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의 연가
문병란 낭송 황 은환
나는 땅이다
길게 누워있는 빈땅이다
누가 내 가슴을 갈아 엎는가?
누가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가?
아픔을 참으며
오늘도 나는 누워있다
수많은 손들이 더듬고 파헤치고
내 수줍은 새벽의 나체위에
가만히 쓰러지는 사람
농부의 때묻은 발바닥이
내 부끄런 가슴에 입을 맞춘다
멋대로 사랑해버린 나의 육체
황토빛 욕망의 새벽위로
수줍은 안개의 잠옷이 내리고
연한 잠속에서
나의 씨앗은 새 순이 돋친다
철철 오줌을 갈기는 소리
곳곳에 새끼줄을 치는 소리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새벽마다
연한 내 가슴에 욕망의 말뚝을 박는다
상냥하게 비명을 지르는새벽녘
내 아픔을 밟으며
누가 기침을 하는가
5천년의 기나긴 오줌을 받아먹고
걸걸한 눈물을 받아먹고
슬픈 씨앗을 키워온 가슴
누가 내 가슴에다 철조망을 치는가
나를 사랑해다오 길게누워
황토빛 대낮속으로 잠기는
앙상한 젖가슴 풀어헤치고
아름다운 주인의 손길 기다리는
내 상처받은 묵은 가슴위에
빛나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다오
짚신이 밟고간 다음에도
무신이 밟고간 다음에도
군화가 짓밟고 간 다음에도
탱크가 으렁으렁 이빨을 갈고 간 다음에도
난 다시 땅이다
아픈 맨살이다
철철 갈기는 오줌소리 밑에서도
온갖 쓰레기 가래침 밑에서도
나는 다시 깨끗한 땅이다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아픔이다
오늘 누가 이땅에 빛깔을 칠하는가
누가 이땅에 멋대로
선을 긋는가
아무리 밟아도 소리나지않는
갈라지고 때묻은 발바닥 밑에서
한줄기 아픔을 키우는땅
어진 백성의 똥을 받아먹고
뚝뚝 덜어지는 진한 피를 받아먹고
더욱 기름진 역사의 발바닥밑에서
땅은 뜨겁게 뜨겁게 울고있다
카페 게시글
-- 앤솔로지
땅 의 연가 문병란( 황은환샘)
하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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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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