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예수님
피에트로 페루지노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 1445-1523)는
초기 르네상스를 이끈 움브리아 출신 최고의 화가다.
그는 라파엘로의 스승이고,
움브리아의 주도인 페루자 출신이기에 페루지노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1481년 여름에 교황 식스투스 4세의 요청으로
산드로 보티첼리,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코시모 로셀리,
루카 시뇨렐리와 함께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들을 그렸다.
화가들은 마주보는 벽에 모세와 예수님의 일생을 그렸다.
이 그림의 목적은 구약에서 예고되고 신약에서 계시되어
성 베드로의 계승자들에 의해 영존하게 된 그리스도의 교회를 찬양하는 것이었다.
페루지노가 그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예수님>은
마태오복음 16장 13-20절이 그 배경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반석이라 명하셨고 그 반석 위에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셨다.
페루지노는 바로 이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예수님은 천국의 열쇠를 베드로에게 맡기고,
베드로는 무릎 꿇어 천국의 열쇠를 받고 있다.
그런데 베드로는 왼손을 자기 가슴에 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제가 감히 이 열쇠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 것 같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주신 열쇠는 두 개가 아닌가?
하나는 천상의 열쇠요, 또 다른 하나는 지상의 열쇠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비록 지상에 살지만
하늘나라를 위해 일할 것을 명한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고 있는 황금열쇠를 잡고 있는가보다.
천국의 열쇠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용서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용서하는 권한을 베드로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면서 말씀하셨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오 16,19)
그래서 열쇠를 주었을까?
열쇠는 잠근 것을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과 베드로 주위에는 다른 사도들과 당대의 시민들이
증인처럼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예수님의 등 뒤 다섯 번째에서 돈 주머니를 만지는 사람이 유다다.
그런데 그의 머리 위에도 다른 사도들처럼 후광이 있지 않은가?
유다도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에는 성인이었다.
그러나 스승을 배신하고 그분을 떠나자 악마의 하수인이 된 것이다.
또 오른쪽 끝에서 다섯 번째 인물이 화가 자신이다.
그런데 그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관객을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자기도 이 놀라운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경에는 예수님의 생애 중에서 성전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을 말해준다.
왼쪽은 성전세고 오른쪽은 돌팔매질이다.
왼쪽 중경을 보자.
바리사이들이 예수님 뒤에서 그분께 올가미를 씌우려고 의논하고 있고,
군인들은 창과 방패를 들고 예수님께 동전을 내밀고 있다.
예수님은 동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초상과 글씨는 누구의 것이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황제의 것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오 22,21)
오른쪽 중경을 보자.
사람들이 예수님 주위를 원형으로 둘러싸 돌을 던지려 하고,
예수님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데 오른쪽 귀퉁이에서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그분을 잡아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께서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셨으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구나.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보라, 너희 집은 버려져 황폐해 질 것이다.”(마태오 23,37)
그래서 구약의 성전은 파괴되었고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워졌다.
예루살렘의 성전은 무너지고 로마의 성당이 세워졌다.
그래서일까?
후면 중앙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이 양쪽에 서 있다.
그는 교회에 신앙의 자유를 선포한 황제이고,
그로 말미암아 가톨릭교회가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당은 파란 진주 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하늘과
수많은 금빛 평행선과 수직선으로 나눠져 있는 땅을 연결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교회가 천상과 지상을 이어주는 다리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교회의 수장인 베드로가 예수님께 천국의 열쇠를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