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
김해공항에 빗방울이 제법 세차게 내린다. 장맛비이다. 마음은 이미 졸업여행지인 제주도로 향하고 있는데 기내에서는 기상악화로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만 계속 나오고 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을 향해 제주행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항을 떠나 대기권을 통과할 때도 대기불안정으로 기체는 몇 차례 술렁였고 그렇게 해서 도착한 제주공항은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는 듯 더 이상 비를 뿌리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외로운 여행자의 몫이다.
오주 교수님을 위시한 우리 13명의 여행자에게 비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다.
고등어조림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첫 번째 여행코스인 우도로 향하는 순간 가슴이 설렌다. 섬 속의 섬이라.. 제주도를 여러 번 와보았지만 우도는 처음이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여객선을 타고 약 20~30분을 가면 우도에 도착한다. 거기서 다시 버스로 몇 분을 가니 유명 음료수 광고 촬영지인 산호해수욕장에 다다른다.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규모 면에서는 보잘 것이 없을지 몰라도 사진속에 담긴 일행들의 표정은 광고사진 속의 모델 부럽지 않은 행복한 모습들이다.
그렇게 우도를 한 바퀴 돌고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섭지코지!
‘좁다’라는 뜻의 섭지와 ‘뾰족하다’라는 뜻의 코지의 제주방언이라 한다. 그림 같은 언덕과 푸른 바다의 조화가 빼어나 제주도에서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이기도 한데, 드라마 「올인」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특히 드라마 속 여주인공(송혜교)이 생활했던 수녀원 세트장이 색다른 볼거리였는데 지금은 과자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야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너의 손 잡은 채 나는 울고만 있었지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라고
그땐 우린 서로 웃을 수 있을 거라고
긴 기다림은 내겐 사랑을 주지만
너에겐 아픔만 남긴 것 같아
이런 날 용서해
바보 같은 날
.............................. ‘
드라마 OST를 부른 가수는 고인이 되었지만 이효리는 제주도에 이민을 와 세상을 착하게 만드는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한다. 아티스트다운 아름다운 삶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앉아 밤늦은 시간까지 교수님과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서 인생이 바뀐 사례를 들면서 우리학교와 학과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주신다.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도 충고해 주신다.
각자 둘러 앉아서 현재 힘든 점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인생의 목표 등을 논하며 제주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아카데믹하게 저물어갔다.
6.25.
여행 둘째 날, 유리의 성과 올레코스, 수목원테마파크, 서커스월드를 관광하고 제주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나이트도 구경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제주여행의 이벤트도 여기서 촉발되었다.
자유와 정의와 도덕과 질서를 힘껏 외치며 저마다 존재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몸부림으로 제주에서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6.26.
여행 마지막 날, 에코랜드, 성읍민속마을, 선녀와 나무꾼을 거치며 졸업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당초에 일본여행을 계획하였으나 여행지 인근지역인 구마모토에 4월 14일 6.5의 지진과 4월 16일 7.0의 규모로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선회한 제주도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이제 대학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할 졸업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섬이 되었고 해마다 6월이 되면 제주도에서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될 것이다.
첫댓글 대표님의 글 솜씨 짱입니다요~~^^
좋은추억 다시 한번 떠 올려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저도 잘읽었습니다 ...그때 그순간을 함더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난 젤 좋았던곳이 신발 벗고 물속에서 잠시동안 놀았던게 잊지못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