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애호가인 하모(여·48)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3.3㎡(1평)짜리 창고를 빌렸다.
강남의 집과 사무실에 흩어져 있던 그림 20여점을 한데 모아 개인 미술품 수장고를 만들기 위해서다.
집에서 창고까지 차로 20분. 창고 이용료는 매월 15만원이다.
하씨는 "그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창고가 도심에 있어서 필요할 때 금방 그림을 꺼낼 수 있다"며
"집 외에 나만의 비밀 공간이 생긴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홍콩에 발달해 있는 '퍼스널 스토리지'(개인용 창고)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아웃소싱업체인 스탭뱅크는 올 4월부터 서울 여의도백화점 10층에 개인 창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560㎡(170평) 규모에 방(3.3㎡) 15개, 소형 캐비닛(가로 90㎝·세로 60㎝·높이 1m) 15개,
대형 캐비닛(가로 90㎝·세로 60㎝·높이 1m90㎝) 80개가 있다.
지문인식장치와 습도·온도 유지장치도 갖췄고 요금은 월 6만~1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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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6일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백화점 10층에 문을 연 도심형 창고‘시티스토리지’내부 모습. 앞에 보이는 대형 캐비닛 이용료는 월 9만원이다./스탭뱅크 제공
이용객은 겨울옷을 보관하려는 주부부터 사무실을 옮기면서 둘 곳 없어진 서류를 싸들고 온 회계사무소까지 다양하다.
현재 방 4개와 캐비닛 3개가 임대 중이다.
스탭뱅크의 양지훈 이사는 "아직 이용객이 많지 않지만 점차 문의가 늘고 있다"며
"아내 몰래 피규어(figure·플라스틱 장난감)나 낚싯대를 보관하고 싶다는 남성 직장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도심형 창고는 해외에선 성업 중이다.
미국 시티스토리지는 법률회사와 병원은 물론 정부기관 서류까지 보관하며,
일본 테라다사는 지하철역 주변 빌딩을 통째로 빌려 자전거 등 취미용품이나 옷, 와인을 맡아 준다.
양지훈 이사는 "도심형 창고를 이용하면 집이나 사무실 구석에 버려지는 물건을 줄이고 재활용 촉진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창고 이용자들이 보관 물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중고 거래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