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커피와 와인이 우리 삶에 벼락처럼 찾아와 자리를 잡은 것처럼, 차도 우리 삶에 그렇게 뿌리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은 결혼이나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극복할 ‘좋은 일자리 20선’에 티소믈리에를 꼽았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정승호 대표는 “현재 티소믈리에 전문 자격증을 갖춘 인력은 500명 정도”라고 했다. 한국티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의 차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차 소비 규모는 20.8% 성장했다. 여기에는 웰빙과 힐링에 대한 수요가 한몫했다. 〈Acute Market Reports〉의 보고에 따르면 2012년부터 성장 중인 차 폴리페놀 시장이 2022년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페놀은 녹차, 홍차, 우롱차 등에 다량 함유돼 있는데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폴리페놀의 효능에 힘입어 차를 소비한 이들의 규모는 2012년 2540억 정도인데, 2020년까지 평균 7~8% 정도 성장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3년 스타벅스가 유명 차 브랜드인 티바나를 6억2000만 달러(6543억 원)에 인수한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한국에서 이런 정식 과정이 생긴 것은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이 생기면서다. 차와 관련된 전문가를 양성해 차 산업 전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게 연구원의 목표다. 연구원에서는 홍차, 녹차, 우롱차, 보이차, 백차, 허브차, 과일차 등 넓은 범주의 차를 준비해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지나면 강사양성 과정, 강사양성 심화과정 등을 들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티소믈리에는 전 세계의 테루아(산지)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전문가를 만나 차에 얽힌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배운다. 다원에서 차를 직접 재배하는 과정을 견학하면서 차의 품질과 특징을 감별해볼 수 있다.
차 관련 업종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교육기관에서도 티소믈리에뿐 아니라 티블렌더, 티코디네이터 등도 양성한다.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전문가라면, 블렌더는 직접 서로 다른 찻잎을 섞어 새로운 향의 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다. 티코디네이터는 다른 디저트류와 티의 마리야주(mariage, 궁합)를 맞춰주는 전문가다.
티소믈리에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대학에서 관련된 전공을 이수할 수도 있고, 문화센터나 사설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강할 수도 있다. 현재 사단법인 티협회와 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 등록된 민간자격증 보유자가 된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 등 네 과목으로 이뤄진다. 실기시험은 차의 5대 다류를 감별하는 과목과, 두 개의 차 사이에 차이를 가려내는 삼점 검사, 후각 능력을 시험하는 올 팩토리 시험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나라별, 산지별, 다원별 차를 감별하고 분석, 평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개인 카페를 창업하거나 문화센터 강의, 외부 강사 활동 등을 병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