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전통 모시를 현대화한 브랜드 ‘모시(Moshee)’의 갤러리 겸 본사가 삼청동에 문을 열었다. 모시는 사실 국내에서보다 인도네시아나 프랑스에서 더욱 유명한데 브루나이 왕족,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총리, 디자이너 겐조와 영화 배우 셰어 등이 모시의 주고객. 모시는 획기적으로 모시에 실크를 결합해 전통 모시의 뻣뻣함을 보완하고 가볍고 우아한 모시의 매력을 더욱 살려 한국 모시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전 세계 부유층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키워 낸 모시의 대표 민영경을 만났다.
Q ‘모시’의 모시가 전통 모시와 다른 게 있다면? A 모시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20승짜리(일반 모시는 12승, 고급 모시는 15승 정도) 실을 이용해 패브릭을 직조합니다. 그리고 7년 전 모시에 실크를 혼방하는 기술을 개발했지요. 실크가 섞임으로써 잘 구겨지거나 비치는 모시의 단점이 보완됐고 물세탁도 가능해졌어요. 속옷까지 만들 정도로 흡수성도 탁월하고요. 여기에 자연 염색과 다양한 문양을 가미해 현대 생활에 맞는 세련된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이나 숄 등을 만들지만 최근엔 웨딩 드레스도 만들고 있어요.
Q 공장이 인도네시아에 있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자리를 잡았는지. A 캘리포니아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부모님의 결혼 압력을 피하려고 무작정 친구가 있던 인도네시아로 갔어요. 그때 스물여섯 살이었지요. 천연 자원도 풍부하고 노동력도 싼 그곳에서 사업을 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러다 우연히 모시를 알았고 그 중 한국의 한산 모시가 가장 훌륭하단 소리를 듣고 한국 모시를 생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한산으로 달려가 평생 모시를 짠 할머니에게 모시풀 재배, 실 뽑기, 직조법 등을 배웠고 모시 뿌리를 가슴에 안고 인도네시아로 가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실패도 여러 번 했지만 1년에 무려 여섯 번이나 수확할 수 있는 자카르타 근처의 ‘살락’을 발견해 지금의 공장을 세웠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인 3백여 명이 모시 천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Q 일일이 손으로 원사를 뽑고 직조를 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A 그렇죠. 저희 모시는 가늘고 고운 원사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20대 초반의 여성들만이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량 생산은 도저히 할 수 없어요. 보통 숄 한 장이 미화 1천 달러 정도입니다. 모시의 주고객은 전 세계 상위 1퍼센트의 최부유층입니다. 얼마 전에는 말레이시아 공주가 웨딩 드레스를 주문하기도 했어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최고급 상품을 부자에게 팔아 번 돈을 빈곤층과 나누는 게 바로 제대로 된 씀씀이라고.
Q 인도네시아 또는 컬렉션을 성황리에 마친 파리에 숍을 냈으면 해외 진출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굳이 서울에 낸 이유는? A 파리에 진출한다면 아마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쉽겠죠.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모시는 한국 섬유가 아니라 외국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실 저는 말이 한국 사람이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모시 때문에 한국인이 되었죠(실제 그녀는 원정 출산까지 해서 얻는다는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공장은 인도네시아에 있지만 본사만큼은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통 모시의 명맥을 잇고 한국 모시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사명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해외에 모시를 알리는 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우선 일본에서 치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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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 모시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모시 디자이너 민영경.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한민족 리포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2. 모시와 실크의 혼방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천의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종류별로 횃대에 걸어 디스플레이했다. 3. 모시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삼청동에 자리를 잡은 ‘모시’ 본사. 1, 2층은 매장으로, 3층은 손님 접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4. 실크와 혼방한 모시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컬러의 남녀 드레스 셔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