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바리톤 김동규의 재치 넘치는 CBS FM 프로그램 진행에 귀 기울이며 주말판 신문을 읽던 때가 있었다. 작가가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읊는 처지에 제법 전문가적인 소양이나 지닌 양 폼을 잡는 여느 진행자들과 달리,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을 소개할 때는 본인의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첫 부분 몇 소절을 신나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유럽 프로축구팀을 뛰었던 우리 선수가 우리 대표팀과 유럽 어느 팀 간의 경기해설을 하는 것과 방불하게 본인의 유럽무대 경험을 살려 구수하게 얘기를 푸는 탓에 작가 원고가 아니라 100% 본인의 애드립으로 진행하는 느낌까지 받곤 했다.
지금은 KBS 제2FM으로 옮겨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클래식, 팝, 재즈, 심지어 우리 대중가요까지 두루 소개하는데, 진행방식이 그전과는 좀 달라져서 나는 전처럼 열심히 찾아 듣지는 않는 편이다. 대중가수 이동원씨와 “향수”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밀려나야 했던 박인수교수에 비하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그래 저래 나는 이 양반을 무척 좋아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남성 4중창 결혼식 가수들이 많이 불러서 결혼식 축가 18번이 되기도 했지만 10월에는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유명한 잊혀진 계절 다음으로 잘 팔리는 노래가 된 듯하다. 김동규씨가 불러야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워낙 김동규씨 노래이다. 노르웨이의 Secret Garden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Serenade to Spring에다 국내 작사가를 시켜 제목도 바꾸고 가사도 붙여 김동규씨가 처음 불렀다. 무대를 빛내기 위해 초청한 김동규씨가 이 노래를 5월에 부르게 되면 공연 포스터는 “5월의 어느 멋진 날에”, 9월이면 “9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 인쇄되어 붙는다. 그러니 일년 열두 달, 제목 첫 한 두자만 갈아 붙이면 다 써먹는다.
결혼식 가수로 학비와 용돈을 버는 김동규씨 제자들이 스승에게 그래서 감사한단다. 김동규씨가 이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는 그 전 해에 이혼한 아내와 아들을 이태리에 남겨두고 귀국했을 때라니까 노래가사는 그의 희망사항이 담긴 셈인가. 처자식이 없어 시간이 남아 도는지, 목공솜씨가 가구점을 차려도 굶지 않을 정도라는 것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아마 이 노래 하나만 갖고도 저작권 수입이 장난이 아니지 싶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첫댓글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인디,,, 그랬습니다.
가사도 그렇고 마치 결혼축가를 의식해서 만든 곡 같네요. 잘듣고 갑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02 06:49
캡!!!
재생 기간이 만료 되었네요.
다시 좀 올려 주세요.
기한없이 무한정 들으실 수 있는 것을 새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