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빛나는 친구
글/그림: 이세현
* 읽고 개작한 이의 감상 👩🦯
한국적이면서 정감 있는 소재를 잘 살린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현대의 모습, 조금은 쓸쓸한 시골 분위기도 녹아 있다.
<나의 빛나는 친구>의 주인공 도깨비 도롱이는 지프라기에서 태어났다. 옛날에는 이 지프라기가 많은 생활 용품에 쓰였다. 지붕을 만들고, 멍석을 만들고, 창문을 가리는 발도 만들고, 비 올 때 걸치는 비옷 도롱이도 짚으로 만들었다.
도깨비는 사람들의 생활감이 묻어나는 물건이나 소재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도롱이가 지프라기에서 태어난 것도 꽤나 잘 들어맞는 설정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지프라기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를 반영하듯 도롱이는 홀로 외롭게 지낸다. 유일한 위안은 까만 밤을 밝히는 별을 보는 것.
🔎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도롱이에게 무엇이었을까? 어떤 의미였을까? 외루움으로 깜깜한 나날 속에서 희망을 품게 만드는 그 무엇이었던 걸까.
그런 도롱이 앞에 별처럼 빛나고 반짝이고, 어쩌면 별보다 더 화려한 자판기가 나타난다. 도롱이는 자판기에게 매료되어 친해지려 하지만, 자판기는 그저 가만히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러다 두더쥐의 조언에 자판기와 친해질 힌트를 얻은 도롱이는 산사를 지키는 해태와 잡상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친구를 만난다. 고즈넉한 산사에도 뭔가 신비로운 존재가 숨쉬고 있다는 인상이 들어 참 동양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롱이가 사귀게 된 친구 별똥이와 처음부터 잘 맞은 건 아니다. 오히려 별똥이의 서투름 때문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때 도롱이가 화를 내고 돌아섰다면 이야기는 어땠을까?
하지만 도롱이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별똥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 별처럼 반짝이고 빛나는 소중한 관계의 시작은 공감이라는 걸 시사하는 것 같다.
도롱이는 어느 할아버지가 살던 집 마당에서 태어났어요. 정확하게는 마당 한쪽에 놓인 볏짚에서 태어났지요.
“혼자 있는 건 심심한 일이구나.”
도롱이는 밤마다 동그마니 앉아 별을 봤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우와, 별보다 더 빛나잖아. 반짝반짝 예뻐!” 💟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빛이 나타났어요. 네모낳고 알록달록 반짝반짝 빛났지요. 도롱이는 커다랗고 환한 자판기에 푹 빠져 들었어요.
“안녕, 저, 오늘은 엄청 큰 솔방울을 가져왔는데. 마음에 안 드니?”
자판기와 친해지려 매일같이 찾아갔어요. 갈 때마다 반짝이는 조약돌, 예쁜 꽃 같은 선물을 들고서요. 하지만 자판기는 시큰둥했어요. 🎁
“저번에 보니까 걔는 동그랗고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거 같던데.” 🪙
두더쥐가 심드렁하게 말했어요.
“동그랗고 반짝이는 거? 그거라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 고마워, 두더쥐야!”
도롱이는 고마운 마음에 도토리를 잔뜩 건넸어요. 그리고 너른 들을 지나 굽이굽이 강을 건너 가파른 산에 올랐지요. 꼭대기에 다다르자 산사 입구가 보였어요.
“안녕, 지프라기 도깨비야.”
“이곳에는 무슨 일이니?”
산사를 지키는 해태들이 도롱이를 맞아주었지요.
“저기 동그란 등불을 좀 나눠 줄 수 있니?”
도롱이가 조심스레 부탁했어요.
“이 등불은 함부로 꺼낼 수 없어.”
“등불을 만지면 넌 타 버릴지도 몰라.”
해태들이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어요. 도롱이는 실망했지요.
“누구야? 왜 왔대?”
“나도 몰라.”
그때 지붕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어요. 고양이, 도깨비 등 옹기종기 모인 잡상들이었지요.
“저기, 나는 동그랗고 반짝이는 걸 찾고 있어. 혹시 본 적 있니?”
“그거 별이잖아.”
“저기 별똥을 찾으러 가면 되겠네.”
잡상들이 가리킨 곳에서 별똥 하나가 긴 꼬리를 뻗으며 떨어지고 있었어요. 도롱이는 별똥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지요. 커다란 구멍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났어요. 구덩이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 “도와줘!”
도롱이는 짚을 꼬아 새끼줄을 만들어 던졌어요.
“잡았다!”
온 힘을 다해 새끼줄을 잡아 당겼지요.
“안녕! 반갑다! 난 별똥이야.”
“난 도롱이라고 해.”
별똥이가 말을 할 때마다 별빛이 환하게 반짝였어요.
“저기, 자판기랑 친구가 될 수 있게 도와줄래?”
도롱이가 부탁하자 별똥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어요.
“난 밤하늘의 별만큼 친구가 많아. 자판기쯤은 금방 친해질 수 있지!”
도롱이는 별똥이를 자판기에게 데려갔어요. 드디어 자판기와 친구가 될 수 있다니, 도롱이는 무척 설렜지요.
“지금 당장 이 녀석이랑 친구가 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별똥이가 마구 소리쳐도 자판기는 꿈쩍하지 않았어요.
“내가 혼내 준다고 했지!”
별똥이는 자판기를 앙앙 물어뜯고 쾅쾅 걷어찼어요. 자판기는 잔뜩 겁을 먹은 것 같았지요. 달그락달그락, 음료수 캔을 잔뜩 쏟아내더니, 빛을 깜빡거리다 그대로 꺼져 버렸어요.
“이게 뭐야. 난, 자판기랑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도롱이는 주저앉아 눈물만 뚝뚝 흘렸어요. 별똥이를 보면 미운 말을 할 것 같았지요. 그래서 별똥이에게 듵을 돌리고 있었어요.
“엣헴~ 저기, 여보세요. 잘 들려?”
그때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들려왔어요. 등 뒤에서부터 도롱이의 눈앞으로 새끼줄에 연결된 캔 음료가 나타났지요. 캔은 텅 비어 있었어요. 대신 그 캔에서는 별똥이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음, 저기 말이야. 사실 나,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
별똥이가 새끼줄과 캔 음료로 실전화를 만든 거였지요. 캔 음료를 통해 들리는 별똥이의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나도 어떻게 해야 친구가 되는지 잘 몰라. 미안해.”
도롱이는 혼자 별을 보던 밤이 떠올랐어요.
‘별똥이도 외로웠을까. 나처럼? 그래, 자판기와 친해지려 노력한 나처럼, 별똥이도 잘해보고 싶었을 거야.’
도롱이는 별똥이를 마주 보았어요. 그리고 가만히 용기 내어 말을 건넸지요.
“나랑 친구할래?”
“근데 친구랑 뭐해?”
별똥이가 물었어요. 도롱이는 방긋 웃었어요.
“함께 할 게 밤하늘의 별만큼 아주 많아. 우리 먼저 자판기를 달래주자.”
첫댓글 친구 사귀는건 , 지금도 어색하지. 마음에서 이끌리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해.
친구가 되면 소중히 지켜주는 노력도 필요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