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맞춤 선물 쇼핑몰 ‘울앤닷컴’ 박정민 대표
기다림 스탬프, 열녀 상품, 주소 스티커, 캡슐 유리병 편지, 기다림 달력 DIY, 약봉지와 약포지, 러브 현수막…. 사람의 정서 중 기다림만큼 애틋한 게 또 있을까? 애인을 군대에 보내고 오매불망 기다리는 연인들과 지금도 ‘오, 내 사랑’을 외치는 닭살 커플을 겨냥한 상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울앤닷컴’. 거대 쇼핑몰의 틈새를 제대로 공략한 쇼핑몰 창업 모범사례를 소개한다.
조득진 객원기자 김수현 객원 사진기자
지난 2000년 6월, 당시 스물일곱 살의 박정민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상태였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웹 프로그램에 관심과 재주가 있던 그는 ‘쇼핑몰로 밥 벌어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당시 연인들을 주 타깃으로 한 선물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오프라인에 나와 있는 일반화된 상품이 아닌, 자기만의 개성이 표현되는 독특한 선물을 찾는 수요가 많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연인 고객층의 사이트들은 많으니까 이를 어떻게 세분화해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갈 것인가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생각했어요.” ‘연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애틋함과 기다림의 정서라고 생각한 정민 씨는 인터넷 쇼핑몰 시장조사를 통해,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자신의 애정을 표현할 만한 사이트가 전혀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한창 연애를 할 대한민국 젊은 남성 대부분이 최소 2년간 있어야 할 군대. 그들의 여자친구들만 고객으로 확보해도 지속적인 이윤 창출은 물론,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겠다는 ‘사업계획’이 차차 잡히기 시작했다. 물론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군발이 정신’이 남아 있는 자신의 정서와 생활 습관이 최고의 자산이었다. “직원모집의 우선순위는 물론 ‘군필’이었죠, 하하. 디자인을 전공한 ‘군필’의 남자친구를 끌어들였고, 고객 상담을 위해 ‘남자친구를 군대 보낸’ 경험이 있는 여직원도 스카우트했어요. 3명의 적은 식구였지만, 그러나 틈새를 공략한다는 기대감과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는 문화 창달’의 포부까지 더해져 출발은 정말 훈련병 행군만큼이나 힘이 있었어요.” 초기자본은 최대한 아꼈다. 망원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마련하고, 초기물량을 확보하는 것까지 3천만 원에서 해결했다. ‘작게 시작해야 리스크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쇼핑몰의 이름으로는 ‘우리 애인을 위한 닷컴’을 줄여 ‘울앤닷컴’으로 정했다. 각 언론에서 ‘독특한 쇼핑몰’로 인정받으며 7년째 장수하고 있는 울앤닷컴의 첫걸음이었다.
트렌드를 읽어야 상품이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선물 쇼핑몰 사이를 틈새공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상품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정민 씨와 직원들은 일단 군대에서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로 뽑아보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군인들의 군것질거리와 속옷과 화장품, 깔창 등 생활용품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기존 제품에 따로 문양을 새겨 넣거나 라벨을 붙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었어요. 물건은 판매처 도매상을 찾아서 수급해 왔죠. 일단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은 기다리는 여자친구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문제였죠.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과자의 경우도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상품보다는 수입된 것을 취급했어요.
지금이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에 가지 않으면 구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나만을 위한 색다른 선물, 그래야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잖아요.”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사무실에서 곱게 포장해 우체국 택배로 군대에 보내는 시스템. 물론 포장 안에는 ‘기다리는 여심’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담았다. “저 또한 군 생활 중 여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이 있어서 군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죠. 사실 다른 전우들이 소포를 받거나 편지를 다발로 받을 때 무척 부러웠거든요. 그 안에 담긴 애정에 배고팠던 거죠. 그래서 저희는 고객에게 군에 있는 남자친구가 정작 받고 싶은 것은 당신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라고 상담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창업 초창기에 민 상품은 ‘연인 언약등본’.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이나 간직하고픈 추억담을 표구할 때 사용하는 비단종이에 담아 제작했다.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고, 관물대에 세워 두기 딱 좋아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초기 효자 상품이었다. 고전적인 ‘꽃편지지’에서 벗어난 독특한 편지지와 편지봉투도 인기였다. 편지 다발을 멀리서 보아도 “저건 내 편지다.” 하고 알 수 있도록 편지봉투를 눈에 잘 띄는 색깔로 한다든지, 계급에 따라 색을 차별화한다든지 방식으로 기쁨을 극대화시켰다. “라이터도 꾸준히 인기 폭발입니다. 만난 지 2주년 기념일, 생일 등 함께 챙기지 못하는 날을 부대원끼리 서로 축하해 줄 수 있게 라이터에 기념 문구를 넣는 방식인데, 라이터를 돌리고 그에 상응하는 축의금을 받으며 기뻐하는 것이죠. 500일 기념일이면 주변 친구들에게 500원을 받으며 축하받는 신세대 문화를 활용한 아이디어였어요.”
발품과 자체 제작으로 단가를 낮춰라
최근에는 러브 현수막과 휴대용 선풍기의 매출이 높다. ‘상병 한재용! 오빠가 입대한 지 딱 1년 지나갔네~. 힘들어도 정아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생활해^^*. 늦었지만 상병된 것도 축하하구!’ 식의 문구가 달린 현수막을 소포에 담아 보내면 선물을 받은 군인이 이를 월드컵 당시 차두리의 세레머니처럼 머리에 둘러메고 내무반을 한바퀴 돌거나, 현수막을 한동안 내무반에 걸어놓는 신(新)병영 문화가 생겨날 정도라고. “예전에도 크리스마스 무렵 편지 많이 온 사람, 특이한 편지 온 사람 중에서 뽑아 포상 휴가를 줬잖아요. 저희 상품을 받은 군인 중에 휴가 나오신 분들이 많아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감사의 글에 보람을 느끼곤 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제품을 준비해 달라, 이런 상품은 다른 전우들에게 ‘따’ 당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제품 상담은 물론 고객의 인생까지 상담해 준다. “사이트를 7년 정도 운영하면서 여성 고객들의 성향이 변하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예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라고 할까요. 여자 고객들 안에서도 ‘내가 더 잘 기다릴 수 있다’는 경쟁의식이 있어요. 예전에 비해 복무기간이 짧아진 대신 휴가는 잦고, 또 전화통화가 자유로워진 탓도 있겠죠. 참, 고무신 거꾸로 신는 건 옛말이고, 요즘에는 군화를 거꾸로 신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달라진 경향이에요.” 문제는 상품의 가격.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어서 더 저렴한 상품공급이 관건이었다. 정민 씨는 이를 발품과 자체제작으로 해결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라이터가 보통 300원인데, 도매 가격은 그 절반 정도예요. 도매시장에서 저렴하게 사다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다 매달려 문구를 새겨 넣었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가격이 200원. 100개를 구입해도 2만 원 정도니까 부담이 없어 반응이 괜찮았죠.” 자체 제작도 주효했다. 플러터 등 출력기와 각종 기기를 마련해 제작 단가를 낮추는 데 노력했다. 판매에만 매달리는 ‘거간꾼’이 아닌, 자체제작을 통해 시간과 유통마진을 절감한 것이다. 소형업체인 만큼 마케팅 비용의 절감도 필요했다. 비용을 들인다면야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려놓을 수 있겠지만 정민 씨와 직원
들은 사이트를 통한 고객과의 상담을 강화함으로써 ‘입소문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아이디어를 지켜야 매상이 오른다
어느덧 사업 7년째에 접어든 박정민 대표는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바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매출이야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이따금 ‘대박 아이템’이 하나씩 터져 주어서 울앤닷컴은 물론 타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히트 상품 베끼기’가 만연해 수익은 물론, 사업 의지마저 꺾고 있다는 것이다. “대박 아이템이다 싶으면 타 팬시몰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바로 아류작들이 나옵니다. 군인들만을 위한 약봉지를 만들어 그 안에 비타민제나 사탕 등을 넣어 출시한 적이 있는데, 이게 좀 인기를 끈다 싶으니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라고요. 결국 목표한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남 좋은 일만 한 셈이 됐죠.” 때문에 최근 정민 씨는 실용시안이나 특허신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괜찮은 아이템에 대해 특허를 받아 상품과 수익을 지키기 위함이다. 특허를 받기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특허를 얻고 나면 그 기간 중의 아류작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물을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 “고객층을 넓히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 분들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부터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유치원 선생님들이나 교생 선생님들도 그 대상이죠.” 현재 울앤닷컴의 고객 회원은 약 10만 명. 연인이었던 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챙겨야 할 사람도, 기념일도 늘어나 그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관건은 이를 어떻게 울앤닷컴이 ‘챙겨 주느냐’는 것. ‘평생회원이라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박정민 대표의 고민이 바로 사업 확대의 시작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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