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나도에 대한 글을 쉽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네요.
오늘은 접착제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해요.
그 동안의 글을 계속해서 읽어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티바는 아유스, 스티가는 림바, 그리고 다마스사를 비롯한 여러 일본 회사들은 히노키
소재들을 주된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다마스사는 1980년대 말부터 표면에 히노키를 사용하고 히노키층
아래에 카본 소재를 사용한 몇몇 블레이드를 한국 시장 내 히트 상품으로 계속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마스 사의 해당 제품들은 넥시의 카본 제품들에 비해 타구감각이 더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거에요. 그래서
카본층이 들어가면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지배적이었지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카본 소재로부터 많은 분들이 합판류로 옮겨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넥시는 한니발을 발매하면서 가장 순수 목판 블레이드에 근접한 성격의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라는 것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난 것일까요?
다마스사가 최초로 두꺼운 카본 소재를 블레이드의 소재로 사용할 때를 상상해 보면서 글을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카본 소재는 나무와 다른 이질적인 소재입니다. 나무는
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목재용 접착제를 사용할 때 접착제와 한 몸이 되는 소재입니다. 그리고 인접한 다른
나무층과도 카본층에 비해 쉽게 한 몸이 되지요.
그런데 카본층은 나무와는 아주 이질적인 소재입니다. 극세사로 만들어진
섬유판이다 보니 나무와 같이 한 몸이 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마스 사 이후에 카본 소재를 사용했던
수많은 업체들은 내구성의 문제를 표출했지요. (해당 업체들을 이곳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마스사는 비교적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접착력이
우수한 접착제로 옮겨 가는 것이었지요. 기존의 목재용 접착제가 연성이 있어 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런 연성을 유지한 섬유나 목재용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결국 목재와 카본층 간에 틈이 벌어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본 섬유층을 기존의 섬유적 느낌에서 하나의 합판이나 혹은 플라스틱 판 같은 느낌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그런 수지류의 접착제로 변경하였습니다.
그 결과 매우 내구성이 높지만 타구 감각에 있어 딱딱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문제를 안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브랜드의
성격으로 가져가면 그것은 다마스사의 고유의 특성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상당수의 선수들이 이러한
딱딱함에 길들여져 갔고 부드러운 합판 블레이드들은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요. 이것이 1990년대 중반의 한국 시장 모습입니다.
이런 형태의 접착제가 가능했던 중요한 변수가 있어요. 그것은 히노키
층이 접착제를 머금지 않는 목재라는 것입니다. 히노키층은 매우 부드럽지만 접착제를 쉽게 흡수하지 않아요. 그래서 접착제가 바깥면으로 베겨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마스사를
비롯한 여러 아시아 업체들은 이런 형태의 강력한 접착제로 옮겨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넥시는 이런 접착제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최초부터 5겹 합판은 7겹처럼 빠르게, 7겹
합판은 5겹처럼 부드럽게, 카본 소재는 순수 합판 블레이드처럼
우수한 감각으로 라는 조화될 수 없는 이상한 목표들을 가지고 블레이드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접착력을 위해 감각을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넥시의 오스카와 한니발은 접착제와 접착 방식에 있어 다마스사와 기타 단단한 히노키 카본류 블레이드를 생산하는
업체들과는 다른 길을 갔습니다. (이 부분은 오래 동안 감추어 왔던 것인데, 세월이 많이 흘렀으므로 이 정도는 공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사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마스사는 견고한
블레이드라는 인식을 얻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최근까지 고가의 카본류 블레이드를 계속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드리면, 다마스 사가 가지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마스사가 계속해서 카본류를 개발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근원적인
이유가 하나 있지요.
그것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 전략입니다.
일본은 아릴레이트 카본 섬유, 자일론 카본 섬유 등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였고, 그것을 일본 자국 외의 국가로 반출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위대가 해외 파병도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결국 그런
군국주의적 야심에 의해 개발되어 오고 그 목적에 의해 해외 반출이 통제되어 온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소재를 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통해 일본에서 다른 국가로 들여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마스
사는 그런 소재를 사용할 경우 독점 시장에 가까운 구조를 갖게 되지요. 일례로 중국 업체 중에서 어렵게
자일론 소재를 구해서 제품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고가의 블레이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하기도 어렵고 구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려 스러운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자위대가 허용되고 군사 대국으로 성장하도록 미국이 내버려 둔 것도, 아니 오히려 그것을 독려한 것이
결국 북한과 그 북한으로 연결된 러시아, 중국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정학적 특수성 속에서 우리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의 산물이 탁구용품에 들어오고 그것이 고가의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넥시를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지요. ^^
얘기를 조금 접어서 스티가 얘기로 넘어 오도록 하지요.
스티가 사는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타구감각을 기반으로 한 림바 소재를 표층으로 사용해 왔고 그것을 스티가의 핵심적
특성으로 가져 왔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림바층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그것이 림바층에 스며들어 림바층 자체의 성질을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스티가가 가진 어떤 한계점 같은 것으로 수 십 년을 진행해 온 문제입니다. 스티가는 림바층이 가진 타구 감각을 높이 사는 만큼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못 하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한계점을 스티가는 브랜드의 성격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스티가는 기존의 올록볼록한 카본층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카본층을 사용할 때 결국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해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림바층 사용이 어려워 지는
것이지요. 다른 층은 그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카본층 전후로만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결국은 스티가 다움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티가는 강력한 카본층 자체를 버리고 스티가 다움에 주력합니다.
그래서 얄팍한 한 겹의 UD 카본류 등을 사용할 경우가 있긴 해도
올록볼록하게 올라오는 카본층은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 시장 내에서 스티가 다움이 가진 독특함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지요. 결국 다마스사와 스티가사는 상대적으로 극단적 대척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소
인위적인 감각이 들더라도 강력함과 견고함을 무기로 삼는 다마스사와 다소 약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합판의 감각에 치중한 스티가라는 양대 산맥이 세계
블레이드 시장에 두 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진 탁구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 탁구계에서 스티가의 합판 감각이 큰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세계 시장 내에서
스티가는 독자적 시장 규모를 유지하게 됩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현대 탁구의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감각이 좋은 블레이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견고함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에서 스티가는 인기를 누리지 못 합니다. 반면에 다마스사는 견고함이라는 이미지를 잘 살려 가지요. 그것에
담겨 있는 군사 대국화라는 이면의 색조를 알아 차리는 사람들이 없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보니 넥시는 넥시 다움으로, 다마스 사는 다마스사 다움으로, 스티가 사는 스티가 다움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분명히 보이시지요?
그런 의미에서 카보나도는 스티가 70년의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인 블레이드입니다. 텍스트림 카본은 올록볼록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즉 접착에 있어 목재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로소 스티가는 림바 표층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강력함을 가진 카본층을 블레이드에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텍스트림 카본층이 삽입된 카보나도가 가진 성격은 무엇일까요?
첫댓글 역사공부 잘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 주력 라켓의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아, 카보나도 쓰시는군요 ^^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탁구라켓이 관련이 있다니 씁쓸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ㅜㅜ
올려주시는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28 13: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28 14:0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28 15:5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28 15:55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세계사와 국제정세까지 연결된 히스토리가 존재했군요.
일본의 야욕에 다시 한번 개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티모볼alc의 각진st그립을 좋아하지만 이질감이 싫어서 티모볼alc대신 오스카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입니다 하하 각진 그립감과 자연스러운 감각 모두를 얻게되었지요~ 너무 좋아서 혼자사용하고싶네요^-^
예, 다행이네요 ^^ 잘 쓰시길 바래요 ^^
오~~뭔가 깊게 생각을 하게만드는 글이네요...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
접착제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네요.
예전에 수공브랜드 제품을 몇 번 사용했었는데 처음 감각과는 달리 몇 개월 후에는 날카로운 감각으로 변하더군요. 내부가 깨진 것 같이요. 그리고 어떤 수공 블레이드는 접착 불량인지 결이 갈라졌고요.
탁구 블레이드를 만드는 기술은 몇년만에 뚝딱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철학도 있는 것 같고요.
수공 블레이드는 제가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네요.^^
사실 넥시의 제품 회임기간이 긴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가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내구성에 대한 테스트나 또 제품 변화에 대한 우려 등도 종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
글 읽어 주시고 좋은 평가 해 주셔서 감사함니다.
다마스사가 탁구라켓을 골프채 가격으로 만드는 이유가 있군요. 누가 제재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신제품은 50만원이 넘는 정가로 나올 것 같아요.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막무가네 니뽕 파워죠 ㅋㅋ
~^^
여기까지 정독해서 방금 다 읽어봤습니다.
탁구는 운동 이전에 과학이자 개발자의 열정과
철학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탁구가 존재한 것이었군요.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연재글을 보시는분들이 몇백명 뿐이었네요. 탁구동호인 인구가 몇십만이 넘을텐데...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겠지요.
소중한 정보 감사히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