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12시 넘어서까지 홈플러스를 다녀오는 등 좌우지간 자식 일이라면 목숨거는 엄마라고 남편이 놀려대도 꿈쩍하지 않는 민들레는 새벽 3시가 돼서야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행히 2시간 푹 자고 다섯 시에 일어나서 메모지에 적힌 준비물을 차례대로 가방에 넣었지요. 꼭 한 가지씩은 잊어버리는지라 이번에도 무언가 꼭 빠트리고 말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준비한 것 완벽하게 챙겨 갔더라구요.
집을 나서는데 어젯밤 비가 그때까지도 내리고 있는데다 사방은 깜깜하고... 우리 마음에만 환하게 불이 켜져 그 불빛을 위안삼아 갔다지요. 선산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조금 더 올라가니 날이 점점 개이기 시작했어요. 안양에 있는 아들 군대에 도착하니 정말 가을다운 화창한 날씨가 우릴 맞아 주어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두 가족이 먼저 와서 벌써 음식을 펴놓고 담소 중이었어요. 군인이라고는 하지만 앳된 얼굴이 부모님 앞에서는 아직 어린 자식일 뿐인 모습... 마냥 천진하고 행복한 그런 얼굴들이 얼룩무늬 푸른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킨다며 부모 곁을 떠나서는 점 점 어른이 돼 가고 있음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첫 번째 면회때는 음식을 집에서 다 조리해 가서 먹었는데 이번에 직접 그 자리서 해 먹으려니 가스렌지, 불판 등 챙겨야 할 것이 얼마나 많던지 식구대로 양 손에 가득 들어야 했어요.
10시 반에 도착해서 아들이 신고하고 내려올 동안 전을 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면회오는 사람이 늘어나서 오후엔 면회실이 꽉 찼어요.
다른 가족들은 아무도 즉석에서 고기를 구워먹지 않는데 우리만 쇠고기. 돼지고기, 송이를 푸짐하게 늘어놓고 안면몰수 하고 아들들 먹이기에 정신 없었네요. 아들 좋아하는 된장찌개는 끓여서 보온병에 담아 가고.
면회실에서 요리를 해도 된다고 하는데도 다들 도시락 싸서 왔더구만요. 특히 한 부부는 파는 김밥 몇 줄에 과일 한 통 달랑 들고 왔는데 같은 부모로서 너무 성의가 없어 보였어요. 자주 와서 그런가... 내막은 모르지만서도 기왕 먼 길 면회 오는데 다른 집처럼 좀 맛난 거 싸왔으면 좋았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면회 온다고 들떠서 기다렸을 아들 마음은 그게 아니지 싶어서요.
면회실 커다란 테이블에 신문지 깔고 내가 준비한 것들을 쫙 펼쳐놓으니 우리집 세 남자 입이 벌어지데요. 좌우지간 통 큰 건 알아줘야 된다고. 설마 송이까지 사올 줄 몰랐다죠. 사실 우리끼리 송이 먹은 게 걸려서 고생하는 군바리에게도 먹여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더라구요. 면역력 키우는데는 송이가 제일이라고 지난 번 수업 때 신교수님이 그러셨어요. 먹여 놓으면 추운 겨울을 잘 날까 싶은 엄마 마음에 남편 주머니를 좀 털었죠.
아들은 우리가 오면 잘 먹겠다고 아침도 굶고 기다렸다네요. 군바리는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푸짐하게 준비하길 잘했다 싶었어요. 소화제로 준비한 매실 액기스 마시게 하면서 자꾸 자꾸 먹이다가 결국 남겨오긴 했지만, 이렇게 가족이랑 마음 편하게 식사하는 날이 군대생활 동안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서 무조건 많이 먹이고 싶었답니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비비큐 치킨은 꼭 먹어야 한대서 마지막으로 한 마리 시켜주니 또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작은 놈 과외시간에 맞춰 오려니 면회시간이 5시까진데 3시 반에 일어서야 해서 좀 미안하데요. 다른 가족은 아직 다 남아 있는데... 가족이 다 모였다가 한 놈만 떼놓고 오려니 또 마음이 짠하고...
김천 쯤 오는데 아들이 전화 했어요, 도착하셨냐고. 엄마 해 오신 맛난 음식 많이 먹어서 저녁도 굶었다나요. 표현은 안 해도 아마도 마음이 쓸쓸하지 싶네요. 만날 땐 반갑고 헤어지면 서운하고...
오늘 갑자기 막 추워졌네요. 산 밑 막사는 따뜻하게 보일러를 켜 주는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울 아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나기 바라면서 다음 면회는 언제 갈까 혼자 또 헤아려 봅니다.
보따리 다 싸고 헤어지기 전에 옆 테이블 군인한테 부탁해서 사진 몇 장 찍었어요.^^*
첫댓글 가족들이 어째 저리도 다 닮은꼴인고?....ㅋㅋ (너무나 당연한 소린 가?...) 씩씩한 아들 군대 잘 마치고 어른되서 엄마품으로 올거에요. 참 씩씩하게도 생겼다. 이런 아들을 엄친아?.라 그러나?...ㅋ
자꾸 더 닮아가는 것 같애 ㅎㅎ.. 사진보다 애들이 넘 말라서 걱정이라우.
민들레 대장님, 멋진 날이었네요.든든해보이고 무지 행복한 얼굴입니다.
네, 아주 아주 행복한 날이었어요~~^^
아이구 저런 아들 하나만 있으면 든든하겠다. 뉘집 아들인지 너무너무 잘생겼네~~남자가 무슨 입술이 저리 이쁠꼬
ㅋㅋ.. 내 친구들이 울 큰 아들 입술보고 뽀뽀하고 싶은 입술이라 칸다...
나도 그말 하고싶었는데, 혼날까봐 살짝 참았죠. 진짜 탐스럽다. 침 질질~~~흘리는 은나비
ㅋㅋㅋ...
나도 우리아들 군대가면 언니처럼 맛있는것 바라바리 싸서 먹이고 저렇게 사진도 찍어야지~ 멋진아들,남편 게다 센스쟁이 민들레언니 넘 보기좋아요~~
아직은 부모의 그늘이 필요한 때라... 선인장님은 나보다 더 잘해 가겠지 분명. 여행삼아 가서 아들도 보고 괜찮은 계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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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들이 다 크면 나를 떠나겠지, 나는 딸도 엄는데 우야꼬... 그런 생각하며 키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