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역학을 설명하는 유명한 미분방정식이 있다. 바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다.
하나의 방정식(벡터방정식, 성분으로 따지면 3개의 성분)만 본다면 뭐 그리 어려울 것도 갖지 않다. 저 식을 그냥 풀어서 답이 나오면 그게 유체역학을 푼 거잖아...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인 듯 싶다. 100년도 더 전에 유도된 나이에-스토크스 방정식, 그 식 하나만 풀면 우리는 유체역학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안 풀리는 것일까?
이 문제는 미국의 클레이 연구소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풀렸을 때에 세상의 큰 발전을 이루어 놓을 문제로 뽑아 놓은 문제이다. 그동안 숫한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고민을 해보았고, 지금도 고민하는 문제가 이 문제이니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이 많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한번쯤 이 문제가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에 그 문제를 아주 자세히, 깊게 이해하지 않고는 그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려운 문제의 경우는 보통 그 문제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도 예외는 아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그냥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유체역학 현상들을 생각해보자. 강물이 서서히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고, 경사있는 개울에서는 물이 회오리나 급한 격류를 만들면서 흘러간다. 운동장에 서있을 때 부는 바람은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가끔은 뜬금없이 회오리를 만들어 먼지를 쓸어올릴 때도 있다. 태풍이 만들어내는 강한 바람도 있고, 연을 날릴 때 딱 알맞게 불어주는 바람도 있고, 거대한 태평양에서부터 이어진 거대한 바다와 그 위를 타고오는 쉼없이 흔들리는 파도도 있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바라보면서 이러한 온갖 유체현상들을 바라볼 때에 과연 인간이 이러한 유체역학적인 현상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에 정말 의문이 든다.
우리가 유체역학을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으로 바라보지 않고, 주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실제 현상들을 바라보았을 때에 그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어떻게 이러한 유체역학의 현상들을 표현해 낸 것일까?
우리는 하나의 입자가 운동할 때에 이 입자는 뉴턴의 운동원리를 따라 운동한다고 이해한다. 즉 입자의 속도의 변화는 입자에 가해지는 힘과 비례하여 운동한다. 이 하나의 입자(아주 작은)의 운동을 풀기 위해서는 세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 혹은 하나의 벡터 방정식이 필요하다. 이 방정식은 입자의 운동과 가해지는 힘의 관계를 표현하는 뉴턴의 방정식이 될 것이다.(작은 입자에서 회전운동은 무시한다.)
그렇다면 입자가 두개라면 이 두개의 입자의 운동을 쫓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두쌍의 3개의 방정식들, 즉 6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 혹은 2쌍의 벡터방정식이 필요하다.
만약 입자가 세개라면 우리는 9개의 방정식으로 3개의 입자의 각각의 운동을 설명할 수가 있다.
만약 입자가 100만개라면 우리는 300만개의 방정식이 필요할 것이고, 3개의 방정식이 하나의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100만개의 입자들의 움직임을 다 이해하고자 한다면 저 300만개의 방정식을 풀어야하는데 어떻게 풀지?
만약 이 300만개의 입자가 전부 서로 연결되어서 상대적으로 고정된 위치에 묶여진 덩어리라면, 즉 강체(Rigid body)라고 한다면은 우리는 이 300만개의 방정식을 6개의 방정식으로 줄여낼 수가있다. 즉 300만개의 입자들의 모든 운동은 이 덩어리로의 3개의 병진운동 방정식과 3개의 회전운동 방정식으로 다 이해해 낼 수가 있다. 그렇기에 강체라고하는 딱딱하게 위치가 굳어있는 덩어리로서의 물체는 그 물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입자들의 운동을 기술하는게 굉장히 단순화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고체역학이나 동역학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공기나 물은 어떠한가. 물은 더이상 강체가 아니다. 물의 덩어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서로 상대적으로 위치가 변화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이상 6개의 식으로 물의 모든 입자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 즉 100만개의 입자가 있다면 우리는 300만개의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하나의 벡터방정식(3개의 방정식)으로 이러한 물의 움직임을 설명해 낼 수 있을까? 거기에는 바로 연속체(continuum)이라는 가정이 들어가면서 강체처럼의 아주 희한한 단순화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단순화가 가능하여 다룰 수 있는 식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데에 실마리가 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하나의 입자의 운동을 추적하는 방정식이 아니라 물이 있는 영역에서 정의된 부드러운 속도장(smooth vector field)의 변화를 추적하는 방정식이라는 것이다.
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유체의 움직임이 연속되어 부드럽게 변화한다는 가정으로 입자 하나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않고, 각 지점에 있는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벡터장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300만개의 서로 독립적인 방정식이 아니라 3개의 방정식으로 문제를 단순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푼다는 것은 결국 저 300만개의 입자의 운동을 연속체라는 제한조건만으로 풀어낸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이 밝혀진다면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마 획기적으로 경제적인 자동차, 배, 비행기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아마 스스로 날아다니게 될 지도 모른다. 태풍의 정확한 경로를 예측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사막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가정은 솔직히 허무맹랑한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의 과학의 발전을 보면, 포앵카레부터 시작으로 자연계의 운동은 우리가 그 운동의 원리를 정확히 알고있고, 정확히 풀어낼 수 있다고하여도 너무나 복잡하고 비규칙적인 카오스적인 운동을 하기때문에 결국은 정확한 예측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해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오스적인 문제를 떠나서 유체운동의 이해는 아직도 거대한 미개척의 분야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문제이며, 수많은 응용이 가능한 분야이다. 그렇기에 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풀어낼 가능성이 있는 접근들이 계속 시도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