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마디로 '개판'인 음악회였습니다.. 제 노래 인생 30년에 이렇게 체계 없고 대접 못 받고 짜증나는 공연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선곡 권한이 가수에게 주어지지 않고 주최측에서 정해주는 곡들 중 해야만 했는데 그래도 김연준선생님 곡으로 한정된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참았습니다. 2부에 출연하는 미리 섭외된(주최자와 친분이 있는 듯한) 가수들이 유명한 곡들을 이미 다 선곡한 후라서 나머지 곡들 중에서 고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또 제가 하려고 골라 놓은 곡을 한참 연습 중에 뒤늦게 합류한 고성현 선배에게 상납할 수밖에 없었고.. 저는 또 다른 곡을 새로 공부해서 외워서 불러야만 했습니다. 원치 않는 곡을 원치 않는 키로 부르다 보니 노래하기도 힘들었습니다(사실 키는 제가 조정했으면 되었겠지만 바쁜데 악보 그릴 시간 까지는 없죠.ㅎㅎ). 결국 높은 키로 그냥 하다가 소리 한 번 실수도 해주고..ㅋ 하기 싫은 곡을 부르려니 영 감정이 잡히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무대 뒤 분장실은 합창단에게 선점 당하고 가수들은 구석진 비상계단으로 두 층이나 더 올라가 창고 같은 분장실에서 갱의하고 대기했습니다. 분장실이라고 배당받은 방이 극장 관리하시는 분이 평소에 쉬는 방인지 옷가지에 세면도구에.. 너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합창단 일정 때문에 무대 리허설 콜을 지나치게 일찍 받아서 극장에 일찍 갔고 게다가 우리가 리허설 하는 내내 조명 껐다켰다 스피커 껐다켰다 엄한 음악이 나오다 말다.. 무대 셋팅한다고 별 일이 다 있었구요. 옆건물 지하 직원식당에 가서 저녁 먹으래서 저는 안 갔습니다. 무대에 마이크를 설치해 놓고 크게 확성하는 바람에 무대에 노래하러 들어가서 시작하자마자 무지 짜증났습니다. 세상에 중급 극장에서 가곡을 부르는데 웬 마이크를.. 그렇게 크게.. 무대에는 자막이 가득했습니다. 한국말로 한국가곡을 부르는데 웬 자막? 사회자는 아나운서인지 아마츄언지 예의도 없게 진을 입고 무대에 서더군요. 합창단 창단 십주년도 함께 기념하는 거라는데 합창단에서는 웬 다른 작곡가들 노래만 했구요. 합창단이 세 번 씩이나 무대 서는 바람에 스테이지 전환 시간도 필요 이상 많이 소요되었지요. 결국 공연도 너무 길어져서 두 시간 반도 더 걸렸고.. 저는 가뜩이나 노래도 썩 잘 못했는데 열악한 무대 뒤 환경에서 기다리기 싫어서 그냥 일찍 나왔습니다. 제 손님들께는 죄송했지만 어른들과는 중간 휴식시간에 인사하고 사진 찍고 했으니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기획한 측에서는 공연 전부터 마지막까지 전혀 인사도 체크도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가수들에게 프로그램 몇 권 조차도 전혀 챙겨주지 않는 공연은 처음입니다. 프로그램의 중창곡 순서도 누누히 얘기했는데 결국 틀리게 인쇄되어 제가 무대감독에게 부탁해서 자막팀에 연락하여 자막 순서를 바꾸도록 했습니다. 다시는 이 주최측 기획의 음악회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주차장에서 차 빼 나오는데 주차권을 극장 어디선가 잃어버렸기에 출연자 무료 주차할인권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고 종일 주차비를 내고 나왔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정말 하기 싫어서 당장 안한다고 내려놓고 싶었었지만 십년 넘게 형제처럼 지내고 있는 이상주선생님의 면을 봐서 끝까지 참고 공연했습니다. 이렇게 참고 참고 힘들게 공연했는데 개런티는 정말.. 밝히기 창피한 수준으로 준답니다. 정말 하나부터 열 까지 맘에 드는 일이 전혀 없었던, 끔찍했던 공연이었습니다. 투덜투덜..
첫댓글 정말 주최측 횡포가 표를 바꾸는데
C열 8, E열 3 , F열 1, 요렇게 자리를 바꿔주더라구요. 울 쌤들이 맡겨놓으신 표들은 요렇게 떨어진 자리밖에 없다고 ~~ 저희 7시에 가서 표 바꿨는데도 ...
할튼 선생님 너무너무 애쓰시고 고생하셨어요. ... 그래도 울 선생님이 무대에선 제일 멋있었답니다. ^^
티켓 저희가 맡겨 놓은 것도 아닙니다.
저희는 초대권만 받은 거고 다 주최측이 한 건데.. 세상에 초대권을 좌석권으로 바꿔주면서 어디서 왔는지 따지고, 같이 온 사람들에게 떨어진 자리 주는 경우는 저도 생전 처음입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죄송할 따름입니다.
고생 많았다, 철아~~ 예술가를 대접할 줄 알아야 선진국인데 ㅋㅋ
^^ 우리나라는 아직 먼 것 같아.. 그래도 다른 땐 괜찮은데 어제 이 공연이 유독 심했지.
주최측 이름은 멋지네요 ㅋㅋ 한국가곡합창단은 도대체 어디 있는 합창단인지...-_-;;
아마츄어 합창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