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좁은 문과 돌쩌귀
송이엄마 고아라는 중년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잊게 만드는 기대라는‘좁은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이 낳은 딸을 언니에게 주어서 영원히 만날 수도 없고 내 딸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약속 때문에 혼자 마음속으로만
불렀던 짝사랑 딸을 지웠더니 그 틈사이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찾아오고 있었다.
떠나보낸 남편의 그림자.
어쩔 수없이 되어버린 중년 여인의 슬픈 운명.
그 운명 앞에‘돌 싱의 중년’을 슬기롭게 살아 갈 방법은 남편을 닮은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찾아온 보현산 천문 과학관 벤치.
다 떠나 버리고 판도라 항아리에 겨우 남아있는 희망이라는 실오라기를 붙잡고 좁은 문을 향하는 첫 관문인 벤치에서
그 남자를 따라 정문을 수줍게 들어섰다.
듬직한 어깨의 큰 바위 얼굴을 가진 남자가 손 안내를 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는 부끄럽고 쑥스러워 속으로만 했다.
쑥스러움의 몫인 고아라의 얼굴은 바알 간 코스모스가 되었다.
코스모스 얼굴은 첫사랑처럼 부끄러워하는 소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 남자의 손 안내 하나에도 더 발개졌으니까.
아점을 굶은 배가 풍겨오는 음식냄새를 맡자 뱃속 깊이 감춰둔 위장이 먼저 알고‘쪼로로록’위산 한 줄을 흘려보냈다.
혼자만 들은 소리라 안심이었지만 그를 따라오다가 맡은 음식 냄새에 입안에서 터진 침샘과 고인 타액이 부끄러움을 추가했다.
부끄러움을 감추는 침을 꼴딱 삼켰다.
침이 마치 청심환이라도 된 듯 용기가 꿈틀 살아났다.
남자는 살짝 열린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관장님 교수님 오셨습니까~”
고아라는 그 남자의 넓직한 등 뒤에 서서 식당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 남자의 말대로 정말 가족 같은 식사자리인지 주변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남자 다섯 여자 둘 그리고 개방 조리실에 아주머니가 보였다.
고아라는 자신이 그렇게 빨리 스캔 한 용기에 놀라 손이 입으로 갔다.
“어머.”
‘내가 웬일이야.’는 속으로만 했다.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또 손 안내를 했다.
주춤, 망설이다 들어서자 두 남자가 식사를 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서며 말했다.
“관리실장님 어서 오세요.”
“환희 아버님~”
고아라는 지금까지 들은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주어 담았다.
‘관장. 교수. 관리실장. 환희 아버지.’
그 사이에 관장과 박 교수가 고아라를 알아보고 짧게 물었다.
“아. 그분 맞죠?”
"아 예~"
그때 쓰러져 잠든 분이라고 묻는 질문처럼 들려 부끄러워 수줍게 대답했다.
관장은 환영의 인사와 함께 좌석을 안내해 해주었다.
고아라는 남자를 따라왔다는 부끄러움이 밀려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지만 소리는 입에 붙은 말이라 나온 것뿐이었다.
부끄러움이 자꾸만 속으로 말했다.
‘내가 왜 따라 왔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쑥스러움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바보로 만들어 가는 듯했다.
극히 짧은 순간 이었지만 어쩔 줄 몰라 할 때 관리실장이 웃으며 숨통을 터 주었다.
부끄럽고 쑥스러워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는데 더 자세히 풀어 대변인처럼 말해 주었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부끄러워 못 들어가겠다고 하셔셔 제가 모셔 왔습니다.”
고아라는 관리실장의 말이 끝나자 부끄럼 타는 빨간 얼굴로 짧은 인사를 했다.
“예.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도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장과 박 교수는 인사를 받고 방문객을 향하여 서로 경쟁하듯 말했다.
“아~ 부끄럼 타시는걸 보니 성격이 아주 소녀 소녀한가 봅니다. 하하하.”
“그러게요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시고 앉으세요.”
“아직 식사는 하지 않으셨지요? 같이 하십시다.”
“우리 주방 사모님 음식 솜씨가 일품이에요.”
고아라는 두 남자의 쏟아지는 환대의 말에 겨우 숨통이 트였다.
원피스 자락을 한손으로 쓸어 올려 의자에 가지런히 놓고 다소곳이 앉아 긴 숨을 들여 마셨다.
두 남자의 환영에 한 식구 같다는 말이 점점 실감나게 다가오며 발개졌던 얼굴도 조금씩 얼굴 본색을 찾아왔다.
고아라는 관리실장이 주방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눈이 따라갔다.
식판에 음식을 담으러 가는 것 같아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자신을 통제하는 뇌 기관이 바보가 되어 그럴
용기는 꺼내지 못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세 남자는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관장과 교수 그리고 여자 둘은 침묵 속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침묵의 분위기라면 가족 같은 식사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방문객인 자신 때문에 말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관리실장은 음식을 식판에 담아 두 손에 들고 왔다.
마주보고 앉더니 숟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많이 드시고 더 드시려면 말씀하세요. 식사량을 몰라서 조금 담았으니까요.”
“아예. 감사합니다.”
고아라는 ‘예’라는 대답과 ‘감사’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각종 나물 조금씩, 검은 깨 두부조림 4개와 미역국, 풋고추 2개와 빨강노랑 파프리카 4쪽을 담아왔다.
남편에게도 받아 본적이 없는 식판.
눈앞에 받아든 예쁜 파프리카를 보자 위는 또 두 줄기 위산을 흘려보냈다.
“쪼롤로 쪼르르....”
고아라는 주변 분위기가 시선이 온통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바늘방석이었다.
마주 앉아서 몇 숟가락 떴을 때 주방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접시를 들고 왔다.
처음 본 사람이었지만 어색함에서 구해주는 지원병처럼 느껴졌다.
“사모님~ 이거 한번 드셔 보세요~”
“예? 저는.....”
사모님이라는 말에 놀란 대답이었다.
주방 아주머니가 부르는 호칭이 그 남자의 아내라는 뜻으로 부른 것처럼 들려서‘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려 했지만 바보가 되었으니 못하는 말이었다.
순간. 생각해 보니 주방 아주머니가 관리실장의 아내를 모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곡해한 사실이 더 부끄러웠다.
동년배로 보이는 주방 아주머니의 다음 말은 길었다.
“사모님~이건 여자에게 좋은 건데 제가 몸이 약했을 때 자주 해먹었던 저 만의 음식이에요. 두 분이 들어오실 때 제가 얼른
만들어 본거에요 한번 드셔 보세요.”
“아 예. 이렇게 안하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사모님.”
마땅한 호칭이 생각나지않아서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사모님의 배려가 정말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관장과 박 교수가 대화를 듣고 말했다.
“드디어 관리실장님도 첫손님을 모셔 오셨네요. 환영 합니다.하하하.”
“저도 내일 손님을 모셔 와야겠습니다. 사모님 비장의 요리 솜씨를 맛보려면 하하하.”
한남도 부끄러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내 사별 후에 처음으로 여자와 마주 앉은 식탁이 어색했고‘드디어 모셔왔다’라는 말이 놀림처럼 다가와 얼굴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겨우 두 차례를 만났는데 반갑다고 모셔 온 것이 ‘엄청난 오지랖’이라고 땀방울이 말해 주었다.
한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 더워서 땀이 난 것처럼 손부채질을 했다.
고아라는 손부채를 보고 테이블에서 휴지를 살짝 뽑아 건네주었다.
한남은 땀을 콕콕 찍어 닦았다.
관장과 박 교수는 오랜 돌싱 한남과 여자가 참 잘 어울린다는 엉뚱한 상상의 눈짓을 주고받으며 유쾌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말했다.
“두 분 천천히 식사도 많이 하시고 말씀도 천천히 많이 나누세요~”
한남과 아라도 일어서서 인사를 했는데 둘다 똑같은 말을 했다.
“관장님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번엔 두 사람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 같이하자 식당엔 폭소가 터졌다.
인사가 똑 같다고 터진 웃음이었지만 속 뜻은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아라는 그 뜻을 알리가 없고 큰 웃음소리에 부끄럽기만 했다.
두 사람이 나가자 이번엔 두 여직원이 번갈아 말했다.
“관리실장님~ 두 분이 참 보기 좋아요. 꼭 오빠 직장에 찾아온 여동생 같아요.”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친척 동생 맞아요?”
한남은 아라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급 변명을하느라고 더 붉어졌다.
“예? 그 그건 아니고 방문객인데 조금 아는 분입니다.”
“아 예~”
고 아라는 여동생 같다는 직원의 말이 어쩐지 기분 좋은 말로 들렸다.
모두 인사를 하고 나가고 주방엔 설거지 소리로 가득했다.
한남은 커피를 뽑아오고 이젠 둘만 남았다.
아라는 마음이 편해지고 긴장도 풀리며 좁은 문 하나를 통과한 기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주방 전등이 깜박이더니 불이 나갔다 들어오기를 몇 차례 했다.
주방 아주머니가 불렀다.
“관리실장님~ 여기 불이 나갔는데 고쳐야겠어요.”
마주앉은 관리실장이 일어나 주방 쪽을 보며 말했다.
“아 예. 고쳐 드릴게요.”
“아니요~ 차 마시고 천천히 해도 돼요 말씀 나누세요.”
고아라는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옥계 집 주방에 샹데리아가 불이 나가서 어두웠던 생각이 났다.
송이가 돌아오면 둘이 고쳐볼 생각이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 나왔다.
“우리 집 주방도 불이 나갔는데.”
그 남자가 들었는지 물었다.
“그래요?”
이미 나온 말이니 대답을 해야했다.
“예. 딸이 해외여행을 갔는데 돌아오면 함께 고쳐야겠어요.”
“예? 딸이요? 남편분이 안하시고요?”
“예? 그 그게....”
여자가 말을 잇지 못하자 한남은 무슨 사정이 있나 싶어 더 이상 묻지 않고 딸 이야기를 했다.
“따님은 언제 오는데요?”
“예. 열흘 후에요.”
“예? 열흘이나 그렇게 깜깜하게 지내시려고요?”
“할 수 없지요 괜찮아요. 실내가 그리 어둡지는 않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댁이 가까우면 제가라도 고쳐 드리면 좋겠는데 혹시 어디 사세요?”
“예?”
한남의 오지랖이 발동했다.
고아라는 놀란 대답을 하고 집을 가르쳐 줄까 말까 잠깐 고민을 했다.
이 대답이야말로 남편을 닮은 남자와 자연스럽게 계속 만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아~ 드라이브 스루 나물시장 끝에 옥계마을에 살아요.”
“예? 걸어가기엔 조금 멀지만 가깝네요. 제가 고쳐 드릴 테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아니에요 죄송해서.”
“아닙니다. 관리실장하는 일이 그런 일인데요. 이왕에 말 나온 김에 어디에 사시는지 말씀 해 보세요. 따님이 오시려면 아직
멀었는데 어떻게 지내시려고요.”
고아라는 남자에게서 자상한 진심이 느껴졌다.
잠깐 망설이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트레이드마크 대문이 떠올랐다.
“옥계마을 핑크 대문 집에 살아요.”
“예? 핑크 대문 집이요?”
“아세요?”
“물론 잘 알지요. 드라이브스루 나물시장에 갔다가 리모델링에 관심이 있어서 본적이 있는데 그 집에 사시는 군요.”
“아 예.”
주방 일을 마쳤는지 아주머니가 앞치마를 풀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라는 그 정도의 통성명으로 자신을 소개 했지만 남자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더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시간이 빨리 흘러버린 것 같았다.
아라는 아쉽지만 일어나 주방 아주머니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남자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는데 야속하게
택시가 들어왔다.
'좀 천천히 오지...'
아쉬움에 속으로 말을 하고 택시를 탄 아라는 창밖을 보았다.
큰 바위 얼굴 그 남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아라는 머릿속에 큰 바위 얼굴 그 남자를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핑크 대문을 바라보며 혹시나 그 분이 찾아 줄까라는 막연한 기대로 바라보자 얼굴이 분홍빛 연정으로 달아올랐다.
달아오른 얼굴을 비비자 그때야 생각이 났다.
“깜박했네? 할머니에게 나물을 사온다고 했는데 어쩌지?”
저녁을 지어놓고 권사님 할머니를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늘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지난날을 떠나 이러저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자 행복이 찾아왔다.
교회에서 식사를 할 때 간증을 하듯 남편의 사고 소식과 수술 후유증을 치료하러 옥계마을에 이사를 왔다는 것까지 공개한
사실은 가히 고아라의 대 변혁이었다.
열린 마음이 되니 마음이 한결 편했는데 또 하나의 좁은문으로 특별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니 행복이 갑절이 되었다.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할머니가 돌아가고 잠자리에 들었다.
베이커밀러 핑크 방이 오늘따라 마음에 안정을 주고 평온함에 마음속까지 따듯해졌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고 특별히 식사도 함께한 때문이었다.
깊은 잠을 ‘숙면’이라고 한다. 모처럼 악몽도 선 몽도 꾸지 않고 숙면에 늦은 기상을 했다.
10시. 백구 눈썹이에게 개밥을 주고 있을 때 옆집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담 너머로 들렸다.
“송이버섯 엄마야~ 전화 왔다.”
“예~권사님 우리 딸 전화에요?”
“아니여~ 얼른 와봐~”
“아니라고요?”
누가 전화를 했을까 무척 궁금했다.
“전화를 할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다.”
“남자야 남자.”
“예? 남자요?”
수화기를 들었다. 목소리가 어디서 들었던 말소리 같았다.
곧바로 어제 식사를 함께했던 큰 바위얼굴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예 관리실장입니다. 고 아라씨.”
“아 안녕 하세요 그런데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예? 아 그 그게....”
남자가 말을 못하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를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인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침 일찍 무슨 일일까 생각했더니 어제 전등을 고쳐주겠다는 말이 생각났다.
‘혹시 전등을 달아 준다고 알아낸 게 아닐까?’
관리실장이 말했다.
“어제요 고아라 사모님께서 급히 가시느라고 백을 잊고 가셨는데 전화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이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라는 의문이 풀렸다.
“아~ 이제야 생각났네요. 어쩌지요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내서 찾으러 갈게요.”
고아라의 마음 한편은 찾아가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그렇게 하십시오. 아니면 제가 내일 영천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데 오후에 오다가 들러서 전해 드리고 주방 전등도
교체해 드려도 될까요?”
“예? 그 그게...”
아라는 가방도 가방이지만 전등을 갈아 주고 싶어서 오겠다는 말로 들렸다.
남자는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물었다.
“주방 전등이 어떤 것으로 되어 있습니까?”
“아 예. 조금 작은 샹데리아 인데요.”
“어이구 아무리 작아도 샹데리야를 따님과 어떻게 고쳐요 제가 해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내일 서너 시쯤에 찾아뵙겠습니다.”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아라는 전혀 싫지 않고 좋았다.
“아 예.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핑크 대문 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딸 송이가 여행을 떠나고, 남편은 하늘 나라로 떠나 보내고 만나는 남편을 많이 닮은 남자.
‘또 이번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슴이 설레었다.
고아라는 자기 이름을 불러준 그 사람을 위하여 이사 온 집 단장을 하듯 룰루랄라 청소를 시작했다.
한편.
송이는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럽행 비행기 안에서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베네룩스 삼국 등등 아름다운 도시와 궁전과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광장과 유적지 미술 작품들을 생각만 해도 설레게 했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길은 별이 아름답다는 몽골국립공원 테를지 바양하드로 잡았다.
중2때 결성해서 고3때까지 함께했던 별 볼일 동아리 회원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에 2박3일간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혼자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피곤하고 몸도 따라주지 못했다.
“왜지?”
엄마를 위한 해외여행이었는데 갑자기 가지 않겠다는 바람에 혼자 등 떠밀리듯 떠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같이 갈 친구를 만들어 올걸. 패키지로 올 걸. 너무 많이 걷는다는 것이 피곤하다. 엄마랑 같이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국땅에 버려진 국제 고아 같다.”
다소 엉뚱하게 환희와 함께였다면 걷는 것도 피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올 형편도 사정도 아니었고 마음속으로만 오래 간직한 친구이고 수능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이인데 자신을
자신처럼 기억해 줄지도 모르는 친구라는 생각에 엉뚱하다고 생각 했지만 사실 엉뚱함이 마음 전체였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인생여정이 참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것을 혼자 사는 체질이 아니라서 라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여행을 겨우겨우 이틀을 버티며 항공사로 알아보았다.
“날짜를 5박 6일로 줄여서 몽골에 가서 별을 보고 돌아가자.”
반면에 고아라는 하루를 온통 청소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육체노동이었다. 하지만 전혀 피곤한 줄을 몰랐다.
잠도 꿀잠이고 사흘째 아침도 룰루랄라 자기 이름을 불러주던 사람이 온다는 생각에 신바람이 났다.
꽃이라고 불러 주었더니 꽃이 되고 사파이어라고 불러 주었더니 보석이 된 기분이었다.
입에서 갑자기 찬송이 흘러 나왔다. 마치 소프라노 가수였다.
“시온에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밝아 오네~ 슬픔과 애통이 기쁨이 되니~ 시온에 영광이 비쳐오네~”
옆집 권사님 할머니가 언제 왔는지 웃으며 말했다.
“찬송가도 부르고 뭐 기분 좋은 일이 있어?”
“권사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무슨 일은요 잠을 잘 자서 그러죠.”
“그려? 그렇지~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구여?”
“아~ 제가 천문대에 갔다가 깜빡 잊고 가방을 놓고 왔더니 전해 준다고 왔어요.”
“아~그렇구나. 나 오후에 영천 병원에 좀 다녀와야 하는데 뭐 부탁 할 거 없어?”
“없는데요? 무슨 일로 가세요?”
“응~정기 검진.”
“아~잘 다녀오세요.”
영천.
한남은 조명기구 가게에서 분홍 집 대문을 떠올리며 모녀의 집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샹데리아를 고르고 있었다.
그때. 옥계마을 이장이 다가왔다.
한남은 조금 안다고 교회를 나오라고하던 이장을 아는 척 하기도 뭐했다.
딱 세 번 가 보았지만 그때마다 사별한 아내 생각에 눈물만 나서 가지 않았던 교회였다.
“한남씨~ 오랜 만입니다. 조명기구 사러 오셨습니까?”
“아 예.”
“저도 교회에 전구가 필요해서 사러 왔는데 한남씨는 샹데리아를 어디에 달건 가요?”
한남은 얼른 대답을 한다는 것이 핑계를 대지 못하고 핑크 대문집이라고 이실직고를 하고 말았다.
“핑크 대문 집요.”
“어? 거긴 우리교회에 나오신 권사님 댁인데 어떻게 아세요?”
“아니요 잘 몰라요 부탁해서 달아 드리려고요.”
“아~ 그 권사님은 대구에서 살다가 남편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딸과 함께 요양 차 오셨다고 하던데 잘 해 드리세요.”
“예?”
한남은 남편이 없다는 말에 놀란 가슴이 되었다.
이장님은 마치 잘 아는 사이처럼 말이 이어졌다.
“교회에서 간증을 하듯 들려 주셨는데 뇌수술까지 하셨다는데... 아이쿠 실수. 입조심을 해야 하는데 주여~”
한남이 얼른 눈치를 채고 대답했다.
“아니에요 제 입만 닫으면 아무도 몰라요 제가 죽을 때가지 입을 꾹 다물겠으니 안심하세요.”
“고맙소. 한남씨. 그럼 일보고 가세요. 미안합니다.”
한남은 이장의 말을 듣고 코스모스 여자가 당했을 고통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샹데리아를 고르면서도 벤치에 쓰러져 누어있던 코스모스 같이 가련한 모습과 병원으로 실려 갈 때 드러났던 가느다란 팔과
발목도 떠올랐다.
어머니가 늘 혀를 끌끌 차며 했던 말이 학습이 되어 떠올랐다.
“짠하다.....”
고아라는 설렘으로 문 밖에서 서성이며 관리실장을 기다렸다.
3시 반. 택시가 도착했다.
아라는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커다란 박스와 함께 관리실장이 내리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 하세요~고생 하셨어요. 제가 잘못해서 여기까지 오시게 만들고.”
“아니에요~”
아라는 앞서서 반쯤 열어둔 핑크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삐그그극.”
한남은 힐끗 대문 돌쩌귀를 바라보았다.
백구가 다가와 꼬리를 쳤다. 한남은 돌쩌귀에서 보송이를 닮은 백구로 시선이 갔다.
한남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어? 우리 집 백구 보송이를 닮았는데 눈썹이 웃네요?”
“예? 개 이름이 보송이에요? 우리 백구는 눈썹이 웃는다고 눈썹이인데요.”
“예. 눈썹이요? 하하하 정말 좋은 이름이네요.”
“우리 딸이 지었어요.”
“아 예. 우리 개 이름도 보송이라고 아들이 지었는데, 그건 그렇고 주방이 어디에....”
“들어오세요.”
고아라의 안내로 집안으로 들어섰다.
한남은 여자의 향기가 코끝으로 다가왔다.
환희와 단둘이 20여년을 살아서 남자의 향기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훅 파고든 여자 방의 향기를 맡자 아내 ‘왕 별꽃’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 마셨다.
한남은 숨을 마셔놓고 흠칫 놀랐다.
마치 남의 유형무형의 재산을 몰래 훔친 것처럼.
남편이 없는 분에게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놀라게 했다.
전원을 차단하고 샹데리아를 떼려고 의자에 올라가자 고아라가 말했다.
“의자를 잡아 드릴까요?”
“아닙니다. 위험 하니까 그냥 조금 떨어져서 보기만 하세요.”
“아 예.”
고아라는 대답을 하면서도 떨어져서 보기만 하라는 말이 안전을 생각한 자상한 배려라고 생각하며 무척 좋았다.
덤으로 믿음직한 관리실장이 남편과 오버랩 되었다.
샹데리아를 땐 한남이 박스에서 샹데리아를 꺼내자 아라는 소녀소녀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머~ 너무너무 예뻐요 정말 예뻐요 감사해요.”
“그렇습니까? 예쁘다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집 크기를 잘 몰라서 조금 큰 걸로 샀는데 잘 어울려요?”
“예~정~말 정말 좋아요.”
연신 웃으며 전등을 다는 것을 지켜보던 아라는 찻잔을 데우며 물었다.
“커피를 하실래요. 건강차를 하실래요?”
“예, 주시는 데로 다 좋습니다.”
“아 그럼 피곤하실 테니 커피를 드릴게요.”
“예. 좋습니다.”
보석처럼 빛나고 밝아진 샹데리아 조명 아래서 두 사람은 마주앉아 커피를 마셨다.
고아라는 막상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껏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으로 살아와서 눈이 사람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던 탓에 식탁만 바라 보았다.
그때 커다란 남자의 손이 들어왔다. 손에 든 예쁜 커피 잔이 소꿉놀이 장난감 같았다.
계속 손만 바라볼 수도 없어 샹데리아를 바라보며 할 말을 찾는데 말보다 분위기 좋은 커피 숍 천정으로만 떠올랐다.
할 말을 찾지 못한 두 사람.
한남은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이장의 말이 또 떠올랐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오래 앉아 있는다는 것이 불편해 졌다.
또 한편은‘여왕별꽃’이란 애칭까지 지어 불렀던 아내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서둘러 일어났다.
“바빠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벌써요? 땀 좀 식으면 가세요.”
“아닙니다. 바람이 식혀 주겠지요.”
“그럼 제가 드라이브 스루에 가서 나물을 사야 하는데 거기까지만 바래다 드려도 될까요?”
“예? 괜찮은데 편하실 데로 하세요.”
고 아라의 두 번째 만남은 기다림과 설렘에 비하면 너무나 짧아서 아쉬움이 생각해낸 나물이었다.
한남은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먼저 방문을 열고 나간 한남이 핑크대문을 열었다.
“끼익 삐그덕.”
나무 대문이 열리며 주저앉는 느낌이 손끝으로 왔다.
들어올 때 들었던 소리와 조금 다른 소리는 여 닫는 소리가 달랐다.
오래된 대문이 비에 젖은 상태로 방치되어 돌쩌귀가 마르지 않아 조금씩 썩고 문의 무게를 이지지 못하고 주저앉아서 내는
소리라고 직감했다.
한남의 오지랖이 말했다.
“문소리를 들어보니 열려면 조금 힘들었겠는데요?”
“예. 좀 그래요 삐걱대고 어떤 때는 문이 뚝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는데 딸이 저를 생각한다고 분홍 페인트만 칠해서 그래요.”
“고아라씨 생각이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한남은 포스트잇에 적힌 이름을 자신도 모르게 불러 놓고 뒷머리를 만졌다.
아라는 죄송하다는 말은 기억에서 지웠다.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것이 좋아서 대답했다.
“우리 딸 친구 아버지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는 ‘베이커밀러 핑크색’이 최고라며 제 방과 대문 그리고 벽에도 칠해 주었어요.”
“아~ 그래서 거실과 벽이 모두....”
한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섰다.
고아라는 이름을 불러 주었다는 기억이 고운소녀 감성이 살아나게 했다.
마음속으로‘데이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분이 업 되어 신바람이 났다.
꽃을 보면 ‘예쁘다~’하고 나무 모양새를 보면 ‘멋지다~’하고 새를 보면 ‘날아서 좋겠다.’고 말했다.
한남은 딱히 할 말이 없어 궁색해서 맞장구만 ‘예예’했다.
‘예예’ 했을 뿐인데 직장 여직원이 잘 어울리는 동생 같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왠지 소녀 같은 동생과 걷는 기분이었다.
묘해진 기분은 꽃이 귀한 가을에 만리를 간다는 초가을 만리향 은목서 향기를 맡은 듯했다.
한남은 여자의 이름을 불러 놓고 어색해져서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장의 말했던 ‘혼자된 여자’라는 생각에 더 조심스러워 물어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고아라도 옥계마을에 와서 마음이 열렸다고 했지만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가족사는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아무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도 남편의 죽음은 아킬레스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라는 아쉽게 나물 시장에서 마음에도 없었던 나물을 사고 헤어져 돌아왔다.
오는 길에 이장 장로님을 만났다.
“장로님 어디 다녀오세요?”
“아 권사님. 교회전구도 사고 일이 있어서 영천에 갔다 오는 겁니다. 근데 댁에도 샹데리아를 갈았지요?”
“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예~ 조명기구 집에서 한남 씨를 만났어요.”
“한남 씨요?”
“아 저번에 교회서 식사를 할 때 제가 전도를 했다던 왕별꽃씨 남편이요.”
“예? 그분 남편이요?”
고 아라는 무척 놀랐다.
장로님은 할 말이 더 있는 듯싶었는데 자리를 피해 돌아왔다.
마음이 복잡했다. 말보다 빠른 생각이 속말을 했다.
‘왕별꽃씨라면 드라이브 스루 나물 시장을 만든 분인데 돌아가시고.....관리실장 한남씨는 그 분의 남편인데 돌 싱?’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통과해야하는 문이 좁은 문과 넓은 문으로 교차했다.
그동안 남편을 잃어 슬펐을 때 닮은 사람을 보고 닮았다는 이유로 남편이 그리워 보현산 과학관을 찾았고,
잠시지만 두 번의 짧은 만남에 대화를 함께 했는데 그 사이에 성큼 마음과 생각을 가득 채우며 파고든 남자가
좁은 문을 통과해서 계속 만남을 가져도 되는 넓은 문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아내가 있는 남자라면 혼자 가슴에 묻어 두고 아스라한 추억의 주마등과 물안개처럼 지워야하고 들어가서도 안 되는
좁은 문이었지만 그 사람이 오래전에 혼자된 돌 싱이었다는 것이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사별의 슬픔을 오래전에 건너온 사람. 나는 이제 사별의 슬픔을 건너야 하는 사람. 함께 슬픔의 강을 건너자고 말할까?’
아라는 생각이 오버를 거듭했다.
주방 식탁 의자에 앉아 듬직한 어깨와 굵은 팔을 불끈 드러내며 달아준 샹데리아를 바라보며 실마리를 풀 생각을 했다.
마땅한 해법이 없었지만 생각은 자유라서 밤늦도록 생각에 잠겼다.
그가 달아준 불빛이 밝아선지 생각이 많아선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안정을 찾아주는 핑크 방에도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렇게 끝없이 꼬리를 무는 상상으로 밤을 새워도 좋을 듯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깜빡 의자에 앉아 엎드려 잠이 들었는데 눈썹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놀라 잠이 깨어 두려움에 얼른 소등을 하고 밖을 살짝 내다보았다.
달빛에 한 남자가 핑크 대문 안을 들여다보는지 술에 취해 기대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개는 계속 짖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취객일까? 도둑일까? 송이야~ 어쩐다냐~ 여보....”
고아라는 여보를 부르면서 관리실장을 떠올렸다.
갑자기 외롭고 두렴 많은 돌 싱 고아라는 혼자는 살아가지 못하고 관리를 받아야할 관리실장이 필요했다.
혼자 살아가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한 연약한 사람이었고 복음 송 가사처럼‘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황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딸 한송이도 혼자서는 여행도 못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엄마를 닮은 그런 연약한 사람으로
밤하늘에 무리지은, 성운 성단의 별자리도 이루지 못한 외로운 북극성이었다.
두 모녀는 크고 넓은 문은 쉽게 통과해도 좁은 문은 멸망 길처럼 두려워 못가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환희는 한 송이를 찾는 몽골 여행 중이다.
송이에게 주었던 이니셜별을 지닌 황갈색 긴 머리의 여자가‘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며 몽골인과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것 같다는 서소문 취재기자의 말을 듣고 찾아갔다가 의외의 모녀를 만나 그들과 함께 여행 중이다.
세 사람 모두 그리움 이라는 ‘핑크연정’을 품고 돌쩌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도는 사람들이었다.
그 밤에 한남은 꿈을 꾸었다.
‘삐그르 턱 삐그르 턱.’소리가 계속 들리는 꿈. 환희가 떠나고 혼자인 밤. 이젠 아무도 없다.
외롭다는 생각에 갑자기 잠이 달아났다. 멍하니 앉아 있으니 핑크 대문 집 돌쩌귀만 생각났다.
“아~ 그 소리 였구나.”
낮에 들은 소리가 오지라퍼의 오지랖이 되어 꿈속까지 찾아왔다.
한남은 닳고 달아도 돌쩌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낡은 대문처럼 생각이 빙빙 돌았다.
“언제 가서 고쳐줄까? 아이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자 자자.”
-다음 편을 기대 하세요-
첫댓글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구독과 좋아요가 없고 오늘은 다소 길었지만
즐감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