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봄이 와서 개나리에 산수유에 벗꽃에 목련에 진달래에...갖은 꽃들이 만발하였건만,
이곳 진부는 아직도 겨울이다.
먼산에는 눈이 하얗게 덮혀있고, 바람에 밤이면 기온이 영하를 맴돌고 있으니...
귀농 첫 해
혼자 거문리 5반(움골) 제일 꼭대기에 살면서
뭐든 물어보고 해야하는 새내기 농사일.
3미터*6미터의 컨테이너에 살림을 풀고
7미터*20미터의 비닐하우스의 2/3는 밭으로 나머지는 창고겸 작업장을 꾸몄다.
그리고 경사진 돌이 많은 밭 1500여평이 나의 토지이다.
뒷 산 3000여평은 무언가 활용해야 하는데 연구중이다.
내 집은 멀리 백두대간이 보이는 700고지 백적산 기슭에 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거문리 443번지.
멀리 볼 수 있어 좋으나 오르기에 숨이차고, 고도가 높아 춥고 바람이 많다.
아직 전기가 없어 냉방이다보니 부탄가스 캐비넷 히터의 도움을 받고있다.
밤이면 가스등으로 불을 밝힌다.
컴퓨터나 인터넷은 사용할수 없어 마을회관이나 진부면 피씨방을 이용한다.
물은 일급청정수 계곡물을 그냥 먹고 있다.
그리고 우물을 파서 주방으로 호스를 연결하였지만 전기가 없으니 퍼 올릴수가 없다.
혼자라 춥고 외롭고 하여 하나님과 더 가까워졌다.
거문성결교회에서 예배하고 있다.
내 또래의 담임목사님이 참 친절하시고 자상하시다.
진도개 암놈 한마리를 정선군 임계에서 샀다.
쌍거플 눈에 털색이 하얀놈이 귀엽다.
생일이 2월 16일이어서 이름은 "일육"이라 부르는데 농장을 마구 뛰어다니며 노느라 마냥 신이났다.
아직까지 놔 놓고 먹이니 그놈 복 받은 놈이다.
식구가 늘어 그놈 먹이느라 신경이 쓰인다.
농기계는 없고 기본적인 농기구는 갖추었다.
그리고 필요한대로 구입하고 있는데 이 곳은 비싸다.
다들 트랙터를 가지고 농사하는데 혼자서 힘으로 농사를 하고있으니..
그래도 내가 꿈꾼 전원생활 콧노래가 나오는게 체질이다.
계분퇴비 350포, 밑거름 비료 30포, 토양살충제 11포를 시비하였다.
로타리와 비닐씌우기 작업은 이웃에게 맡긴다.
씨감자 240Kg, 홍천 찰옥수수 300평, 고추, 야채.등이 금년 재배품목이다.
올핸 적응기간으로 이것저것 해본다라고 생각한다.
농번기라 서로 바뻐서 자주 만날수는 없어도 좋은 이웃들이 있다.
그분들은 누구 할것없이 모두 나의 농사 선생들이다.
그러나 농사일이란게 정답이 없이 융통성이 많다보니 대답이 제각각이다.
이것 저것 열심히 귀담아 듣고 노트에 적어가며 배우고 있다.
전기는 마지막 전주에서 거리가 300미터가 넘어
가설비용을 530만원여 한전에 납입하였지만
6개의 전주중 2개의 전주가 세워질 토지의 지주가 동의를 해주지않아 공사가 지연이 되고있는데
언제나 공급될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전동공구나 전열기를 사용할 수없는점이 불편하다.
통신은 오직 핸드폰에 의지하는데 SK텔레콤은 신호가 약하여 다소 불편하다.
그러다보니 바테리 소모도 많다. 충전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고 싶지만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서...
인터넷이 안되다보니 블로깅도 소홀하여 조용하고 카페에도 소식전하기 난감하다.
노가다가 비가오면 쉬어야하는데 나도 비가오면 쉰다.
하우스안에서 할 일이 있지만 휴일이다 하고 쉰다.
애견 일육이를 데리고 춘천으로 와 식구를 만나고 따뜻한 방에서 쉬며 뉴스를 보고 오랜만에 이글을 쓴다.
나의 최근 동향이다.
가재 도룡용이 살아있는 맑은물에서 씻고 세탁하고 설겆이하며 산다.
수온이 낮아 정오무렵에 주로 물에서 씻는다.
세탁물은 널어놓으면 바람이 자꾸 날려버린다.
계곡에서 다 벗고 계곡욕을 할 수 있어 좋다.
아무도 없는 나만의 왕국이므로...
자취를 한다. 세끼 혼자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
어머니가 싸준 보따리를 풀어보니 없는게 없이 다있다.
이사가는사람 종합선물셋이다.
그릇에 수세미에 세제에 호박씨에 양식에 물파스까지...
나이 50이 넘어서 어머니 그늘을 못 벗어나다니 河海와 같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다.
아내까 만들어 주는 반찬들. 맛있다.
제 좋은 전원생활 한답시고 젊디젊은 각시를 생과부로 만들어 놓고...
철 없다면 철없는 놈이다.
노루, 고라니, 돼지, 다람쥐가 이웃에 산다.
그리고 애써서 비닐하우스 옆 물가를 자주 찾아주며 이쁜 소리로 노래하는 새들이 있다.
나비가 마지막 탈피하고 자유롭게 숲속을 비행하고
자작나무와 잣나무 낙엽송가지가 바람에 소리를 낸다.
곧 시원한 그늘과 싱그러운 초록색을 뿜어낼테지...
이른 봄에 밭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대추나무, 왕벗나무, 느티나무, 자두나무, 엄나무, 홍매실나무, 구상나무, 마가목, 가시오가피...
나무를 심는것은 10년대계라 했는데 10년후면 내 모습이 어떨까?
매일 저녁 진부초등학교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클럽에 가입하였다.
사람들도 사귀고 독수공방의 긴긴 밤도 줄일겸 다닌다.
씻고나서 피곤하면 안간다.
그러다보니 가는 날이 몇 일이 안된다.
그리고 왕복 16킬로 기름값도 부답스럽다.
4륜 오토바이를 사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 생각중이다.
승용차 트라제를 사륜구동 화물차나 밴으로 바꿀 생각이다.
언덕이 가파르고 노면이 고르지 않아서, 그리고 싣고 나를일이 있어서이다.
중고자동차를 취급하는 지인에게 의로하였으니 좋은 소식이 오겠지.
주변에 버려진 초지가 있어 가축을 좀 기르고 싶은데 그게 간단치가 않다.
당나귀나 염소나 토종닭...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이 몸이 그것들을 농장에 들이는 순간 꼼짝없이 부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내마음속에 최고의 갈등요인이다.
사진찍기와 그림그리기 붓글씨쓰기는 겨울에나 다시해야겠다.
소재는 풍부한데 시간이 없다.
피곤하고 더구나 전등이 없어 밤에 이토록 어두우니...
내일이 부활주일
부활절 계란이나 준비하여 교인들과 나누어야겠다.
나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며 나의 부활 또한 확신한다.
나를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며
강원도 산골의 예수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한 사나이가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있다.
문명사회에 비추어보면 뒤떨어지고 미개해보이지만
삶에 지친자, 문명에 싫증난 자, 무한경쟁에서 잠시 비켜나고싶은 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한 자들이여..
이곳에 오라.
그리고 새 힘을 얻으라.
이 숲속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첫댓글 천재가 고생을 한다고 해야 하나,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니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반갑고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떨치고 나가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하다.
각박하게 살고있는 나의 모습을 반추해 본다.
과연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는 못 할지라도....
인수야 반갑다.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여기도 치사하고 그런일 많구나.
멋진 계절 누리거라.
와! 천재가 꿈같은 생활을 시작했구나. 부럽다. 그 곳에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다운 동산을 일구고 삶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를 제공할 수있는 낙원으로 가꾸기를 바란다.
나도 기회가 생겨 한국에 나가면 방문하마. 힘내라. -미국에서 최 재경-
이글 올리고 평창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니 전화받고 참 반가웠다.
이국만리에 있는 니나 산골에 쳐박힌 나나 어찌 비슷하단 생각 했었다.
건강하고 늘 밝고 환한 얼굴이거라.
귀농 1년차 김천재 찾아보자.
니나 실컷 찾아봐라. 해발 700미터 산골 오지 외딴집이다.
실데없는 생각 말고 딴지 걸 생각도 말고 더도말고 덜도말고 82년 숭환이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