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우표전시회는 못 보던 얼굴들을 1년에 한 번쯤은 볼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이면서, 서로의 우취 활동 이야기도 들으며 우표수집의 재미를 만끽할 기회를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회원들끼리 우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우표수집에 심취하게 되기도 하고,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출품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우취인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취는 우취로 끝나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섣부른 욕심이나 불만의 토로는 어떤 면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절망하게 된다. 자신에게서 좋은 모습을 발견한다면 스스로에게 격려가 될 수 있지만 만일 그러한 장점이 자신을 오만하거나 방심하게 만든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살다보면 잠깐의 방심으로 큰 오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클수록 상황을 직시하고 어느 때보다 혼신의 노력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실수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의 소소한 행복과 불행은 자신을 가꾸고 만드는 데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가진 모든 이에게 현실과 이상은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매사에 무언가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늘 규탄하고 반대하고 싫어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도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벽이라 생각하면서 다독이고 격려하는 자세로 사는 것이 현명하다. 항상 풍족하고 완벽한 여건에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현명한 자세는 현실 상황을 인정하고 만족하면서 한 발자국씩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순간의 실수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또한 필요하다. 자신이 바로 설 수 있어야 다른 이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내가 필요하다. 뜻밖의 곤란으로 노고가 만만치 않을지라도 상황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면, 침착하게 문제를 직시하여야 한다. 옛말에도 하늘이 내리는 고난에는 항상 피할 여지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삶은 잘 짜인 천처럼 보이지 않는 인과의 씨실과 날실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움직임이 다른 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실을 맺지 못하는 발버둥은 그를 사랑하며 지켜보는 다른 이에게 아픔과 실망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이상과 목표를 향해서 발전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결과에 상심할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그 노고는 결국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마저도 노력하는 이에게는 훌륭한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결과에 슬퍼하고 분노한다면 자신의 기회만 버리는 일이 될 뿐이다. 삶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려보자. 결과에 개의치 말고 그 과정을 사랑하자. 사람의 노력은 뜻밖의 수확을 거둘 때도 있지만 수고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정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