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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07.25
대마도 식물탐사 여행기
가깝고도 먼 나라--일본 땅에 서다.
나는 일본이란 나라는 알다가도 모를 나라고 더욱이 일본 사람은 못 믿을 사람이라는 고정 관념이 박혀있다. 우리나라를 36년간 식민지로 괴롭힌 적대국이기도 하지만 <저팬 써랜더드>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일본만큼 정치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우리와 가까운 나라도 없다. 이게 한일관계의 최근세 역사다.
그런 일본 땅을 거액의 돈을 내고 여행가는 마음이 결코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지난 봄에 간다고 신청한 의정부시 <이명호>의 해외 식물탐사 여행이며 7순(旬)기념 효도관광이니까 죽어도 따라갈 수밖에...
아침 10시 반 부산에서 <코비>호 작은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1시간 10분 만에 <히타카츠> 부두에 닿았다.
대마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 <쓰시마> 시에 속한다.
면적은 울릉도의 10배 크기. 거제도의 1,7배 정도며 인구는 3만 4천명이고 부산에서 50Km밖에 안 떨어진 두 개의 섬이다. 대마도는 최근까지 일본과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국경 영토분쟁 지역(독도,이어도.쓰시마.백두산.간도.녹둔도)중 하나다.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에 대마도를 속령으로 발표하고 영유권을 계속 주장했으며 1961년 미국무부에 대마도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기도 했고, 그후 창원시에서는 대마도의 날을 지정하기도 하고 2013년 3월 의정부 시의회에서 대마도 반환을 촉구하기도 한 곳이다.
독도는 물론 우리 땅이지만 대마도도 우리 땅이라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정말로 우리 땅인가 아닌가는 이번 여행에서 판가름 날 것 같다.
새로운 들꽃을 찾아 온 한국사진작가들
대마도 꽃 탐사 참가자 24명은 각자 챙긴 카메라와 여행가방과 배낭을 메고 곧바로 중형 버스에 올라타고 첫 방문지인 <미우다> 해변에서 내렸다. 대낮 온도가 30도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일행은 쪼로록 바다로 달려가 코발트색의 해수욕장에 발을 담가보고 바다 풍경사진을 마구 박는다. 곧 야생화 사진 찍기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곳 해변의 나무와 꽃은 우리 남해안과 별 차이가 없었다. 곧바로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미타케>(해발 490m) 산으로 향해 고불고불한 길을 달려갔다.
조엽수림 거목이 많다는 원시림이며 국가지정공원이란 오지의 산 속으로 들어갔다. 초입에서부터 삼나무와 편백나무 전나무 냄새가 진동하는 계곡의 급경사를 쉬지 않고 오른다. 새로운 식물이 발견되기를 기대하는 카메라맨 들--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고갯마루에서 누군가가 더 올라가봐야 신기한 꽃을 찾아보기 힘든다고 했다. 우리나라 남해안 제주도와 비슷한 식생이라는 것이다. 잔뜩 기대와 희망을 안고 여기까지 온 것인데...ㅊㅊㅊ. 사진에 담은 건 진달래 과의 모새나무, 팥꽃나무 과의 산닥나무, 나도밤나무, 동백나무 등 몇 가지뿐이었다.
우리는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내려섰지만 첫날 수확이 너무 적어 아쉬운 맘에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현지 가이드인 <박미나>상의 고민이 깊어갔다. 오늘은 작은 해궁신사 한군데를 보고 돌아섰다.
백악산 둘레길을 종주한 후 해수탕에서 온천욕
둘째 날 대마도의 아침이 밝았다. 7시 모두들 일찍 일어나 상기된 얼굴이다. 오늘 오전에는 <아소>만을 한눈에 둘러보는 <에보시타케> 전망대와 일본 최고(最古)의 해궁신사(神社)인 <와타츠미> 신사를 둘러본다. 소위 신사란 일본 사람들의 종교와 같은 것이다. 자기 마음에 신을 하나씩 만들어 마을마다 신사가 있다. 일종의 잡신인 것이다. 입구 쪽에는 하늘로 통하는 문이 있고 반드시 신을 모시기 전에 손을 씻는 물과 스모(씨름)장이 있고, 마치 개 형상을 한 해태상과 본당 안에는 천황 4분을 모시고 있다. 두번 절하고 손뼉을 친후 한번 더 절을 한다.
오늘의 일정인 <시라타케>(백악산(白嶽山:해발 519m) 종주 산행이 오후에 시작되었다. 무려 5시간이 걸리는 긴 산행인데 등산로 입구에 닿으니 어제보다 더 멀어서겁이 나는지 아니면 무릎과 관절이 안 좋은 연노한 분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단 10명이 출발했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멘 젊은 분만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산은 정상이 석영 암반 산으로 한국의 산악회에서 연중 많이 찾는 코스다.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원시림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무 종류는 어제와 비슷해서 구실잣밤나무, 전나무, 북가시나무, 섬잣나무, 일본인 우(운향과), 조롱나무, 황칠나무, 황벽나무 등이 보이고 울울창창한 수림이 하늘 끝까지 닿은 것 같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수림 속을 달린다. 피톤치드가 가득 찬 삼림욕을 한다. 가다가 중간 쯤 하늘이 보이는 언덕에서 휴식 후 계속 오르고 하면서 비지땀을 바가지로 흘리고 내려갔다. 가끔씩 죽은 나무에 붙은 버섯 종류(운지, 영지)를 사진을 박고 굽이굽이 돌고 도는 중에 드디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곳 하늘 문에서 그냥 내려가야 5시간 종주시간에 맞출 수 있다. 버스가 주차장에서 기다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산 길에 빨간 색의 오묘한 버섯(중국황제의 최고급 요리)을 발견했다. 오늘의 수확이다. 모두들 만족한다.
사진으로 남기고 한참을 내려서니 3단 폭포가 나와서 나는 신발을 벗고 모처럼 탁족을 하고 40분이 걸리는 산간도로를 달려가 널찍한 주차장에 닿았다. 오후 4시가 지나간다. 청명한 날씨에 태양이 이글거리며 내리쬐고 하루 종일 등산이 힘든 고생을 하고 겨우 버스에 올랐다. 휴---너무 덥다.
오늘은 북섬 <히타카츠>에서 마지막 날--우리는 해수온천탕에 들어가서 온 몸에 밴 땀방울을 씻어냈다.
시원한 야외 욕탕도 있었고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면서 충분히 사우나를 하고 저녁은 하대마(下對馬)섬의 중심지 <이즈하라>로 이동해서 바비큐를 먹으며 남성들은 거나하게 술에 취하고 환호성을 올린 날이다.
대마도의 관광중심지 <이즈하라>의 풍경
벌써 일본 땅에 온지 3일째 되는 날인데 여기가 외국 같은 느낌이 안 든다.
마치 남도 고향에 온 것 같이 편안하고 불안하지가 않았다. 다만 잠을 잘 때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뒹구는 것 말고는 말이다. 오늘은 날씨 예보가 구름이 20% 정도 부는 흐린 날이라고 한다. 행운을 만난 것이다. 지금 서울 중부지방에는 장맛비가 세차게 내린다는데...
어제 <이즈하라:엄원(嚴原)>의 장급 여관 만송각에서 잠을 잘 잤다. 아침은 1층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푸짐하게 먹고 대마도 최남단 해변 <쯔쯔자키>공원으로 출발했다. <모스 버거>부근 상점가와 시내 거리는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고 건물은 하얀 색이 대부분이다. 시내 한 복판으로 개천이 흘러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기떼가 보였고 수질이 깨끗한 1급수 같았다.
대로변 옆에 십팔은행(十八銀行)이 보여서 참 이름도 지을 게 없어서 은행 명의를 그렇게 지었느냐고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알고 보니 이 은행은 18명의 대주주가 만들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산에서 검정 색 옷을 입은 3여인이 자살했다는 전설의 미녀총(美女塚)이 있는 <쯔쯔자키>공원 부근에서 쪽빛 바다를 조망한 후 주변에 핀 야생화를 찾았다. 9시경 울산도깨비바늘, 애기 범부채, 문주란, 돌 가시, 낚시 돌풀 등 사진을 박고 유명한 화강암 계곡인 <아유모도시>자연공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주차장에서 내려 출렁다리를 건너가니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모두들 반긴다. 커다란 암반 사이로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 여름휴가로 오면 시원하게 미역도 감고 경치가 끝내주는 휴양지인 것 같다. 야트막한 산 위쪽에는 대형 야외용 텐트를 임대해주는 곳이 있다.
암반수가 흐르는 계곡에서 하늘나리, 둥근배암차즈기, 망종화, 중국금산화, 은난초, 제비난초, 좀꿩의다리 등을 찍고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대마도 고유의 음식인 고구마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오후는 어제와 같이 산속으로 간다. <타테라>(용양산(龍良山:해발 558m)산이다. <타테라산 입구>라고 쓴 안내판 앞에서 내려 찬 공기가 스산한 넓은 숲길로 들어섰다.
국가지정천연기념물인 이 산은 예로부터 신의 산으로 숭배 받아오는 원시림의 보고
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샛길로 들어서니 저지대에 하늘을 찌르듯이 쭉쭉 뻗은 구실잣밤나무<스타지이> 아름드리 거목들이 앞을 가로 막았다. 2003년 9월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뿌리가 뽑히고 쓰러진 나무가 여기 저기 뒹군다. 굵기가 어른 두 팔이 넘는 200년 이상 된 거목들이 집단으로 자란다.
우리는 줄곧 이곳에서만 자생한다는 희귀종인 < 만년콩>을 찾으며 올라갔다. 20여분 오르니 만년콩이 꽃은 지고 열매가 맺혀 있었다. 꼭두서니과의 호자나무와 나한송과 치마버섯 등 다양한 구름버섯을 발견하고 등산로 중도에 하산했다. 여기는 일본 환경성대마자연보호관 사무소<이즈하라> 사무실 근처다.
여기서 정상까지 적어도 90분이 소요되는 험한 길은 온 산이 구실잣밤나무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 2시 <이즈하라> 항구의 다리 밑으로 가서 야생화를 찾아 나섰다. 20분 동안 바닷가에서 광대수염, 거지덩굴, 갯까치수염, 갯질경이 같은 작은 들풀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즈하라>시내에 있는 뒷산 <아리아케야마>(有明山:해발 558m)등산로 입구로 돌아갔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한 식물탐사팀
이제 내일이면 3박 4일 일본 원정 식물탐사 길이 끝난다. 무더운 해양기후와 싸우며 매일 옷을 갈아입으며 땀을 비 오듯이 흘린 용사들, 그들이 있기에 이번 탐사는 성공적이었다. 더군다나 <대마도투어>의 안내양의 헌신적인 노력과 배려에 힘입은 바 크다. 원래는 내일 오전에 가려고 계획한 <아리아케>산인데 오늘 저녁에 시간을 주어 미리 찾아가게 되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등산로 입구로 올라가 보니 급경사 포장길에 꽃이 만발해 있었다. 작고 아담하게 생긴 단층의 일본식 주택가였다. 고려문(高麗門) 이란 돌비석을 지나니 <조선국통신사지비>가 우뚝 서 있고 오른편은 대형주차장인데 차폭이 좁은 660CC 짜리 초소형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주택가 뒷산으로 오르면서 초피나무, 갯모밀, 난탄화, 백정화, 거지덩굴 등 예쁜 모양의 원예종 꽃들을 감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 저녁식사 시간은 만찬으로 푸짐한 해산물 요리가 우리를 반긴다. 흰쌀밥과 된장국은 무한 리필 된단다.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소리, 생맥주와 일본 소주와 참이슬까지 동원되었다.
일찍이 자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며칠간 젖은 옷은 미리 빨아놓아 마르고 있다. 내일 아침 거두어 가면 된다. 마지막 날 잠을 잘 자야지 하는데도 옆방의 젊은 동료가 찾아와 3층 다다미 방에서 또 한잔을 한 후 스르르 눈이 감겨 쓰러졌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훤하게 트자 방 짝꿍이 깨운다. 아침에 산에 안 가느냐는 것. 나는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6시 반이다. 늦었구나! 깜짝 놀라서 대충 등산복을 입고 페트 병에 물을 챙겨서 나갔다.
한국 산악인이 많이 찾는 유명산을 단독 산행
여기 유명산은 한국의 등산동호인들이 수십만 명 다녀간 유명한 산이다.
오늘 오전에는 등산을 하든지 아니면 자유시간(쇼핑)을 가지는 날이라 나는 유명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어제 갔던 등산로 입구로 향하는데 벌써 일행들이 사진기를 들고 꽃을 찍으러 나와 있었다. 잘 주무셨냐고 인사하고 산에 다녀온다고 이야기하고 뛰었다. 입구의 등산안내판을 보니 산길로 왕복 약 2시간 거리다.
좁은 숲길로 오르는데 밤새 비가 왔는지 땅바닥이 습기가 차 있고 사방 공기가 음산하다. 한 사람도 안 보였다. 가끔 거미줄이 얼굴에 걸려서 질질 끌어가며 내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왼편으로 난 길로 계속 돌아가니 이정표가 처음 보였다. 시작점까지는 1200m, 산정까지 1650m라는 하얀 팻말이 나타났다. 아침 7시 10분이다.
휴--살았다. 정상까지 갔다가 오려면 더 속력을 내야 한다. 그래도 엊그제 백악산에서 주워 온 대나무 지팡이 덕분에 힘이 덜 든다. 여기도 삼나무와 편백나무, 구실잣밤나무, 전나무 등 수종이 여느 산과 비슷하다, 가끔 고사목이 쓰러져 있고 나무마다 이름표가 부착되어 보호하고 있었다. 사람이 한 명 지나갈 정도의 좁디좁은 산길은--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자연보호 국가다.
드디어 중간지점 삼거리 능선에 도착했다. 시간이 7시 35분.
오른편으로 성상산(成相山) 가는 표시고, 왼편으로 유명산정까지 1.0 km 로 나왔다. 이제 2km를 올라온 것이다. 아침밥을 거른 채 올라와서 여러 동료들이 기다릴까봐 걱정된다.
있는 힘을 다해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니 앞이 갑자기 훤하다, 정상이 가까워진다는 징조다. 크고 하얀 버섯이 길가에 피어 사진을 박고 오른다. 너른 길이 나오더니 하늘이 보인다. 해발 558m 유명산정 표지판이 있었다.
푸른 초원이다, 키 큰 교목은 없고 작은 키의 관목만 보인다. 여기가 틀림 없는 정상이다. 그런데 십자형 이정표만 보이지 정상이란 표식이 없다. 이상하다. 일본은 이런 나라다. 갑자기 검은 소나기 구름이 몰려와 빗방울이 떨어진다.
곧바로 하산을 결심하고 내려갔다. 시간은 8시 10분, 이런 속도라면 하산에 적어도 40분--50분이 걸리는 것이다. 이제는 달리면 된다. 하늘이 도운 건지 몰라도 다행히 비가 안 왔다. 아래로 내려오니까 하늘빛이 파랗다.
왕복 2시간 반이 걸려서 9시 10분에 버스가 대기하는 시내 <모스 버거> 집 앞에 도착했다. 온통 몸과 옷이 다 젖어서 여관에 달려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발했다.
오후 4시 <히타카츠> 항구에서 부산행 배를 타기 전 일행은 소낙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산 시내가 보인다는 한국전망대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 결혼 봉축 기념비를 돌아보고 한일 양국의 치고받는 전쟁의 상흔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길고도 먼 일본 식물탐사 여행을 끝냈다.
대마도는 우리 선조들이 별 볼일 없는 땅이라고 업신여기고 소홀히 해서 내 준 약소국의 운명이요, 가슴 아픈 상처고 비운의 역사였다. 요즘 아베 정권이 중국 땅을 넘보는 때에 우리는 정신을 바로 차려야 한다.
잊지 말자. 대마도 땅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대로 삼국시대 때 우리 땅 진도(津島)인데도 빼앗지 못한 섬이었다.
2014.08.01
---------------------------------일죽 김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