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는 미인을 보면 정복 못해 안달인가?
-한 여자에 대한 정복욕이 나라의 패망을 불러온다.-
◈트로이하면 목마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 목마를 있게 한 전쟁의 원인이 헬레네라는 점에서 그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할 것이다. 헬레네는 어떤 인물인가? 외모만 가지고 평가했을 때 그녀는 매우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파리스는 헬레네의 미모에 반한 나머지 기혼한 그녀에게 청혼을 해서 트로이 땅으로 데려 갔던 것이다. 한 여인이 전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 전쟁을 자세히 살펴보면 남성들의 한 심리가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헬레네는 단지 그 불씨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트로이 전쟁은 미모의 여성을 차지하려는 파리스의 정복욕과 빼앗긴 미녀의 아내를 되찾고자 한 메넬라오스의 소유욕이 충돌해서 빚어진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인을 일컫는 말 중에 경국지색이란 말이 있다. 나라를 뒤흔들 정도로 미모가 빼어나다는 이 말은 한 나라의 흥망이 여자의 미색으로 좌지우지됨을 뜻하는데 중국의 서시는 바로 대표적인 경국지색의 여인이었다. 당시 서시는 패병으로 인해 자주 얼굴을 찡그렸다고 한다. 지방의 여자들은 서시의 미모를 흠모했는데 그녀가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이를 흉내 내어 얼굴을 찡그렸다고 하니 그녀의 미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당시 중국에는 월나라와 오나라가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 월왕의 구천은 오나라에 패해서 절치부심하던 중 구천의 충신 범려가 서시의 미모가 뛰어남을 알고 호색가였던 오왕에게 서시를 바친다. 오왕인 부차는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치를 태만하게 했고 결국 월나라는 서시의 도움에 힘입어 오나라를 멸망시키게 된다.
한 여인으로 말미암아 나라가 패망한다는 점에서 오나라와 트로이는 흡사하다. 그리고 자신의 빼어난 미모가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점에서 서시와 헬레네는 흡사하다.
후세 사람들은 트로이 전쟁을 논할 때 헬레네를 희대의 악녀로 묘사하곤 한다. 그녀가 트로이로 가지만 않았어도 전쟁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헬레네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일까? 그녀에겐 잘못이 없다. 굳이 죄가 있다면 단지 미모가 훌륭해서 파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전쟁의 장본인은 헬레네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 난 두 남자이다. 한 사람은 남의 여인을 정복하고자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여자를 소유하고자 했다. 비록 두 사람이 모두 전쟁의 당사자지만 죄질은 같지 않다. 왜냐하면 파리스의 겁 없는 행동이 메넬라오스에게 전쟁이라는 정당한 명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헬레네가 제 아무리 예뻐도 그가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면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파리스는 제 나라의 국력이 약한 것도 모르고 적국의 왕비를 넘봤기 때문에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용기가 너무 가상했을까? 파리스는 한 여인 때문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가족과 나라 그리고 본인 자신에게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