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013]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松都八詠(송도팔영)
松都八詠(송도팔영)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 제 1영 ] 鵠嶺春晴 : 곡령에 봄날은 맑아
八仙宮住翠微峯(팔선궁주취미봉) :
여덟 신선의 궁전이 취미봉에 있으니
縹緲煙霞幾萬重(표묘연하기만중) :
아득하다 구름과 안개가 몇 만 겹이나 되나.
一夜長風吹雨過(일야장풍취우과) :
하룻밤에 긴 바람 비 몰고 지나가니
海龍擎出玉芙蓉(해룡경출옥부용) :
바다용이 옥부용을 받들어 내는구나
[ 제 2영 ] 龍山秋晩 : 용산의 늦가을
去年龍岫菊花時(거년룡수국화시) :
지난해 용수에 국화 필 적
與容携壺上翠微(여용휴호상취미) :
손님과 함께 술병 가지고 산기슭에 올랐도다.
一逕松風吹帽落(일경송풍취모락) :
오솔길의 솔바람 모자를 불어 떨어뜨리고
滿衣紅葉醉扶歸(만의홍엽취부귀) :
옷에 가득한 붉은 잎, 취하여 붙들고 돌아왔다
[ 제 3영 ] 紫洞尋僧 : 자동에서 스님을 찾다
石泉激激風生腋(석천격격풍생액) :
돌샘물이 콸콸 솟고 바람은 겨드랑에서 나오는데
松霧霏霏翠滴巾(송무비비취적건) :
소나무 안개 부슬부슬 푸름이 수건을 적시는구나.
未用山僧勤挽袖(미용산승근만수) :
산승은 간곡히 소매 끌며 만류할 것이 없나니
野花啼鳥解留人(야화제조해류인) :
들꽃과 우는 새가 사람 붙들어 둘 줄을 아는구나
[ 제 4영 ] 靑郊送客 : 송도팔영청교송객
小溪深處柳飛綿(소계심처류비면) :
실개울 깊은 곳에 버드나무 버들 솜을 날리고
細雨晴時草似煙(세우청시초사연) :
보슬비 갠 때는 풀은 연기와 같구나.
客去客留俱不礙(객거객류구불애) :
손님이야 가거나 오거나 아무 상관없으니
一樽相對好山川(일준상대호산천) :
한 동이 술로 이 좋은 산천 마주 대보는구나
[ 제 5영 ] 熊川禊飮 : 웅천계음
沙頭酒盡欲斜暉(사두주진욕사휘) :
모래벌에 술이 해는 지려 하는데
濯足淸流看鳥飛(탁족청류간조비) :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날아가는 새 바라본다.
此意自佳誰領取(차의자가수령취) :
이 속마음 스스로 아름다우니 누가 알아주리오
孔門吾與舞雩歸(공문오여무우귀) :
공자님 제자인 나는 무우에 놀다오는 것처럼 돌아오련다
[ 제 6영 ] 龍野尋春 : 용야에서 봄을 찾다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
우연히 시냇가 이르러 푸른 풀 깔고 앉으면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
봄새는 일을 좋아해 술 가져오라 권하는구나.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
일어나 꽃 핀 곳을 찾으려 하니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
물 건너 그윽한 향기 다가가면 도리어 없어지는구나
[ 제 7영 ] 南浦烟蓑 : 남포안개 풀 섶
一灣蒲葦雨蕭蕭(일만포위우소소) :
한 굽이의 부들과 갈대에 우수수 비 내리면
隔岸人家更寂寥(격안인가경적요) :
저 언덕의 인가는 더욱 적막하여라
漁罷呼兒收綠網(어파호아수록망) :
고기 잡기 마치고 아이들 불러 푸른 그물 거두어
剌船歸起晩來潮(자선귀기만래조) :
배를 노 저어 늦어 몰려오는 조수 타고 돌아온다
[ 제 8영 ] 西江月艇 : 서강 달빛 아래 배
江寒夜靜得魚遲(강한야정득어지) :
강물은 차고 밤은 고요한데 고기 잡기 어려워
獨倚蓬窓捲釣絲(독의봉창권조사) :
혼자 봉창에 기대어 낚싯줄 거두노라.
滿目靑山一船月(만목청산일선월) :
눈에 가득 청산이요 한 배 가득 달빛이라
風流未必載西施(풍류미필재서시) :
풍류는 반드시 서시 같은 미인을 태울 필요는 없도다
동문선 제2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東文選卷之二十一 / 七言絶句
松都八詠
鵠嶺春晴
八仙宮住翠微峯。縹緲烟霞幾萬重。
一夜長風吹雨過。海龍擎出玉芙蓉。
龍山秋晚
去年龍岫菊花時。與客携壺上翠微。
一逕松風吹帽落。滿衣紅葉醉扶歸。
紫洞尋僧
石泉激激風生腋。松霧霏霏翠滴巾。
未用山僧勤挽袖。野花啼鳥解留人。
靑郊送客
小溪深處柳飛綿。細雨晴時草似烟。
客去客留俱不礙。一樽相對好山川。
熊川禊飮
沙頭酒盡欲斜暉。濯足淸流看鳥飛。
此意自佳誰領取。孔門吾與舞雩歸。
龍野尋春
偶到溪邊藉碧蕪。春禽好事勸提壺。
起來欲覔花開處。度水幽香近却無。
南浦烟蓑
一灣蒲葦雨蕭蕭。隔岸人家更寂寥。
漁罷呼兒收綠網。刺船歸趁晚來潮。
西江月艇
江寒夜靜得魚遅。獨倚蓬窓捲釣絲。
滿目靑山一船月。風流未必載西施。
송도팔영(松都八詠)-이제현(李齊賢)
곡령춘청(鵠嶺春晴)
여덟 신선의 궁전이 취미봉에 있으니 / 八仙宮住翠微峯
아득하다 구름과 안개가 몇만 리인가 / 縹緲煙霞幾萬重
하룻밤에 긴 바람이 비를 몰고 지나가니 / 一夜長風吹雨過
바다 용이 옥부용을 받들어 낸다 / 海龍擎出玉芙蓉
용산추만(龍山秋晩)
지난해 용수에 국화 필 때에 / 去年龍岫菊花時
손과 함께 술두루미 이끌고 취미에 올랐나니 / 與容携壺上翠微
오솔길의 솔바람은 모자를 불어 떨어뜨리고 / 一逕松風吹帽落
옷에 가득한 붉은 잎에 술취해서 붙들고 돌아왔네 / 滿衣紅葉醉扶歸
자동심승(紫洞尋僧)
돌샘물이 콸콸 솟아 바람이 겨드랑에서 나고 / 石泉激激風生腋
소나무 안개 부슬부슬 푸름이 수건에 듣는다 / 松霧霏霏翠滴巾
산승은 간곡히 소매 당겨 만류할 것이 없나니 / 未用山僧勤挽袖
들꽃과 우는 새가 사람 붙들 줄 아는 걸 / 野花啼鳥解留人
청교송객(靑郊送客)
실개울 깊은 곳에 버들은 솜을 날리고 / 小溪深處柳飛綿
부슬비 갠 때에 풀은 연기와 같네 / 細雨晴時草似煙
손님이야 가거나 오거나 아무 상관 없거니 / 客去客留俱不礙
한 두루미 술로 이 좋은 산천 마주 대했네 / 一樽相對好山川
웅천계음(熊川禊飮)
사장 머리에서 술이 다하고 해는 지려 하는데 / 沙頭酒盡欲斜暉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나는 새 바라보네 / 濯足淸流看鳥飛
이 뜻은 스스로 아름답거니 그 누가 알아 주랴 / 此意自佳誰領取
공문에는 무우에 놀고 돌아옴을 허여하였다네 / 孔門吾與舞雩歸
용야심춘(龍野尋春)
우연히 시냇가 이르러 푸른 풀을 깔고 앉으면 / 偶到溪邊藉碧蕪
봄새는 일을 좋아해 술 가져 오라 권하네 / 春禽好事勸提壺
일어나 꽃 핀 곳을 찾으려 하니 / 起來欲覓花開處
물 건너 그윽한 향기 가까이 가면 도리어 없다 / 度水幽香近却無
남포연사(南浦烟蓑)
한 물굽이의 부들과 갈대에 우수수 비 내리면 / 一灣蒲葦雨蕭蕭
저 언덕의 인가는 더욱 적막하여라 / 隔岸人家更寂寥
고기 잡기 파하고 아이를 불러 푸른 그물 거두어 / 漁罷呼兒收綠網
배를 노질해 늦게 오는 조수 타고 돌아오누나 / 剌船歸起晩來潮
서강월정(西江月艇)
강물은 차고 밤은 고요한데 고기 더디 잡히어 / 江寒夜靜得魚遲
혼자 봉창에 기대어 낚시줄을 거두나니 / 獨倚蓬窓捲釣絲
눈에 가득 청산이요 한 배 가득 달빛이라 / 滿目靑山一船月
풍류는 반드시 서시를 싣는 데에만 있지 않으이 / 風流未必載西施
[주-D001] 취미(翠微) :
당나라 시인 두목지가 9월 9일에 취미(翠微)에 올라서
‘여객휴호상취미(與客携壺上翠微)’라는 시를 지었는데,
취미는 산 기슭이다.
[주-D002] 웅천계음(熊川禊飮) :
옛날의 풍속에 3월 3일에 동류수(東流水) 위에 모여서
불상(不祥)한 것을 제거하며 술을 마시고 놀았는데,
이것을 계(禊)라 한다.
[주-D003] 공문(孔門)에는 …… 놀고 :
공자가 여러 제자들에게 각각 뜻을 물었더니,
다른 이는 모두 자기의 능력과 포부로 나라를 다스릴 것을 말하였는데,
증점(曾點)은 홀로, “모춘(暮春)에 춘복(春服)을 새로 입고
관자(冠者) 5,6인과 동자(童子) 6,7인을 거느리고,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무우(舞雩)에 바람 쏘이고 읊으며 돌아오리다.” 하니,
공자가 탄식하며, “나는 점(點)을 허여한다.” 하였다.
[주-D004] 봄새는 …… 가져 오라 :
제호(提壺)는 새 이름인데, 곧 ‘술병을 들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