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상제(皇天上帝)11-통권148
“이런 니기미, 젠장할!”
“….”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이제 석 달째다.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들어가보아야….”
“참아!”
잔폭광마는 라혼이 천호의 물속으로 들어가 소식이 없던 바로 그날부터 주군의 뒤를 따르겠다며 하루에도 열 번씩 얼음장 같은 물속으로 뛰어들려 했다. 그런 잔폭광마를 말리는 것은 언제나 지심이었다.
“야! 넌 걱정되지도 않냐?”
“주인은 저 물속에서 살 수 있지만 너는 들어가면 죽어!”
“이런 망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알아!”
독점도는 그냥 보기에는 바위섬이었다. 주변에 잡아먹을 물고기가 없어 물새조차 살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이곳을 거점으로 삼았던 자객교 인물들이 여기저기 뚫어놓은 비밀 통로와 아직까지 남아 있던 함정을 제거하는 작업을 끝내자 잔폭광마와 지심을 비롯하여 200여 명의 인원들은 하릴없이 소일(消日)해야 했다. 이들이 여기에 발이 묶인 이유는 라혼이 물속으로 들어간 지 사흘이 지난 후 소용돌이치는 와류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바뀌고 그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독 안에 갇힌 쥐 꼴인 그들이 석 달째 굶주리지 않은 이유는 네 척의 배에 나뉘어 실려 있고 백호영의 무장에 의무적으로 지닌 유락과 포육을 비롯한 비상 식량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나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휴우~! 주군도 주군이지만 이러다가는 우리가 먼저 굶어 죽겠다.”
“오차 장군에게 이곳의 사정을 알렸으니 도움을 줄 거다.”
잔폭광마는 지심의 말에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용호왕부에는 오차를 비롯해 작도인, 응소매가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기 때문이었다. 오차는 까마귀이고, 작도인은 까치, 응소매는 매였기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셋의 능력이라면 이곳에 있는 207명의 인원과 네 명의 그 귀엽지 않은(?) 토지신들을 섬에서 빼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잔폭광마를 비롯한 대수영 소속의 수군들은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으나 백호영과 특히 지심은 자객교의 자객들이 키워지던 이곳이 무척 흥미로웠다. 지심은 현재 남례성 남례 일족의 대야였다. 자객의 훈련을 받았던 지심은 남례 일족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자객교의 수련장 흔적에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백호영들은 남례성 귀림의 토지신들이 자객교가 자객들을 훈련시키는 기관을 복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잔폭광마는 그런 자객교가 만들어놓은 관문을 간단하게 통과했고, 선원 출신인 수군들은 애당초 관문에 들 실력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라혼에게 잊혀진(?) 또 하나의 존재들은 천호 한가운데 있는 섬에 갇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역시, 들어가보는 것이….”
“안 돼!”
***
“뭐야? 누가 와?”
“천상천화와 호사천입니다.”
거친 삼베 장포에 하얀 면천을 머리에 두른 천림왕은 소식도 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는 말에 소식에 당황하는 빛을 띠었다. 조만간 찾아올 줄은 알았다. 어쨌거나 일가이기 때문이었다.
“백호나한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조금 더 시간을 둘 것이라 생각했건만….”
천림왕 호천린은 그 잡종 호사천이 백호나한을 호통쳐 잠시 용천검을 맡아두었다는, 세간에 떠도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군! 바로 그것이었어, 잡종 놈이 백호나한을 도모했거나 어딘가에 유폐시켜놓은 것이 분명해.”
“천림왕 전하,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리라는 것은 알 만한 자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백호나한이 호사천을 내세워 서제와의 일전을 피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나 권력이란 말일세, 함부로 누구에게 맡기거나 혹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네.”
“….”
“고작해야 5년이야. 그 대단한 용호왕부는 5년 만에 이룩된 것이야.”
천림왕 호천린은 용호왕부를 잡종 호사천이 만든 괴뢰(傀儡), 꼭두각시 세력으로 정의했다.
“잡종 놈은 20년 간 귀호기주로 있으면서 나와 승하하신 형님 폐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준비해두고 있었던 모양이군. 사실 그때는 그놈이 뒤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긴가민가했건만 지금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용호왕부를 이처럼 단시간에 천하의 패권을 다투는 세력으로 만든 것을 보면 백호나한도 하늘이 내린 기재(奇才)야.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 사위로 삼았었겠지만.”
“전하께선 그들 사이에 내분이 있었다고 보시는 겁니까?”
“십중팔구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