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으로 2011년 3월 11일 오후,
전 세계는 일본 동북지역 해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 에 육박하는 역사적인 지진의 참상을 목격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우리에게 리히터 규모는 실감나지 않는 숫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진 규모가 1씩 증가할수록 지진의 에너지는 약 30배씩 증가한다.
이번 일본 지진은 지난 아이티 지진(규모 7.0)보다 약 900배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한 셈이다.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켰던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위력이 지진 규모 6.0에 해당한다고 하면 이번 일본 대지진이 이해가 될까.
지구 전체에 발생하는 지진의 90%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전 지구적으로 볼 때 평균적으로 일 년에 50만 번 씩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약 10만 건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지진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되는 지각의 움직임으로 인해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스트레스가 균형을 잃으면서 지각이 튕겨나거나 서로 어긋나면서 균열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90% 이상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도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발생한다. | |
2011년 2월 18일~22일 사이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 발생 상황을 표시한 영상. 지진의 규모가 원의 크기로 표시된다. 영상 마지막에 2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뉴질랜드의 규모 6.3 지진이 나타난다. <출처 : 국립과천과학관의 SOS(Science On a Sphere)시스템의 영상물 중 실시간 지진 발생 자료>
태평양 동남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동태평양 해령에서 솟아오르는 마그마는
현무암질 지각(밀도 약 3.0g/cm3)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새로 생긴 이 해양 지각이 밀려 나와
호주,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판(대륙지각으로서 밀도 약 2.7g/cm3)들과 마주치게 되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태평양 해저의 해양지각은 대륙지각 아래로 파고들게 된다(섭입, subduction).
마치 암석이 물처럼 흐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제로 암석이 이동하는 현상은
아주 천천히 일어나고 있으며 고체와 고체가 맞닥뜨리는 부분에서는 높은 압력과 열이 발생하게 된다.
태평양 주변의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을 따라 연결된 거대한 띠를
환태평양 조산대(화산 분출이나 지각의 융기로 인해 육지가 생성되는 지역)라고 하며,
이들 지역에서는 지하에서 마그마가 만들어져 화산으로 분출하게 되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일본은 네 개 지각 덩어리의 접점에 위치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일본에서는 특히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특이 강진의 발생 빈도가 높은데,
그 이유는 네 개의 지각 덩어리(유라시아, 필리핀, 태평양, 북아메리카 판)가 만나는 접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없게도 이런 위치에 자리잡고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본이 생겼다는 표현이 더 과학적이다. | |
일본은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이 모이는 지점에 위치한다. <출처: USGS>
중생대 백악기에 지금의 일본 땅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한반도 옆에 붙어 있는 대륙의 일부였다.
그러나 백악기 초부터 해양 지각 판(이자나기 판)이 유라시아 대륙 밑으로 섭입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환태평양 조산대와 마찬가지로 당시 대륙의 가장자리에서도 화산활동이 활성화되었다.
밀도가 비슷한 대륙지각끼리 충돌하게 되면 히말라야 산맥과 같이 높게 솟아오른다.
반면에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이 만나 섭입작용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위에 놓인 대륙지각이 해양지각에 ‘쓸려’ 지하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대륙지각의 가장자리가 ‘당겨지는’ 것과 같은 힘을 받아 본 대륙으로부터 ‘찢겨’ 나오게 된다.
이렇게 찢겨 나온 땅덩어리가 지금의 일본이며, 찢긴 대륙의 흔적이 바로 동해이다.
일본이 있고 화산과 지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은 화산과 지진에 의해 형성된 땅덩어리인 것이다.
일본은 화산과 지진에 의해서 형성된 땅
일본은 지질학적 위치 때문에 지하에 엄청난 열과 압력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나라이다.
지난 3월11일의 대지진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 판의 움직임에 의해 오랜 시간 쌓인 지하의 에너지가 폭발한 결과이다.
육지에서 수백 km 떨어진 바다 밑에서 발생하여 대형 쓰나미의 피해를 입었지만,
내륙에서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지금과는 비교도 될 수 없었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 |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3월 8일부터 13일까지 예진과 강력한 본진, 그리고 다발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여진의 모습. <출처:국립과천과학관의 SOS(Science On a Sphere)시스템의 영상물 중 실시간 지진 발생 자료>
대지진이 일어나기 이틀 전인 3월 9일 같은 지역에서 이미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 후 점점 작은 규모의 예진들이 연달아 일어나다가 본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번 일본 대지진의 특징 중 하나는 여진의 강도와 빈도라고 생각된다.
규모 8.9의 지진 발생 후, 거의 일주일 동안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230회 이상 발생했으며,
규모 6 이상의 지진도 수차례 발생하였다.
규모 3 이상의 모든 지진을 관찰했을 때, 한 시간에 3회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9일부터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 발생 분포와 달리
일본열도에만 집중되는 지진은 지구 역사에 남을만한 사건이 아닐까. | |
- 글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총괄과 연구사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고생물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BK21사업단, 호주 University of New England에서 1년씩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
- 2008년 소년조선일보에 “화석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을 연재하였으며,
-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 분야 전시기획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발행일 2011.03.19
자료 제공 국립과천과학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