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쇼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가 다음날 인터넷에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는 세상이다 보니 TV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조차 어렵다. 이런 문화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유아 TV 시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화목한 가정을 위해 단호히 TV를 끊는 방법을 알아보자.
대한민국은 TV공화국이다 얼마 전 발표된 ‘2007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여가활동은 ‘TV·DVD 시청’이다. 주5일제 실시로 여가 시간이 늘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TV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TV 시청만큼 만만하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오락거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엄마는 아침부터 주말까지 드라마, 아빠는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중계,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이 하루 종일 나오는 케이블 채널….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달라도 온 가족이 모두 TV 앞에 앉아 있다는 점이다. TV를 틀어놓으면 식구들이 그 앞에 나란히 앉아 있긴 해도 도무지 마주보고 앉아 얘기할 틈이 안 생긴다. 동상이몽이란 이런 상황이 아닐까. ‘나는 괜찮지만 아이가 TV에 빠지는 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부모가 거실 TV 앞에 앉아 있는데 알아서 제 방에 들어가는 아이는 거의 없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TV 속으로 빠트리는 셈이다. 부모의 편의를 위해 TV 앞으로 아이를 모는 경우도 많다. 아주 잠깐은 육아의 해방감을 맛보겠지만 그로 인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할 것. TV를 통해 시사에 관심을 갖고, 상식을 늘리고, 간접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논리는 TV중독이 아이들과 우리 가정에 미치는 악영향에 비하면 아주 빈약한 구실일 뿐이다.
TV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소아과학회에는 ‘만 2세 미만의 아이에겐 아예 TV를 보여주지 말 것’을 권고한다. 신체는 물론 두뇌나 정서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어린아이가 TV에 몰두해서 좋은 점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TV 시청이 유아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1 언어·읽기 능력의 저하 만 3세면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대뇌가 어른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한다. 즉, 2~3세는 다른 사람과 상호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시기다. 화면 속에서 떠드는 소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경험은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유아 때부터 TV 노출이 잦은 아이들은 학업성적, 특히 언어와 읽기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 상상력 부재 지나친 TV 시청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빼앗는다. 무엇을 계획하고 결정내리는 능력이 발달하기 힘들고, 상상력 발휘는 더더욱 어렵다. 그 밖에도 TV와 현실 세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TV보다 덜 자극적인 놀이나 활동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3 나쁜 생활습관 들이는 지름길 소비를 부추기는 TV광고는 아이들의 습관에 영향을 끼친다. 과자나 장난감 광고를 보면 ‘이거 사줘, 저거 사줘’ 요구가 빈번해지고,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떼를 쓴다. TV를 보면서 음식을 먹는 습관은 아이를 비만으로 이끄는 지름길. 눈은 TV에 쏠려 있고, 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르는 채 계속 입에 넣기만 하니 과식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으로 TV는 아이들이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시간을 빼앗는다.
4 대인관계와 사회성의 문제 아이는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성을 배운다. 이 시기에 TV나 비디오 같은 강력한 시청각 매체에 몰두하면 그만큼 사회성을 키울 기회가 줄어든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TV는 이런 기회를 빼앗기고, 타인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관점만 고집하기 때문에 사회성 발달이 더딘 것이다. 또 TV나 비디오 시청을 많이 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에만 관심이 많다.
TV 일주일만 끊어보기 아이 있는 집일수록 더 치명적인 TV중독. 엄마 아빠가 TV를 보고 있으면 슬며시 옆에 앉는 아이를 제지하기 어렵고, 방송사의 편성 자체가 단 한 프로그램만 보고 TV를 끄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거실에서 아예 TV를 치워버리는 게 어떨까?
1 ‘TV를 끄고 난 후’를 생각해본다.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TV를 보지 말자!’고 말하면 아이들의 충격은 심할 수밖에 없다.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 적어도 TV를 끄기 일주일 전부터 아이와 함께 ‘과연 TV를 끄면 어떻게 될까?’,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2 일주일 계획표를 만든다 아무 준비 없이 TV를 끄면 뭘 해야 할지 몰라 슬그머니 TV를 켤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 동안 아이와 즐길 놀이거리, 해야 할 일을 정리해 계획표를 만들면 훨씬 도움이 된다.
3 선언문을 쓰고, TV 코드를 뽑는다 ‘아빠, 엄마, 채원이는 약속한 일주일 동안 절대 TV를 보지 않겠습니다’라고 쓰고 각각 사인한 후 온 가족이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선언문을 TV 브라운관에 붙이고 코드를 뽑으면 리모컨으로 가려는 손을 멈추기 쉽다. TV를 보자기로 싸서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방법..
4 TV 안 보기 일지를 쓴다 TV를 안 보고 가족이 함께 한 일을 기록으로 남기자. 가족이 했던 활동을 사진으로 찍고, 어떤 일을 했으며 느낌이 어땠는지 적는 일은 TV안보기를 분발할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TV를 끄고 무엇을 할까? TV를 끊었을 때 가장 난감한 문제는 TV를 시청했던 기존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정적만 흐르는 집 안에서는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그야말로 공중에 ‘붕’ 뜬 느낌이 든다. 매년 5월, ‘TV 안 보기 주간’을 정해 원생과 부모들의 TV 끄기를 독려하는 숙명여대 부속유아원의 안지혜 원감은 다음 활동을 제안한다. ●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 주말에는 공연이나 전시회, 이벤트 등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 ●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 만들기, 그리기 등 아이와 놀이거리를 찾는다. ● 바둑, 체스, 수영, 등산 등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든다. ● 동네 보육시설이나 양로원을 찾아 봉사 활동을 한다. ● 아이들과 요리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돕게 한다. ●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평소 관심 있는 강좌를 듣는다. ● 일기나 편지를 쓴다. ● 잡지나 신문을 스크랩하거나 앨범을 정리한다.
아이의 TV 시청은 앞으로 이렇게… 일주일 동안 성공적으로 ‘TV 끊기’ 를 해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 반드시 실천해야 할 유아 TV 시청의 가이드라인. 아이와 같이 볼 것 아이 혼자 TV 앞에 내버려두는 일은 없도록 한다. 아이와 함께 TV를 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자. 아이와 ‘대화’하며 TV를 시청하는 것이 좋다. 유아 대상 프로그램만 보여줄 것 유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TV프로그램으로 시청을 엄격히 통제하고,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정보 전달’, ‘교육 효과’, ‘비폭력’의 조건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인지를 모니터링한다. 만 2세 이상 아이들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시간을 제한하고, 그 미만인 아이에게는 TV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리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도 연속 시청은 금물. 아이가 꼭 보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준 후 곧장 TV를 끈다. 아이 방에 TV를 두지 말 것 아이 방에 TV를 두는 것은 아이에게 TV 시청에 관한 모든 선택권을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가 내킬때 TV를 켤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안된다. TV 앞에서는 식사 금지 TV 앞에서는 간식이나 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자각할 수 없어 비만이 되기 쉽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밥은 ‘식탁’에서만 먹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