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불후의 명곡>을 봤다. 노래를 설명하는 글이 짤막하게 자막으로 나오는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말이 나온다.
"아빠, 공전의 히트? 저게 무슨 말이야?"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묻는다.
"그게 뭐긴, 아주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란 뜻이지."
"그런 뜻 같은데, 내 말은 공전의 히트할 때 공전은 뭐고 히트는 뭐냐고요?"
"음, 그게 말이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우리 말 사전을 펴보았다.
공전(空前) 「명사」((주로 ‘공전의’ 꼴로 쓰여)) 비교할 만한 것이 이전에는 없음. ≒광전02(曠前). ¶ 공전의 대성공/공전의 히트/공연 시간이 십여 분 남았을 때 이백여 장의 표가 팔렸다. 쇼단으로서는 공전의 대성황이었던 것이다.≪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없다, 빈다'는 '공(空)'과 옛 '전(前)'이 더해져 만든, 아주 싱거운 말이다. 견주어볼 만한 게 지금까지 없었다는 말이다. 그게 낱말 풀이 전부다. 지금까지 없던, 지난 날엔 없던, 이태까지 없던, 이제껏 없던 따위 말로 풀어놓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다음에 쓴 ‘히트’라는 말은 아주 못마땅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흔하게 쓰는 말이지만 ‘히트’는 영어 ‘hit’를 우리 말로 적은 것이다. 치다, 때리다는 뜻에 야구에서 안타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노래나 책 따위가 인기를 얻어 많이 팔렸을 때도 쓴다. 이 말도 성공, 흥행, 인기, 기록 따위 말로도 얼마든지 쓸 말이 있다. 그러니 ‘공전의 히트’는 ‘크게 사랑받은’, ‘크게 인기를 끈’, ‘큰 성공을 거둔’ 같은 말로 썼더라면 누구라도 알아들을 말이 된다. (2014.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