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생경 개작 동화>
그 때의 보살은 바로 부처님!
윤 이 현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3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범여왕은 가시국이란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보살이 어느 바라문(고대 인도의 가장 높은 지위의 승려)의 집에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티리타밧챠’라고 불렀습니다.
‘티리타밧챠’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티리타밧챠’는 ‘득차시라‘ 라는 도시로 나가서 여러가지 가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향인 바라나시로 돌아와서 부모님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 부모님은 늙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생각지않게 일찍 부모님을 여읜 ‘티리타밧챠’는 너무 슬프고 허무했습니다.
이 때, 마음에 크게 느낀바가 있어서 그만 속세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서 나무뿌리와 열매를 따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살고 있을 때, 그만 바라나시 국경에 내란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시국의 범여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국경으로 나깠습니다. 왕의 군사는 평소에 전쟁준비도 잘 하지 않했을 뿐더러, 숫자도 적군보다 적었습니다. 왕은 그만 싸움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왕은 죽음의 두려움에 떨면서, 코끼리를 타고 한 쪽의 외진 길로 빠져나와 숲속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한 동안 숲속을 헤매다가 ‘티리타밧챠’가 살고 있는 암자에 이르렀습니다. 왕은
“옳거니, 틀림없는 고행자의 암자로구나. 여기서 물을 좀 얻어먹고 가야겠군.”
하고 생각하면서 코끼리 등에서 내렸습니다.
바람과 더위에 피곤하고, 몹시도 목이 말라서 물병을 찾았으나 아무데도 물병은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여기저기 찾아 돌아다니다가 겨우 우물을 발견했으나, 두레박이 없었습니다. 왕은 갈증을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코끼리 목에 매어둔 밧줄을 풀어서, 코끼리 발에다 매었습니다. 그 밧줄 끝을 잡고서 조심조심 우물 안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밧줄이 짧아서 발끝이 물에 겨우 닿았으나 더 내려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왕은 밧줄을 놓고 뛰어내려서 한껏 물을 마셨습니다.
그러나 다시 올라 갈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그만, 우물 안에 그대로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코끼리는 잘 훈련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데로 가지 않고, 우물 밖에서 왕을 지켜보고 서 있었습니다.
저녁나절이 되어, 보살(티라타밧챠)은 고일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다가 코끼리를 보고서‘
“아니, 왕이 오셨나 보구나. 그런데 무장한 코기리만 서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하면서, 코끼리 곁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우물 속의 왕을 발견한 보살은 깜짝 놀라면서
“ 대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고선, 얼른 암자로 가서 사다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왕은 무사히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보살은 왕의 몸을 와의 몸을 문지르고, 배추씨기름을 바르고, 목욕을 하시게 한 다음 과일을 대접 하였습니다. 그리고 코끼리에 매인 밧줄도 풀어주었습니다.
왕은 보살의 암자에서 3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보살에게 자기의 왕성으로 꼭 찾아와 줄 것을 약속 받고 떠나왔습니다.
그 후,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보살은 왕성이 있는 바라나시로 찾아 갔습니다.
성 밖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탁발하면서 왕성의 문 까지 갔습니다.
그 때, 왕은 큰 창을 열어놓고 궁정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보살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냥 반가운 마음에, 곧 높은 다락에서 내려와 달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보살을 맞아 큰 방으로 안내하였습니다. 그리고 옥좌에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준비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였습니다.
그다음, 궁중 정원 한 켠에 마련 해둔 집으로 안내하였습니다. 물론 수행자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중을 드는 사람들에게도 극진히 모실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그 뒤로 보살은 궁궐 안에서 큰 환대와 존경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살의 그런 모습을 언짢게 생각한 몇몇의 대신들이 왕의 아들인 부왕(副王)에게 말하였습니다.
“ 전하, 우리 대왕님은 어떤 고행자에게 함뿍 빠지셨습니다.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 까? 전하는 대왕게 충고 해 주십시오.”
부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신들괴 함께 대왕께 인사를 드린 뒤에 아래와 같은 게송을 읊었습니다.
“ 저 사람에게는 아무 지혜도 없네
그는 친족이나 벗도 아니네
대체 무엇대문에 세 지팡이를 가진
저 티리타밧챠는 맛난 음식을 먹는가“
이 말을 들은 대왕은 태자인 부왕에게 말했습니다.
“ 태자여, 그대는 내가 국경의 사움에 나갔다가 실패하여, 3일 동안 돌아오지 못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겠지?”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왕은 또 말했습니다.
“그 때에, 나는 저 보살 덕분에 목숨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면서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 했습니다.
“태자여, 내 목숨을 살려 준 은인이 내게 왔을 때, 나는 내 나라를 주더라도 그에게서 받 은 은혜를 갚을 수 없다.”
고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 싸움에 지고 무서운 벌판에서 나 혼자 물속에 빠져,
괴로워 할 때에 그는 손을 뻗치어 고난에 빠진 나를 구했네.
그의 힘을 입어 나는 돌아왔으니,
염마의 나라에서 이 인간 세상으로.
티리타밧챠는 복 받을 사람,
그에게 번영과 공물(供物)을 주자.“
왕은 이렇게, 하늘에 오른 달인 듯이 보살의 덕을 칭찬 하였습니다. 그래서 보살의 덕은 가는 곳마다 퍼졌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보시는 더욱 많아지고, 그에 대한 존경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 뒤로는 부왕도, 대신도, 도 다른 사람들도 왕에 대해서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보살의 훈계에 따라, 보시를 행하고 공덕을 더욱 쌓았답니다. 물론 죽어서는 천상세계로 갔답니다.
또 보살은 신통과 선정을 닦아서 범천세계에 태어나실 몸이 되었답니다.
* 생각 키우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보살로 태어나서 고행을 하면서, 전쟁에 패한 가시국의 왕의 목숨을 구해줍니다. 그리고 왕을 찾아 온 그 보살을 깍듯이 모시는 왕을 태자인 부왕과 대신들이 못마땅하게 여겨서 진언을 드립니다. 이에 왕은 부왕과 신하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은 당연한 사람의 도리임을 설득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들로 하여금, 은혜에 감사 할 줄 알고 보답을 실천 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었습니다. (본생경 259화, 티리티밧챠의 전생이야기)
<약력>
* 전북 남원시에서 자라고, 현재는 완주군 상관면에 살고 있음.
* 동시집 ‘꽃집에 가면’, 동화집 ‘다람쥐동산’ 외4 권 등을 펴냄.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한국 불교아동문학상, 목정문화상, 전북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등.
* 전주사범학교, 원광대학교교육대학원 졸업,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
* 현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한국문협 완주군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