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듣는 슈베르트의 음악이 애절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제는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화곡에 들러 단체복 티셔츠 샘플을 드린 다음 최종 결정을 하도록 보여드리고
뒤돌아 서서 바로 김옥선 회장과 함께 한일 선발전이 열리고 있는 올림픽 코트로 왔다.
화곡은 방선정과 김여희가 8강에 오른 상태였는데 12시경 방선정은 벌써 가방을 싸 게임종료
상태였고 김여희만 최종 2위 결정전을 하고 있었다.
김여희팀은 상대방에게 1대 4로 밀리고 있었는데 역전을 거듭하며 5대4로 리드,
이기고 있는 스코어에서도 급한 마음에 이지에러를 몇개 하더니 그대로 타이브래이크까지
가게 되었다. 타이에서도 역시 3대0으로 먼저 리드를 하고 있었는데 무엇이 그토록
급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여희팀은 그대로 무너져 결국은
최종 4강에 오르지 못하고 포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 경기를 지켜보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젊은 김여희가 매우 발리가 탄탄해 졌다는 것!
작년 까지만 해도 스트록 위주의 경기를 했는데 이제는 과감한 발리 공격을 하고
코스도 다양해서 발리로 포인트를 자주 따고 있었다는 것,
괄목할 만한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2년후에는 꼭 한일 선발전의 주인공이 될 것 같은 화려한 희망을 뿌리칠 수 없었다.
여희가 떠난 후 최종 4강에 오른 선수들이 순위 결정전을 하며 1,2,3위까지 결정이 났는데
뭔가 확실한 위닝샷이 있는 선수들이 강세였다. 예를 들면 엔돌핀의 김영미씨나 풀잎의 나문임씨는
어떤 샷이든 포핸드로 돌아 강한 공격을 하는데 그 샷에 다들 녹아나고 있었다.
테니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천후로 모든 부분이 완벽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상황이라면 발리면 발리,
스메싱이면 스메싱, 포핸드면 포핸드를 자신만의 주 무기로 장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임이 종료가 된 후 김여희팀과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던 팀들에게 인터뷰하자
타이브레이크에서 0대 3으로 지고 있었지만 결코 게임에서 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들더란 말을 했다.
그만큼 그 팀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게임중의 여유란 테니스 연륜이 어느 정도의 임계량을 넘어서야 그 여유를 갖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김여희같은 선수들은 더욱 더 희망적이다. 아직은 젊고 테니스 구력이 짧기 때문이다..
모처럼 타이트한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 때 열정을 다 받쳤던 그 테니스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돌아오면서 잠깐 딸네 집에 들러 서준이를 보았다.
늘 무언가에 집중하는 그 녀석을 내 품에 안기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아래는 테니스코리아에 실을 기사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인 3월 5일, 올림픽 코트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 열리고 있었다. 올해로 32주년을 맞는 한 일 교류전에 한국 아마추어 대표 선수로 뛸 선수 선발전이 열리고 있었으니 그 현장은 갤러리들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라켓을 잡은 선수들은 누구나 대표 선수로 선발되기를 소망하지만 누구나 다 뽑히지는 않는다. 얼음을 뚫고 새순이 돋는 봄의 기적처럼 언젠가는 한국 아마추어 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집념을 가지고 노력한 사람에게만 오는 행운이기도 하다.
전날 총 29팀 참석한 예선 리그에서 이미 여섯 게임씩을 뛰고 최종 8강에 오른 선수들은 다시 두 박스로 나누어 조별 리그를 했다. 그 리그에서 총 네 팀을 선발하여 순위 결정전을 거친 다음 최종 세 팀이 발탁이 되는데 페드컵 국가대표 선발전 못지않게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화해 내기 힘든 과정이었다.
참가자 중 합산나이가 가장 많았던 정주희 문창선조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쳐야 했다. 3, 4위 전에서 박미애 조성자팀을 이기고 최종 3위로 발탁이 된 이 팀은 “선발전을 뛰어야 겠다는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었는데 클럽 선배들이 꼭 한 번은 대표선수가 되어 볼 만하다고 권해서 출전했다. 그런데 의외로 양 이틀 열 세게임 소화시키기도 어렵고 다들 실력이 뛰어나 상당히 벅찬 경기를 했다”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네 팀 풀리그에서 김여희 주명옥조를 만나 4대0으로 이기다가 역전당해서 겨우 타이브레이크에서 위기를 뚫고 2위로 선발 된 김정수 나문임조는 “그 순간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든든한 파트너 십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1위로 선발된 김영미 홍수진조는 다음날 있을 단체전 연습 삼아 편안하게 출전한 팀이다. 꼭 선발되겠다는 각오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풀어 가다보니 의외로 큰 고비 없이 좋은 성적이 나 얼떨떨하다고 했다. 김영미의 강한 포핸드와 홍수진의 빠른 공격이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양 이틀 펼쳐진 모든 경기가 종료 되었지만 몇 포인트의 이지에러로 탈락이 된 참가 선수들은 아쉬움으로 쉽사리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서로 서로 파트너끼리 미안하다는 사연을 전하면서도 2년 후 다시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올해로 6년 째 한일 선발전을 지켜보며 진행했던 김순미 심판위원은 “예전에는 노련미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젊은 선수들의 참여가 늘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실력이 평준화 되었고 매너도 좋아져 심판위원들의 콜에 대해서도 인정을 빨리 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선발된 모든 선수들과 진행위원들은 연맹 사무실에서 올해 나이 86세인 배준영 회장님을 만나 따뜻한 위로와 축하의 메시지를 들었다. 배 회장은 “제32회 한일 교류전에 뛸 선수로 선발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 당선 되었듯이 한 가정의 주부인 여러분들이 우먼파워답게 건강하게 열심히 운동해서 가정을 더욱 더 충실하게 이끌어 갈 것임을 믿는다”며 여전히 윤기가 흐르는 청청한 목소리로 축하를 해 주었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은 5월 30일에 올림픽 코트에서 제32회 한일 교류전 대표선수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를 하게 된다. 승리의 기쁨이 큰 에너지가 되어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본다.
결과
선발된 선수 명단
1위 김영미 홍수진 (엔돌핀)
2위 김정수 나문임 (목원, 풀잎)
3위 문창선 정주희 (수원어머니, 풀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