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대한민국 고3 학생들을 위해 청어람입시연구소 김준기샘이 창작한 장편소설입니다.
총 50장으로 연재됩니다.
제2장: 불안의 그림자
1. 끝없는 경쟁의 조짐
3월의 둘째 주, 태윤은 새벽 5시 알람에 눈을 떴다. 잠은 충분히 자지 못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상 위 달력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D-251'이라고 적혀 있었다. 숫자만 봐도 숨이 막혔다. 그 옆에는 3월 모의고사 날짜가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쳐져 있었다. '모의고사 D-14'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그리고 더 작은 글씨로 '중간고사 D-50'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교실은 이미 친구들로 가득했다. 아침 자습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떠들지 않았다. 모두가 책상 위에 참고서를 펼쳐놓고 문제를 풀거나 필기를 하고 있었다. 복도에서는 3반 김민수가 작년 기말고사 문제지를 들고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3이 된 지 2주 만에 모두가 1등급을 향한 전쟁터로 뛰어든 것 같았다.
"야, 태윤아." 지원이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며 다가왔다. 평소의 활기찬 모습이 아니었다.
"너 어제 수학 기출 풀어봤어?"
"응, 근데 예전보다 틀린 문제가 많아."
"나도... 문제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다 틀려." 지원이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다.
"이러다 3월 모의고사에서 망하면 어쩌지? 이번 모의고사 결과가 나쁘면 내신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
태윤의 손에 땀이 배었다.
첫 모의고사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면 정시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그럼 수시에 올인해야 하나? 하지만 내신 1등급은 4%면 충분했던 1, 2학년과 달리, 고3은 내신 1등급 커트라인이 훨씬 높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몇몇 과목은 만점에 가까워야 1등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작년 3학년 수학은 평균 70점이었대. 근데 1등급 커트는 94점." 태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원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진짜? 그럼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 놓치는 거잖아... 너는 수시로 갈 거야, 정시로 갈 거야?"
태윤은 머뭇거렸다. "아직... 잘 모르겠어. 둘 다 준비해야 할 것 같아."
"그게 가능해? 내신도 챙기고 수능도 챙기고?"
"그래야만 해." 태윤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지만, 속으로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가능할까?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나? 지금 결정해야 하나?
태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주변에서는 비슷한 대화들이 오갔다.
"야, 너 수학 몇 등급이야?" "1등급... 근데 이번 모의고사는 불안해."
"너네 반 김준호는 벌써 3월 모의고사 대비 모의고사에서 만점 나왔대. 수능 국영수 전부 1등급 찍을 것 같아."
"너 수시 갈 거야, 정시 갈 거야?"
"난 둘 다 준비 중인데, 진짜 미치겠어. 내신 챙기면 수능 공부할 시간이 없고, 수능 공부하면 내신이 불안하고..." "우리 엄마가 재수학원 상담까지 알아봤어..."
"너 내신 반영 비율 확인해봤어? 한 과목만 망쳐도 수시 불가능하대."
'재수'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 태윤의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직 3월인데 벌써 재수를 걱정해야 하나? 그리고 '수시 불가능'이라는 말은 더 큰 공포였다.
수시와 정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도 큰 고민이었다.
의대를 가려면 내신이 필수적이었지만, 내신에 올인하다가 수능을 망치면 정시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반대로 수능에 집중하다 내신을 놓치면 수시 기회를 잃게 될 터였다.
모든 대화가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2. 현실로 다가온 미래
"자, 오늘은 진로 상담을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겠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에 교실이 더욱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한 장의 종이를 나눠주었다. '대학 지원 계획서'라는 제목이 선명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목표로 공부할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해요. 모호하게 '좋은 대학'이 아니라, 정확히 어디를 갈 것인지."
태윤은 종이를 받는 순간 손이 떨렸다.
백지 위에 자신의 미래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버거웠다. 옆을 보니 지원이도 펜을 들고 있지만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1지망부터 6지망까지 적으세요. 그리고 각 대학에 맞는 내신 성적과 수능 예상 점수도 함께요."
'수능 예상 점수'라니, 모의고사 한 번 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태윤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선생님, 아직 첫 모의고사도 안 봤는데 어떻게 예상 점수를 적나요?"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건 여러분의 2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대략 생각해 보세요. 물론 바뀔 수 있지만, 일단 목표는 있어야죠."
태윤은 펜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1지망에 무엇을 적어야 할까? 의대? 너무 높은 목표 아닐까? 하지만 그보다 낮은 곳을 적으면 스스로 포기하는 건 아닐까?
3. 복도에서의 대화
점심 시간, 태윤은 지원이와 함께 급식을 받고 조용한 복도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실에는 있기 싫었다.
모두가 자신의 진로 계획을 자랑하거나 비교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게다가 오전에 진로 선생님이 들려준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여러분, 3월 모의고사 결과를 통해 수시와 정시 중 어떤 전략을 택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은 많지 않아요."
"너 뭐라고 적었어?" 지원이가 물었다.
태윤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의대... 근데 솔직히 자신 없어."
"그래도 넌 2학년 때 전교 3등 안에 들었잖아. 충분히 가능해."
"근데 고3은 달라. 다들 갑자기 엄청 열심히 하기 시작하잖아. 게다가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도 고민이야. 3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 못 받으면 정시는 힘들 것 같고... 근데 내신에만 올인하자니 수능이 불안하고.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태윤은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뒤처질까 봐 겁나."
지원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자신감 넘치던 태윤이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나도 무서워." 지원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는 대학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그런데 수시로 준비할지, 정시로 준비할지 결정도 못했어. 3월 모의고사 결과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만약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내신과 수능 중에 어디에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러다 둘 다 망치면 어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밥만 먹었다. 주변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에게는 그 소리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제 꿈에서 수능 시험장에 지각했어." 지원이가 갑자기 말했다.
"꿈에서?"
"응. 완전 악몽이었어. 시험장 문이 닫히는데 내가 뛰어가는데도 절대 닿지 않는 거야. 그러다가 식은땀 흘리면서 깼어."
태윤도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나도 시험지가 백지인 꿈 꿨어. 문제가 하나도 안 보이는 거야."
서로의 불안을 나누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혼자만의 공포가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4. 밤의 무게
저녁 자율학습이 끝나고, 태윤은 집으로 돌아왔다. 시계는 이미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피곤했지만,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도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의 책상 서랍을 열자 1, 2학년 성적표가 보였다. 국어 1등급, 영어 1등급, 수학 1등급, 과학 2등급... 완벽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였다. 고3의 모의고사와 내신은 완전히 다른 전쟁이었다.
책상 위에는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과 내신 대비 문제집이 함께 쌓여 있었다. 어느 쪽부터 공부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3월 모의고사가 먼저지만, 중간고사도 멀지 않았다. 수시? 정시? 그 선택의 기로에서 지금 자신이 해야 할 공부는 무엇일까?
문제집을 펼치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들로 가득했다.
'내가 정말 의대에 갈 수 있을까?'
'정시가 유리할까, 수시가 유리할까?'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애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3월 모의고사에서 망하면 정시는 포기해야 하나?'
'내신에 올인하다가 수능을 망치면 어쩌지?' '수능에 집중하다가 내신을 망치면 어쩌지?'
손에 쥔 펜이 떨렸다. 문제를 읽어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창문 밖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밤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지원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아직 안 잤지? 나도 공부 중. 근데 집중이 안 돼. 너도 그래?"
태윤은 잠시 망설이다 답장을 보냈다.
"응. 나도 그래.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어. 특히 수시랑 정시 중에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고민돼."
"나도... 지금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다가 내신 걱정이 나고, 내신 문제집을 풀다가 모의고사 걱정이 나서 미치겠어. 진짜 둘 다 잘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모르겠어. 근데 진로 선생님 말로는 3월 모의고사 결과 보고 결정하는 게 좋대. 2주 후면 알게 되겠지."
"그런가? 근데 솔직히 그때 결정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아. 지금부터 어느 쪽에 더 집중할지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 같은데..."
"맞아. 근데 쉽지 않아. 어느 쪽도 포기하기 싫으니까."
"우리 이러면 안 되는데... 일단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다시 시작하자. 서로 응원하면서."
태윤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원이 말이 맞았다.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공부해봤자 효율이 떨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 내일 보자. 우리 할 수 있어. 3월 모의고사 준비부터 하자."
메시지를 보내고, 태윤은 책상 위 달력을 바라봤다. 'D-251'이라고 쓰인 포스트잇 옆에는 빨간 펜으로 '3월 모의고사 D-14'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중간고사 D-50'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중, 삼중의 압박감이 그를 짓눌렀다.
책상 위에는 두 갈래의 길을 상징하는 듯 내신 대비 문제집과 모의고사 문제집이 각각 쌓여 있었다.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무엇이 더 효율적일까? 내신에 올인해서 수시에 승부를 걸어야 할까, 아니면 수능에 더 집중해서 정시를 노려야 할까?
이 고민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3월 모의고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는 선생님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까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태윤은 책을 덮고 침대로 향했다. 내일도 새벽 5시 알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알람과 함께 또 다른 불안의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에는 수시와 정시 사이의 갈등, 그리고 다가오는 3월 모의고사와 중간고사라는 이중의 공포와 함께.
제3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