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촉촉이 봄비도 내리고 정말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 나는데요 이번 주는 어디로 안내를 해 주시는지요?
윤> 설렘을 담은 수줍은 꽃송이, 영덕 지품 복사꽃 마을에 가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4월 중순에서 하순에 걸쳐 꽃 세상이 되는 이곳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라는 노래와 함께 마음속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분홍빛 화사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미는 복사꽃은 은근히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주는 따사로운 봄빛 아래 흩날리는 가녀린 꽃잎을 쫒다 보면, 문득 봄을 실감하게 되는 그런 영덕으로 한번 가 볼까 합니다.
MC> 복사꽃이 벚꽃보다 더 화려하고 좋지요 그 곳에는 또 어떤 숨은 맛집이 있는지요?
윤> 영덕은 대게가 워낙 유명해서 인가요! 영덕하면 모두들 바다만 생각 하시는데 영덕읍은 바닷가에서 한참 들어가는 내륙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척에 바다를 둔 탓에 영덕읍내에는 미식가들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아주 유명한 물회 집이 있습니다.
물회는 뱃사람들이 먼 바다에 나가 고된 뱃일 중에서도 잠시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갑판 위에서 갓 잡은 물가자미나 잡어를 막 썰어 고추장이나 된장을 푼물에 말아 후루룩 마셨다고 하는데 칼칼하며 투박한 맛 때문에 더운 날 특히 별미로 드실만합니다.
그런데 영덕을 찾는 미식가들이 굳이 이 집 물회를 알아주는 이유는 청정 동해안 자연산 해물만을 취급하는 업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집의 식탁에 오르는 횟감이나 해물 메뉴는 거의 다 자연산이며 이맘때부터 초여름 까지는 미주구리를 세꼬시한 막회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미주리는 뼈가 연하고 물렁하다고 해서 물가자미라고 부르는 생선으로 영덕지역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생선으로 치아가 시원찮은 어르신들도 드시기 좋고 뼈째 먹기 때문에 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나며 칼슘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보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생선인데, 이 집 사장이 이 평범한 동해안의 대표음식인 물회를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시켜 고급화 시켰습니다.
오랜 숙성과 발효로 만들어 낸 고추장의 감칠맛에 얼음 띄운 찬물이 더해져 육수가 되고 구수하고 담백한 미주구리가 만나 어우러지는 맛의 상승효과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 합니다.
특히 이 집 물회의 특징은 도시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시원하고 칼칼함에 새콤달콤한 맛 까지 가미되었고, 다른 집의 물회처럼 그냥 회만 씹히는 물컹함이 아닌 해삼이나 소라가 들어가 씹을 때 오드득한 독특한 맛 때문에 매니아가 생길 정도이고, 이름을 ‘항아리물회’라 붙인 것에서 짐작 하듯이 세수대야만큼 커다란 항아리에 벌겋게 담아 내 주는 푸짐함에 한 상 받으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물회와 함께 따라 나오는 매운탕 국물 맛이 시원하여 항아리물회와 아주 잘 어울리며, 물회 한사발이면 여행 중 허기를 달래기도 좋고 숙취로 인한 쓰린 속도 가뿐히 달래주는 아주 좋은 영양식입니다. (백경횟집 054-733-9924)
MC> 더운 날씨에 시원한 물회 한사발이면 정말 좋을듯한데 또 다른 맛은?
윤> 오십천 강변에 식당 문을 연지 10년 끓임 없는 음식 개발로 영덕군이 선정한 으뜸 음식점으로 지정된 이 집은 민물고기를 전문으로 하며, 여름철 바다를 타고 오십천으로 은어가 올라오면 향긋한 수박내음의 은어를 오십천에서 직접 잡아 매운탕과 회를 내 놓는 집으로 유명 합니다.
하지만 아직 은어 철은 이르고 이 집의 또 다른 메뉴는 참게 매운탕입니다.
잡식성인 참게는 바다에 가까운 하천 유역에 많고, 논두렁 또는 논둑에 구멍을 파고 살기도 합니다.
민물참게는 고단백질 식품으로 노란 호박 속에 넣어 고아먹으면 병후 몸조리에 좋고, 체한 데, 부스럼 난데는 게장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에 살던 곳을 떠나 바다로 내려가는 것을 발을 쳐서 잡아 식용으로 하는 참게는 폐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이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는 것이 좋은데 간장게장으로 드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몸에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참게는 껍질이 너무 딱딱해 안에 살을 빼 먹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이맘때면 제철이 아닌 참게를 연중 파는 이 집의 비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살이 제일 많이 차고 맛이 좋은 가을에 잡은 참게를 냉동고에 급속 냉동해 두었다가 사시사철 참게 매운탕을 끓여 팔고 있는데, 참게는 껍질까지 모두 갈아 국물만 따라내 미나리·대파·호박 등이 적당히 들어간 것이 시골 가정집에서 내오는 매운탕인데, 참게의 독특한 맛이 잘 배어 깊은 참게향이 우러나 진한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깔끔합니다.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는 것도 좋겠지만 푹 익어 미끈하게 넘어가는 미나리와 대파, 국물과의 조화도 괜찮고, 참게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제철은 아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얼큰한 매운탕도 복사꽃 어우러진 오십천에서의 추억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화림산가든 054-734-1077)
MC> 참게를 믹서에 갈아서 끓인 매운탕이라 아이디어가 기발한데요 또 있습니까?
윤> 예로부터 보쌈은 삶아서 뼈를 추려낸 소 또는 돼지의 머리를 보에 싸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단단하게 만든 뒤 썰어서 먹는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 음식은 냄새 없이 삶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썰고 배추 양념겉절이와 함께 쌈으로 먹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보쌈은 손님맞이 잔칫상에 오를 만큼 맛도 좋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영덕에서 안동을 넘어가는 산골짜기에 쫄깃한 식감과 담백함이 생명인 퓨전보쌈을 선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호텔경력 30년의 주인장 솜씨와 열정이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묻어 있습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장아찌를 담아내고 송이버섯 장아찌에 산초열매 장아찌 이름 모를 산나물무침에 산과 들에서 직접구한 부재료로 사용하여 일년 내 내 준비한 반찬에다 한약재가 7~8가지 들어간 한방보쌈은 기존의 보쌈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고, 아삭한 무절임 김치, 매콤 새콤한 바래보쌈김치에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를 사용한 찬들이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특히 동해바다에 멍게향이 짙어지고 맛이 들쯤 뜰아래 열무 순이 제법 웃자라면 함께 자박한 국물에 멍게 열무김치를 담아 말은 국수가 이 집 여름별미이기도 합니다.
이 집 사장님이 도시에서 고향으로 귀농하여 복숭아 농사를 짓는데 고향 특산품인 복숭아를 아낌없이 활용해 후식으로 복숭아 샤베트도 냅니다. (낙원보쌈054-732-3321)
MC> 영덕에 숨은 맛집이 제법 많군요 맛있게 먹고 영덕에서는 뭘 보고 오죠?
윤> 대게의 본고장 경북 영덕군은 매년 4월이면 분홍 봄바람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안동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를 따라 황장재 고개를 넘어 영덕군 지품면으로 들어서면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는 지품면 오십천 물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형성된 복숭아 재배 군락지 '복사꽃 마을'이 나타나 장관을 이루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영덕군이 복사꽃의 고장이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는데 지난 1950년대 후반 사라호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영덕군도 논과 밭이 폐허가 되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너진 논과 밭에 무엇을 일굴까 고민하던 끝에 유실수인 복숭아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영덕 대표 특산물에 이르게 됐습니다.
올해는 이상저온 등 날씨가 좋지 않아 평년에 비해 7일 가량이나 늦어지며 꽃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복숭아꽃은 개화시기가 짧아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가봐야 할 여행지로 도심에선 감히 상상도 못할 풍요로움을 주고 있어 매년 4월이면 관광객, 사진작가 등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복사꽃의 정취를 즐기는 봄꽃 여행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복사꽃이 아무리 예쁘지만 주의하실 것은 꽃가지 꺾어 머리에 꽂거나 꽃을 따면 안됩니다.
복사꽃 하나에 복숭아가 하나입니다.
MC> 복사꽃 아름답지요 그야말로 무릉도원 일텐데 영덕하면 바닷가도 좋지 않은가요?
윤> 지금 대한민국은 걷기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제주 올레를 비롯해 전국이 걷기로 떠들썩한데, 이른바 ‘걷기꾼’들이 생겨 전국 구석구석 찾아다닙니다.
영덕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해 트레일’ 64km의 시작은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의 강구항 한편에 있는 산등성이 마을로 올라가는 좁은 길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마치 보물찾기 하듯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어 ‘해맞이 등산로’를 비롯한 바닷가 길은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동해안 최대길이의 해변이 있는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집니다.
일명 고래불이라 불리는 이곳이 동해 트레일의 1차 종착점입니다.
이 처럼 영덕 블루로드는 A, B, C 세 구간으로 나뉘어 각 구간 마다 5시간씩 총15시간 50km에 걸친 걷기 코스로 준비돼 있으며, 해맞이공원, 풍력발전단지, 강구대게거리, 대게 원조마을, 축산항, 괴시리 전통마을 등 구간별 특색 있는 절경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여행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이색적인 코스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덕 블루로드가 초. 중. 고교 주 5일 수업제의 영향 등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여행이나 바쁜 일상을 벗어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힐링 여행 붐이 전국적으로 일면서 여행객들에게 주목받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경북지역 최고의 걷기코스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MC> 찾아가는 길도 안내 해 주시죠?
윤> 대구서 포항고속도로를 이용 영덕으로 가시면 블루로드를 걷고 지품으로 들어가 복사꽃도 보고 안동으로 돌아오시면 되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안동을 통해 영덕으로 넘어가시면 복사꽃을 먼저보고 점심 드시고 야간 달빛 벗 삼아 파도소리 들으며 사색하듯 걷는 블루로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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