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안들 사고 아닌 장애, 지속적 개선으로 해결
[특별기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문대섭·이경철 박사
철도는 그동안 대량수송력·정시성·환경친화성·안전성 등에서 타 교통수단에 비해 월등한 우위에 있다는 점이 강조돼 온 이래 21세기 들어 고속철도의 본격 개통과 함께 르네상스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4월1일 첫 기적을 울린 한국고속철도는 철도 르네상스시대의 개막은 물론 '생활변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 즉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실현된 '1일 생활권'을 30여년만에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은 대변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국고속철도(KTX)는 개통 2주일을 앞두고 정시운행률 97%·철도 수송량 17% 증가 등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자리잡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 속에서 일부 고장과 지연운행·승객불편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열차지연·이의 보상 등에 따른 정시성 문제가 최근 쟁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7일 개정된 '철도고객서비스헌장'에서는 정시성의 목표를 여객열차의 96% 이상이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운행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 후 지난 10일까지 매일 128회씩 운행한 결과(경부 94회·호남 34회) 정시운행률은 96.5%(10분이내 도착기준)로 이 중 고속열차의 정시운행률은 평균 97.1%(4일과 9일은 100% 기록), 일반열차는 평균 95.9%를 기록하고 있다.
TGV를 20년 넘게 운행해 온 프랑스도 지난 2001년 6월 지중해선 개통 초기의 정시율은 75%에 불과했으며, 이후 6개월이 지난 2002년에 이르러서야 90%대의 정시율을 달성한 바 있다.
또 프랑스 첫 개통 노선인 TGV동남선의 경우도 1982년부터 1985년까지 평균 91.5%(3분 이내 도착기준)에 머문 바 있다.
TGV 첫번째 노선도 반년만에 90% 정시율 달성
일본 신간선의 경우 정시율에 대한 과거자료를 모두 연착일수·연착률 등으로 표시하고 있어 직접적 비교는 곤란하지만, '초기 불안정기·초기 고장기'라는 표현에서 그들도 개통 초기 운전장애 등의 문제로 정시운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신간선의 정시율은 95% 수준이고, 1개 열차의 정시도착오차는 불과 24초로 정확성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수단이라는 항공기와의 결항률 비교에서도 신간선은 0.18%, 항공기는 0.54%로 항공교통의 경우가 약 3배나 결항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독일 ICE의 경우에도 개통 초기인 1991년 6월부터 12월까지 평균 81.1%(5분 이내 도착기준)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고속철도관련 전문가들은 "차량 및 신호장애, 특정구간의 속도제한 등에 따른 고속열차의 지연·연착 등은 안정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것으로 정시운행률이 점차 향상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정화 초기단계에선 지연·연착 불가피
지난 12일 오후 일본 간사이대학 상학부의 아베세이지(安部誠治/일본교통권학회부회장/'신간선은 위험하다'의 저자)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개통 초기 한국의 고속철도 운전장애·지연 등에 대해 "현재의 한국고속철도는 사고(accident)가 아닌 장애(incident)이며, 초기 고장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1964년에 214건, 1965년에 251건의 운전장애가 발생하는 등 개통 초기 2년동안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당시의 운전장애를 경시하지 않고,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이에 대처한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신간선의 운전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1968년 '신간선 운송장애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종합적인 조사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도 현재의 운전장애를 경시하지 말고, 이에 대한 자료를 전부 수집·분석해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고속철도가 프랑스와 다른 지형 조건에서 운행하는 것을 감안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역방향 좌석으로 인한 논란 또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역방향 좌석이 구토증세나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니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과 좌석배치 변경시 1200억원 이상의 개조비용이 추가로 소요됨은 물론 이를 여객의 운임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칼스루헤대학교의 더크 쭘켈러(교통연구소장) 교수는 지난달 28일 인터뷰를 통해 차량의 구조·배치와 관련 "최근 개발돼 쾰른-프랑크푸르트간을 운행하고 있는 ICE-3형은 철도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좌석을 배치(4인실·단체승객을 위한 살롱)했다. 그 결과 프랑스에 비해 차량제작비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고속철도 사업비 증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테러 의식 및 대국민 경보체계 부족
아울러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들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관련 테러사건의 발생사례가 없어 국민의 대테러 의식 및 대국민 경보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스페인 고속철도 선로변 폭발물 발견 등을 계기로 철저한 테러 대비태세 강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는 응급환자 발생시 기존 일반열차 운행 때와 같은 절차대로 처리하고 있으나, KTX 이용여객의 경우 현행보다 더 나은 구호수준의 요구가 예상되므로 항공수준과 같은 구호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속철도 개통 10일이 지나면서 고속철도로 인한 파급효과·절감효과·반나절 생활권·첨단기술과 효율성·안전성·편의성 등은 이미 방송이나 지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용어가 됐다.
지적된 문제점 개선 및 대책 필요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당장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는 주요 외국의 경우와 같이 지속적인 개선방안과 대책마련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프랑스에서 개발된 상품을 들여옴에 따라 발생하는 특정한 불만(좌석방향·모니터·좌석간격) 등에 대해서도 우리의 환경에 맞게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통상황은 외국의 고속철도 개통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교통시스템 네트워크의 발전전략과 국내외 여건 등이 그러하다. 이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사업이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통해 향후 한국 철도의 100년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속철도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너무도 많다. 많아서 넘치기 일쑤이다.
이번 고속철도 개통의 경우도 그러하다. 이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도 생각해 보아야 하고 지난 10여년간의 건설과정에서의 노력을 돌아보는 자세도 함께 필요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 개통 열흘이 지나 운행의 오류나 문제점 지적을 통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속철도의 치명적이거나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닌 이상, 고속철도의 개통을 축하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개통과 함께 우리 기술로 설계·제작돼 최근 시속 310㎞ 시험운행을 돌파한 우리의 희망, '한국형 고속철도'를 어떻게 하고, 그 다음은 무엇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