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신현규 사진집 중에서)
신현규 사진전 "대자연의 신비"
-러시아 캄차카 반도 -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2012년 중순경 우연한 기회에 사진가 신현규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께서는 일제강점기의 끝자락에 태어나 전쟁과 혁명 등 격변의 20세기를 겪으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좌우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오직 생업과 씨름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난 후 뒤늦게 여든이 다된 노년기에 사진예술이라는 매체를 만나 삶을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은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홀홀단신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찾아 사진촬영여행을 다녀오셨다며 슬라이드 필름 20여 롤과 니콘 D4 카메라로 촬영한 수백여 컷의 디지털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품이 될 만한 것을 선별해 달라고 하여 슬라이드 필름 마운트 70 여 컷을 선별해준 적이 있었다.
그 후 몇 개월 뒤 인사동의 인사아트 갤러리의 대관을 예약을 하고 전시작품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한 달에 한두 번 뵐 수 있는 기회로 전시계획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던 중, 엊그제 충무로에서 사전 약속이나 한 듯 신현규 선생을 뵙게 되었다. 그사이 전시준비가 잘 진행되어 작품집이 발간되었다며 "대자연의 신비" - 러시아 캄차카 반도- 라는 주제의 신현규 사진집을 한권 전해 주셨다.
작품집 표지에는 만년설이 쌓여있는 삿갓모양의 설산위에 마치 UFO를 연상케 하는 구름의 모양이 신비함을 더해주며 내용의 궁금증을 가중시킨다. 온대 지방이나 열대지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류의 변화와 급격한 기온의 차이가 만들어 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으며 내면에 수록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거대한 지형과 거친 지면의 형성이 항공기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모습 들이다. 공기가 차갑고 깨끗하여 그런지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석양에 반사된 해질녘의 설산은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 황금빛을 띠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색감이 황홀감을 더해준다.
설산이 녹아 흘러내리는 하단에는 굽이굽이 물길이 돌아 강을 이루고 있으며,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연어가 마지막 번식을 위하여 사력을 다해 기어오르고 있다. 먹이사슬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연어를 기다리는 붉은 곰들이 무리지어 강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캄차카 반도인 듯 하다.
자연의 순환은 혹한의 땅 시베리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그 곳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며 꽁꽁 언 땅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대자연의 신비" 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생태계의 새로운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