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극장판) 2001, 일본, 와타나베 신이치로
일본 SF 만화영화를 보면, 이네들의 문화적 심층이 참 두터움을 실감한다. 더구나 SF에서 풍기는 공통된 허무와 고독의 느낌은 가히 일본적 감성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쪽 방면을 이끌어가고 있는 선두주자들이기에 일본의 문화적 리더들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내면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만화는 참 재밌다. 영화 제목 '비밥'에 언급되었듯이 경쾌하고 자유로운 대중음악이 마음껏 사용된다. 카우보이와 비밥을 비벼 멋진 SF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솜씨는 정말 놀랍다.
하지만 아까 하던 얘기대로 고독한 인물들의 내면풍경이 내겐 더 관심거리다. 얼만 전에 읽은 <폐허의 붓다>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 책을 쓴 에오라는 사람은 분명 깨달은 사람이다. 붓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책의 한도 끝도 없는 허무 사상은 도끼처럼 나를 내려쳤다. 라즈니쉬, 크리쉬나무르티, 붓다, 채널링 등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경지를 갈파하고 있는데, 그 허무의 대단한 것이었다. 이런 개성있는 붓다가 나오는 풍토이다보니 이런 만화가 만들어지나 싶기도 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고독한가? 생의 극단적 무의미 속에 화성을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 빈센트는 일본 SF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같다. 존재의 무의미와 현실의 절망감 속에 공멸의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한편 그들의 우울은 우리의 일면이기 때문에 쉽게 연민을 자아낸다. 어쩔 수 없이 <공각기동대>나 <카우보이 비밥>의 고독과 허무를 나는 에오에서도 나타나는 일본의 정적에서 찾는다. 하지만 그 허무의 문은 결국 없는 것일까?
자답하면 현실의 자연을 되찾는 길이 아닐까 한다. 완벽히 도시라는 인공공간에서 태어나 이미지의 가상세계 속에서 자라는 우리들의 세계는 2차적 세계다. 2차적 세계의 본성 자체가 허무한 꿈과 다름 아니다. 우리의 몸이 뿌리 내리는 자연이라는 1차적 세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내겐 꽤나 중요한 열쇠같다. 그것은 미와자키 하야오가 즐거 취급한 만화의 주제였다.
시놉시스 :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2071년, 화성. 할로윈을 눈앞에 둔 알파시티의 7번 고속도로...
약품을 운반하는 탱크 폭발 사고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화성정부는 약품 운반 탱크라는 점과 사고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라 판단하고 사상 최고의 현상금 3억을 내건다. 언제나 궁핍한 상태의 비밥호 카우보이들은 사상 최고의 현상범에 입맛을 다신다.
신용카드 도난 사건의 용의자를 쫓던 페이는 우연히 탱크 사건 현장을 지나게 되고 범인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영상 속의 범인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페이는 추적을 시작한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던 스파이크를 비롯한 제트와 에드도 각각 범인 수색을 시작한다. 네 명의 카우보이들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범인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사망한 빈센트 볼라쥬...
할로윈데이로 한창 들떠 있는 도시
굵은 빗줄기와 함께 축제를 기다리는 거리에 날아든 불길한 예고장...
'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 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