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김은선은 1월 8일 토요일 12시 30분 마포구의 M팰리스웨딩 2층 컨벤션홀에서 식을 올린다. 김영삼-현미진 커플, 이상훈-하호정 커플에 이어 국내 케이스로는 3번째 프로기사 커플이다.
2005년부터 둘이 사귀기 시작했으니 6년만의 결혼 골인이다. 2002년 입단해 프로 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김은선은 당시 막 제대해 소소회 부회장을 맡고 있던 박병규를 사범님이라고 불렀다. 여자프로기사들은 선배 남자기사를 부를 때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면 사범님이라 부르고 조금 친해지면 오빠라 부른다.
2004년 여름, 소소회 연수가 있었는데, 박병규는 소소회 활동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여자 후배인 김은선을 특별히 잘 챙겨주었다. 박병규는 이때 김은선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게임을 하고 어울리면서 김은선도 역시 박병규에게 친근감을 느꼈지만 이성으로서 끌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 후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김은선은 자상한 박병규가 좋았다. 김은선이 주로 말하고 박병규는 듣는 편이었다. 박병규는 김은선이 힘들 때면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채고는 기분을 풀어주곤 했다. 첫 키스도 이때 했다.
김은선은 17살이었다. 어렸다. 연인사이인 걸 다른 이들에게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갑작스런 관심이 두려웠던 나이였다. 수년간 사귀어 20살을 넘기면서 이제 알려도 되겠다 싶어 친한 몇 명의 동료에게만 연인 사이임을 알렸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알리진 않았다.
비밀은 잘 유지되었다. 둘은 소소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단체로 하는 활동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이 연인 사이라는 건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데이트라고 해도 영화 보고 이런 건 없었어요.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바둑 연구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만 오빠가 데려다 주곤 했어요. 저는 부천에, 오빠는 목동에 사는지라 방향도 비슷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쟤들 같이 가네’ 이런 눈초리이다가 한 4, 5개월 지나니까 그것도 자연스러운 시각으로 바뀌어 잘 벗어날 수 있었죠. 후후”
이젠 결혼한다. 연인 사이가 알려지는 고민 따윈 없어졌다. 소식이 전해지자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벌써 화제다. 프로기사끼리 연인이 되면 승패부터 시작해 넘치는 이목이 집중되는 부담 때문에 사귐이 주저된다는 프로기사들도 막상 간만의 프로기사 커플의 탄생이 임박하자 마냥 부럽다는 분위기다.
박병규-김은선이 말하는 프로기사 커플이라서 좋은 점은 ‘평생 공통의 대화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기사는 독특한 승부의 세계에 산다. 서로 공감이 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다.
두 사람은 '앞으로 바둑으로 좋은 일 많이 하고 싶다. 아직 젊은니까 프로지망생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군 바둑보급 등을 하면서 멋지게 살고 싶다'고 서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