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욜오후..비가옵니다.
예사롭지 않은 낮게 드리운 진회색 구름.
핸폰에선 찌르르륵~ 진동으로 제주 영농에서 기상특보가 수시로 날라옵니다.
[대설주의보발표: 2013년 11월18일 15시00분 제주도산간]
이론이론..
한술더떠서 [강풍주의보 발표" 2013년 11월18일 19시00분]
화욜날엔 산에 가야하는디..눈산행 신날거라 생각했는데 강풍주의보까지 발표되는걸 보니 산행은 일찌감치 그른것 같지만 올해 첫 눈꽃산행에 가슴 설레면 잠을 청해 봅니다.
화욜아침 06시00
띠리리링~~~
"성판악 관리사무소입니다."
"오늘 산행 가능한가요?"
"진달래밭 정상 산행 통제입니다"
미련을 못버리고~~
제주동부경찰청으로..역쉬..
"5.16도로 1100도로 소형차량 통행 금지입니다"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5.16 통행가능, 1100도로 소형차량 체인통행가능으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겨울이 되면 한라산을 내가 가고 싶은날 간다는것 자체가 어려워 진답니다.
화욜날을 아쉬워하며 보내고
게스트와 함께 산행하기로한 목욜만 눈빠져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목욜아침
한라산을 향해 출발하는 아침..간만에 깨끗하게 보이는 한라산.
기분 째~집니다.^^
제주스럽게~
한라산팩소주와 삼다수 한병 들고 고고씽~~~
성판악 입구
여느날과 다름 없이 하이파이브로 발걸음 시작되는 산행길..
월요일 대설주의보가 내렸던 흔적이 초입부터 가득하기만 합니다.
2013년 첫 눈산행 확실한데..한편으로는 상고대도 못보고 눈쌓인 한라산에 오르게 되어 살짝 아쉽네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데크입구에 애교스럽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일까?
산을 좋아하는 맘 좋은 산악딘들의 애교일까?
그 누구이어도..복받을껴어어~~~
시작은 좋았는디..뒤쳐지기 시작하는 울 게스트들입니다.
에구구궁 힘들어라.
천천히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한주한주 몸으로 경험하고 있답니다.
천천히의 벌속에서 다리는 아작나고 산행의 끝에 남는건 허벅지 종아리에 맛난 알이네요 ㅋㅋㅋ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뒤로 하얀 구름들이 저를 만나고 싶은지 빠르게 올라 오고
하얀 설산이 좋아서 끊이지 않는 웃음을 실실실~ 날리는 저..
산에만 오면 이케 좋은걸 보면 불치병이 확실한것 같아요.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 살아백년 죽어백년이라는 구상나무 군락지..
하얀 눈이불을 소복하게 덮고 "나, 여기 있어요~"
알려주고 싶은지 삐죽빼죽 잎사귀 내민 모습이 앙증맞기만 합니다.
제주의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의 한국 특산종인데 멸종 위기에 놓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합니다.
한라산의 대표적 수종으로 기후 변화를 알려주는 구상나무의 19%가 고사했고 고사목의 35%가 서있는 모습 그대로 죽은 것으로 온난화의 영향으로 죽었다고 추정할 수 있답니다.
지구온난화가 한라산 구상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는 현실..무언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뎌 백록담이 보이고..
오를수록 뚝뚝 떨어지는 온도와 바람이 실감납니다.
찬온도에 바람이 만들어 낸 깃발 상고대 ㅋㅋ
좀 더 지나 눈이 많이 오면 저 계단과 줄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저 빨간 깃발에 의존해 걷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한라산 겨울산행은 공중부양 한다는 것을 정작 걷고 있는 본인들은 의식하지 못한채..산행을 끝낸답니다.
걷던 길 뒤돌아 보니..저뒤로 사라오름의 산정호수가 아스라히 보입니다.
1950m 한라산 정상에 섭니다.
눈은 백록담안에도 쌓여 가고 있습니다.
먼저 올라 오들오들 떨면서 한참을 기다려 나타난 게스트들과 인증샷도 한컷 찍어보고^^
요기서부터 게스트들에게 주차장서 5시까지만 기다리겠단 말을 남기고 혼자 내빼버렸습니다.
혼자 하던 산행에 익숙해 함께 하는 산행이 힘든데..오늘처럼 보폭까지 맞지 않는날은 더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게스트들을 버려 버렸습니다.
어쩔까나.. 버려지기 싫음 조금만 더 빠른 산행 부탁함돠^^
하지만~~~게스트들을 버린것은 무릅꿇고 손들고 후회했습니당~~ 믿거나 말거나..
백록담 난간에 바람과 찬기운이 만들어낸 길고 긴 상고대같은 고드름~
내려오면서 빼놓을 수 없는 진달래 대피소의 사발면..
이 사발면을 먹기위해 빠트리지 않는 밥과 김치.
한라산에서 최고의 만찬이되는 이 밥을 먹으러 한라산에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산길..사라오름 전망대로 향해봅니다.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눈으로 덮여 있고 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 눈 아래 물이 있겠지만 출입금지~벌금30만원의 안내판이 살벌해서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ㅋㅋㅋ 소심하기는~ 소심해도 꼭 지킬건 지켜다 이 멋찐 제 애인을 오랜시간 많은이들에게 자랑질할수 있다는 맘으로 소심해져 봅니다.
백록담도 사알짜기 보여주고..
남원부터 지귀도, 섶섬, 제지기오름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까마귀들도 유희를 즐기는 따사라온 햇살 속 풍성한 사라오름 전망대 위~
성판악에서 성판악까지..
그 길위에 한라산 속살까지 모두모두 들여다 보고 내려서는 길에는
오를때 뽀드득뽀드득 밟히던 눈들이 따스한 햇살에 녹아 질퍽거렸지만
그 질퍽거림까지도 즐거웠답니다.
아직도 완전해지지 않아 내게 아픔을 주는 발을 혹사시키며
내 대뇌까지도 아파아파 비명지르지만,
일주일에 한번..이 하루가 내겐 산소같은 하루임을 부정할 수가 없답니다.
아직까지는..그 무엇을 해도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길위의 삶을 열병처럼 앓고 있지만
불치병같은 산을 향한 갈구함이 곧추서 있게 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걸 보면 불치병과 함께 평생 살다 가야하는 것이 제 삶인가 봅니다. ㅋㄷㅋㄷ
헛소린 요까지^^
담주 화욜엔 게하에 중요한 일로 정기산행을 다른날로 미루고..
더 많은 눈을 담아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