엽게도 연두색 잎을 내밉니다.
배추모종이 어렸을 땐 솎아내어 된장국을 끓입니다.
조금 더 자라면 뽑아서 겉절이를 해먹습니다.
겉절이에서 조금 더 자라면 선지를 사다가
거리와 쇠고기 기름을 넣고 선지국을 끓여먹습니다.
봄배추와 가을배추로 끓여먹는 선지국은 연중 행사중의 하나입니다.
선지국 거리에서 조금 더 배추가 자라면 김장배추 하나만 남기고
열무 솎은 것과 함께 섞어 깊은 맛이 어우러지는 가을 배추김치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씨앗을 넣어 배추 모종을 길러 하나하나
밭에 옮겨 심어 배추를 기릅니다.
좁은 두럭을 내어 비닐을 씌워 배추모종을 심는 집도 있고
비닐을 씌우지 않고 흙에 자연스럽게 모종을 심는 집도 있습니다.
비닐을 씌워 배추를 심으면 배추가 가물을 타지 않고 흙에 심은 것 보다 튼튼하게 자랍니다.
배추는 잘 자라지만 비닐을 씌우면 폐비닐이 남게 되어 공해가 되는 것이 흠입니다.
우리집은 항상 비닐을 씌우는데 이용천 님은 비닐을 못 씌우게 한답니다.
무 심기도 10년 전엔 넓은 두럭을 내어 길다란 막대기에 달린 호미모양의 농기구로 골을 켰습니다.
골을 킨 곳에 무 씨를 일정하게 뿌렸지요.
너무 뵈이지도 않게 간격이 알맞도록 엄지와 검지를 비벼가며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씨를 조심스럽게 뿌립니다.
얼마 후 열무싹 이 손바닥 보다 약간 적게 자라면 열무를 솎아냅니다.
어린 열무는 데쳐내어 간장과 고춧가루, 파, 마늘,
들기름, 깨소금을 넣고 바로 무쳐 먹으면 맛있습니다.
용중 님은 가을 열무솎음 무친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뜨거운 밥에 고추장을 넣고 열무 무친것을 수북하게 얹어
썩썩 비벼 먹습니다. 식구들도 모두 맛있어 합니다.
나머지 어린 열무는 빨간 고추를 갈아넣고 물김치를 하면
연하고도 시원한 열무김치가 됩니다.
열무가 자라 무 청이 굵어지고 시퍼래지면
김장무우로 기를 것만 남기고 마지막 솎음을 합니다.
가을 무우청 김치를 합니다.
서걱서걱 맛있는 무 청 김치는 늦가을의 별미입니다.
손님들이 오면 무 청 김치가 맛있다고 밥그릇을 두 공기나 비웁니다.
작은안골 밭에 심은 무는 다음주 쯤엔 솎아내어야 합니다.
커다란 곰솥에 선지국을 하나 끓여놓고
누구를 부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