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 얼굴 주름 제거술 유행에 "늙어서도 늙을 줄 모르니 비참한 일"
'6순(旬)에 얼굴 성형.'
1978년 9월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 여사가 얼굴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은 사실을 보도한 일간지 제목이다. 40년 전 편집자는 유명인사가 성형했다는 사실보다 '나이 든' 여성이 성형했다는 사실에 더 놀란 듯하다(조선일보 1978년 9월 17일 자). 한 달 뒤 할리우드 저녁 모임에 참석한 베티 포드의 젊어진 모습을 전한 외신 기사에선 "참으로 구경거리였다"는 표현도 보인다. 1970년대 한국에서 젊은 남녀의 미용 성형은 어느 정도 대중화되고 있었지만, 늙은 얼굴을 감춰보려는 회춘 성형은 아직 낯설고 신기할 뿐이었다.
한국의 성형수술은 초창기이던 1950년대부터 비판론의 몰매를 맞았다. '인공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의견이 신문에 잇따라 실렸다. 어느 의사는 쌍꺼풀 수술까지도 동양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운 눈매를 고쳐 버려 미인의 조건을 망치는 일이라고 했다. 늙은 얼굴을 젊어 보이게 하는 수술은 천박한 허영심을 채우려는 행위라는 시선이 지식층에서 지배적이었다. 명문 의대 성형외과 과장조차 "직업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용 수술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71년에는 패기 충천하던 30대 문학평론가 이어령이 얼굴 회춘 수술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성형수술이라는 사기술이 현대 과학이라는 미명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맹공했다. 수술로 젊은 얼굴을 가져보려는 이 땅의 중·장년 여성을 겨냥해 "늙어서도 늙을 줄 모르는 것, 이보다 더 비참한 게 있을 수 있을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숱한 비판에도 1979년쯤부터 국내 일부 부유층 중년 여성 사이에서 젊은 얼굴을 만드는 성형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피부를 잡아당겨 눈 밑과 목 주름살 등을 손보는 사치성 수술이었다. 주요 대학 부속 병원마다 노안(老顔) 교정 수술이 1980년 한 해 20~30건씩을 기록했다. 사기술이란 비판까지 받던 수술이 어느 틈에 중년 여성 세련미의 상징이 되어 갔다. 오늘날 성형외과는 "길어진 노년을 더욱 건강하고 젊게 즐기라"며 얼굴 주름 펴자고 요란하게 광고한다.
지금 온 나라를 뒤흔드는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버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성형 시술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측근이었던 전여옥 전 의원은 지난 18일 "박 대통령은 날이 갈수록 피부는 화사해졌고 얼굴은 팽팽해졌다. 누가 그녀를 65세 할머니라고 하겠는가"라며 "과잉 시술을 한 여배우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의 성형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눈꺼풀이 처져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성형수술을 했다고 밝혔는데도, 일부 외국 언론은 '대통령까지도 외관을 중시하는 나라'라며 한국의 성형 붐을 조롱했다. 젊은이들이 취업하려고 성형하고, 의대생들은 돈 잘 버는 성형외과로 몰리는 현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대통령은 알고 있는 걸까. 대통령의 변호인은 "대통령도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음을 존중해 달라"고 했지만, 만일 그 사생활이 성형이라면 존중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모만 따지는 이 사회의 탁류를 정화해야 할 최고 책임자가 그 흙탕물 속으로 몸을 풍덩 담근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