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병곡횟집’에서
鄭 光 燮
경남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
강선대 지나 대하골 다다르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德裕山 精氣 껴안고
추억으로 아로쌓인 ‘병곡횟집’이 있다
살아갈수록 바람처럼 흐르는 삶
언제였던가 마음병 깊어 여기 와 변치않는 솔내 맡으며
상수리나무 귀를 뚫고 가는 뼈저린 세월의 소리 듣고
상여덤 올라 이승으로 나날이 날아오는
저승꽃 향기마저 아예 꺾고 말았다
그 뿐인가, 물의 官能에 취하고 몸 떨며
파랗게 물든 하늘 산자락 휘감고 솟구치는
그 무지개 송어회 꼭꼭 씹어먹었다
넉넉한 一味 매운탕, 後食으로 돌리며
피는 뜨거워지고, 더욱 뜨거워진 소주잔에서
실타래 같은 삶의 속내 술술 풀려나왔다
이윽고 나는 자유의 별이 되어갔다
이슬의 입술, 이슬의 눈망울이 되어갔다
잊을 수 없는 그 맛 그 멋 그 시간
나는 언제 다시 올 것인가
안개와 눈보라⦁소낙비와 폭염 속에서도
기억의 등불을 들고 날 기다릴 집
‘병곡횟집’에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날을 위해여
이 堪耐의 詩를 남긴다
카페 게시글
한국현대시 7호
‘병곡횟집’에서/ 정광섭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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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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