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멕시코 역사의 대서사시 민속공연
천연 동굴 앞에 멋지게 조성된 야외 공연장에서는 멕시코 각 지역의 민속무용 공연도 볼 수 있었는데 저녁 6시가 되자 관광객들은 모두 실내 공연장으로 몰려든다.
공연장으로 가는 10여 m 좁은 도로 양편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장의 마야 원주민들이 서 있다.
무시무시한 차림의 토인들이 밀림 가운데, 혹은 돌을 쌓은 벽 위나 옆에 무기를 들고 괴상한 몸짓으로 한껏 고대 마야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관광객들은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엄청나게 큰 실내 공연장은 볼 경기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관람석을 배치한 형태인데 제일 처음에는 고대 마야인들의 볼 경기를 재연하였다. 엄청난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경기를 알리는 뿔고둥 소리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곧이어 경기장 가운데로 양편 선수들이 입장하여 간단한 의식을 치른 다음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에는 배구공 크기의 공이 사용되는데 손이나 발을 사용하면 안 되고 오직 엉덩이나 허리, 혹은 팔꿈치로 공을 쳐서 높은 링을 통과시키는 형식이었다.
마야인들은 이 경기에 열광하였다고 하는데 이긴 팀 주장의 심장을 꺼내 태양신께 바쳤고 이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다고 하니 무시무시하고도 재미있다.
다음은 바짝 마른 코코넛 껍질로 보이는 볼에 불을 붙여 막대기로 치는 하키와 비슷한 경기였는데 너무 세게 쳐서 불이 꺼지면 곧바로 불이 붙은 다른 공이 투입된다.
멕시코 역사를 보여주는 화려한 공연 / 문어 행진 / 마야 원시인의 볼 경기
경기 시연(試演)이 끝나면 멕시코 각 지역의 민속무용을 공연이 있는데 베라크루즈(Veracruz), 푸에블라(Puebla) 등 멕시코 7~8개 지역의 고유 민속무용으로 화려한 복장과 음악, 독특한 구성 등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1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20분 정도 휴식시간이 지난 후, 다음 공연이 시작되는데 두 번째 공연은 멕시코 역사를 극화하여 보여주는 일종의 대서사시(大敍事詩)라고 하겠다.
원시 마야인들의 소박하고 평화스러운 삶의 모습과 피라미드와 신전 건축 및 제사 드리는 장면, 곧이어 스페인의 침공이 시작되는데 말을 탄 군인들의 입장하는데 그 뒤에 무리지어 천주교 신부(神父)들과 수사(修士)들이 따른다.
마야인들은 말을 타고 정복하러 온 코르테즈(Cortez)를 자신들을 구원하러 오는 깃털 달린 성스러운 뱀 신(Quetzalcoatl)으로 오인하여 환영하고, 정복자들은 피라미드와 신전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성당을 세우고....
스페인과의 멕시코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독립과 멕시코 혁명까지 멕시코 역사의 모든 것을 극화(劇化)하여 보여주었는데 화려한 복장과 조명, 스페인 음악과 멕시코 음악의 멋들어진 조화(調和) 등으로 2시간 공연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3> 어글리 코리언(Ugly Korean)
여기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한국인의 오만한 모습이랄까, 추한 모습.....
50대 중반의 남성이 딸과 멕시코인 사위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왔는데 행동이 안하무인이다.
추리닝 복장에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인데 나에게 큰 목소리로 말을 걸며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신발을 벗고 더러운 발을 앞사람 의자 위에다 올려놓기도 하고 또 함부로 바닥에다가 침을 퉤 뱉기도 한다. 딸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사래를 쳐도 눈도 깜빡하지 않고 거드름을 피운다.
꼬락서니가 멕시코에서 사업을 하는 모양으로 돈깨나 있다는 모양인데..... 전형적인 어글리 코리안이다.
관람을 끝내고 돌아오며 일일관광비 99달러(10만 원)가 전연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멋진 야외 뷔페에서 먹는 푸짐한 해산물 요리도 4~5만원, 저녁에 관람한 두 시간짜리 공연만도 10만 원 가치는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 안하무인 시건방진 <한국인 아저씨>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즐거웠을 껄....
<4> 국제 미아가 될 뻔했던 귀향길
칸쿤(Cancun)에서 3주간의 멕시코 배낭여행을 마치고 귀향길에 올랐는데...
칸쿤의 푸에르토(Puerto) 국제공항에서 국내항공 멕시카나 항공(Mexicana)으로 멕시코시티로 온 다음 미국 비행기 유나이티드 에어(United Air)로 갈아타고 미국 휴스턴으로, 휴스턴에서 다시 미국 국내항공편으로 텍사스 휴스턴으로 가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러벅(Lubbock)으로 가야 한다.
첫 비행인 칸쿤에서 멕시카나 항공이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모든 비행 스케줄이 뒤엉키고 말았다.
결국, 멕시코시티 후아레스공항(Benito Juarez Airport)에서 미국 휴스턴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창구에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담당 직원이 컴퓨터로 한참을 뒤진 후 다음 편 비행기 표로 바꾸어 준다. 다행히 러벅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겠다. 휴스턴(Houston)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여 서둘러야 했는데 멕시코에서 온 탓인지 입국심사가 시간이 걸려 애를 태웠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뜀박질을 하여 간신히 러벅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긴장했던 탓인가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한참 졸다 눈을 떠보니 모두 저녁 식사를 끝내고 빈 그릇을 치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배가 고파 기내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차마 음식을 달라고 할 수가 없어 겨우 음료수를 한잔 부탁하여 고픈 배를 달랬다. 그리고 다시 끄덕끄덕....
잠결에 무슨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 모양인데 시계를 보니 밤 11시 30분으로 거의 정시에 도착한 모양이다.
딸이 마중 나와서 기다릴까 걱정되어 앞장서서 서두르는데 사람들이 엉뚱한 곳으로 몰려가며 웅성거리고 줄을 서는 모습이 보여 좀 의아하긴 했지만 기다리는 딸을 생각하고 서둘러 바깥으로 나왔는데 도무지 건물들이 낯설고, 사람들도 별로 없다. 이리저리 돌아봐도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썰렁하고 도무지 감을 못 잡겠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히스패닉계 직원에게 물었더니 여기는 러벅이 아니란다.
헉... 그럼 내가 비행기를 잘못 탔나? 그럼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여기는 휴스턴이다. 내가 방금 휴스턴에서 떠나왔는데 말이 되냐?
기내 방송도 못 들었냐?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중간에 되돌아 왔다.
제기럴... 내가 졸고 있는 동안에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냐?
비행기 표는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로 바꾸어 주는데 항공사 과실이 아니고 천재지변이므로 호텔은 안내해 주겠는데 숙박비는 네가 내야 한다. 공항 내에 하이야트 호텔이 있는데 트램을 타고 가면된다....
러벅(Lubbock)으로 전화해서 기다리는 딸에게 내일 간다고 이르고는 가르쳐 준대로 하이야트 호텔에 갔더니 1박에 258달러란다. 기가 막힌다. 12시가 넘었는데 30만원이나 주고 자야 하다니... 말도 안하고 뒤돌아섰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100달러에 자겠냐고... 세금(Tax) 포함이냐, 별도냐? 세금 별도인데 조금 기다려라 계산해 보겠다.
됐네요! 내가 칸쿤에서 9달러를 주고 잤는데 100달러에 세금까지 낼 것 같으냐?(혼잣말)
이리하여 공항 터미널로 돌아와 딱딱한 의자에서 쪼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하룻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가까스로 러벅 딸네 집으로 돌아왔다는 짜증 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