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작센터의 롤란트 시멜페니히 작 윤광진 연출의 황금용
공연명 황금용
공연단체 공연제작센터
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
연출 윤광진
공연기간 2015년 2월 21일~3월 8일
공연장소 게릴라극장
관람일시 2월 21일 오후 3시
게릴라극장에서 롤란트 시멜페니(Roland Schimmelpfennig)히 작, 이원양 역, 윤광진 연출의 <황금용(黃金龍)>을 관람했다.
<황금용>을 번역한 이원양 교수는 서울대 독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과 연극학을 연구했으며 지난 80년부터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독문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저서로는 '브레히트 연구'(1984), '우리시대의 독일연극'(1998), '독일어기초과정'(1995) 등이 있고, 한국 브레히트학회 회장(93-95), 한국 독일어교육학회 회장(97-99), 한국 독어독문학회 회장(2000)을 역임하면서 국내 및 국제학술대회를 조직하여 학회의 발전을 힘쓰고, 1980년대부터 한·중·일 3국간 학술대회를 정례 화시켜 동아시아 3국간 독어독문학 국제교류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에는 독일연방공화국 1등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롤란트 시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 1967~)는 <그라이프스발트 가(街)> <아라비안 나이트> <과거의 여인> <동물의 제국> <황금용>을 비롯해 30 편에 이르는 희곡을 집필하고, 뮐하임 페스티발, 테아터 호이테 등에서 극작가상을 수상한 현재 독일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2007년에는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인도의 떠오르는 여성 연출가 줄레이카 차우다리(Zuleikha Chaudhari) 연출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인도참가작으로 공연된바 있다.
2008년에는 연희단거리패의 김경화 작 이윤택· 연출의 <산 넘어 개똥이>를 이원양 교수 의 독역으로 <베를린 개똥이: 이윤택·알렉시스 부크 공동제작>독일공연이 이루어져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무대는 정면에 <황금용>이 그려진 휘장을 늘어뜨리고 무대 왼쪽에 조리대와 조리그릇, 그리고 식칼 등이 준비되어 있다. 무대좌우 벽 가까이에 의자를 나란히 놓아, 출연자들의 대기석으로 사용되고, 무대에 들여와 대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베짱이 한 마리가 깡충 깡충 뛰어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조명이 바뀌면 철제 조리대 주변에 다섯 명의 남녀 요리사가 크고 작은 프라이팬을 들고 요리를 만드는 장면이 보이고, 향후 식당 손님인 항공사 여승무원 역, 개미와 베짱이 역, 노인과 손녀딸 역, 줄무늬 옷을 입은 젊은 남자와 빨간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 웨이트리스, 바비퍼커 등의 역을 다섯 배우가 번갈아 해낸다. 독특한 점은 나이와 상관없이 나이든 남성이 젊은 여성으로 출연하거나, 나이든 여성이 젊은 남성으로 출연해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꿔 입고,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우리나라에 중국음식점이 많듯 독일의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진출한 태국-중국-월남인 등 중국계 음식점에서는 <황금용>을 그린 간판을 달고 식당업을 한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 수가 현재 150만에 이르듯 독일에 이주한 중국계 사람들도 100만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 중에는 불법체류자도 부지기수이고, 이 연극에서는 독일거주 한 불법체류자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라비는 요리를 만들다가 치통을 호소하지만,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가려해도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나 추방을 당하게 되니, 통증이 심해도 치과에 갈 수가 없다.
누이는 언어장벽과 의사불통으로, 한 겨울에 개미집을 찾은 베짱이 신세와 다름이 없다. 베짱이는 음식구걸을 하다가 개미들의 성노리개 감으로 전락한다. 낯선 이국에서 홀로된 여성은 호구지책으로 성노리개 감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식당 위층으로 설정된 조명공간에서는 젊은 남녀의 혼전동거 장면이 펼쳐지고, 혼인의사와 관계없는 동거도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랑이 식은 여성 쪽에서, 다른 남자와 정분을 나눈 후, 동거남과 헤어지는 장면은 성적 개방과 자유를 누리는 현 세태를 반영한 듯싶고, 지성보다는 관능적이거나 색정적인 몸매와 차림에 치중하는 것도 동서양이 매일반이라는 느낌이다. 이 장면은 극의 말미에, 지옥의 개미굴에서 성노리개로 전락했다가 탈출한 베짱이가, 노인의 회춘의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성적가혹행위를 당하고, 온몸에 선혈이 낭자해 축 늘어진 모습은 서글프고 비참한 풍속화를 대하는 느낌이다. 어쨌건 치과대신에 오라비는 병든 치아를 동료 요리사들에 의해 파이프렌치로 강제 제거하게 되고, 그 뺀 치아가 잘못 프라이팬으로 날아 들어가, 그것이 항공기 여승무원 2인이 주문한 음식물에 들어가 31세 된 여승무원 식기에서 발견된다. 28세의 동료는 자리를 박차고 식당을 뛰쳐나가지만, 31세는 그것을 핸드백에 보관하고 집으로 간다. 치아를 뺀 젊은 요리사는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동료들은 시체를 <황금용> 문양이 들어간 휘장에 말아 강물에 버린다. 시체가 발견된들 거주등록도 아니 된 불법체류자의 신원을 어찌 밝혀내랴? 죽은 오라비와 죽은 듯 늘어진 누이의 모습은 불법체류자들의 삶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대단원에서 시체를 버리고 떠나는 요리사들과 마주친 31세의 여승무원이 자신의 음식에 들어간 이빨 이야기를 애써 참으며 요리사들에게 잘 가라고 하는 인사는 우리 모두의 잘못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씨와 용서로 받아들이게 되는 감동의 마무리로 느껴진다.
이호성, 남미정, 이동근, 최숙경, 한덕호 등 출연자들의 1인 다 역의 혼성연기가 독특하고 탁월해, 연극의 도입에서부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출중한 연기력과 성격창출로 극적분위기 상승은 물론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윤지원 최숙경, 무대미술 박은혜, 조명디자인 조인곤, 의상디자인 김상희, 음향디자인 미스미 시니치, 움직임지도 양승희, 안무 허유미, 분장 신주연, 소품 김정현, 제작감독 정성훈, 시신 이지락, 홍보디자인 신기린 김 솔,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극연구소와 공연제작센터 제작의 롤란트 시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 원작, 이원양 역, 윤광진 연출의 <황금용>을 연출력이 감지되고, 출연자들의 호연이 빛을 발한,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월 2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