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았던 화순 적벽투어를 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저물어가는 늦가을 문턱에서 마지막 단풍여행을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 가을소풍 때 선운사에서 단풍구경을 실컷 하였지만 제 집사람과 단 둘이서는 아직 단풍구경을 못했거든요.
실은 제 집식구가 아직 단풍구경을 못했을까봐 구경시켜 주고 싶었던 거지요.
행선지는 무등산 너머 안양산 휴양림 주변으로 정했습니다.
화순읍 수만리 너머 안양산 휴양림을 지나 화순군 이서면 쪽으로 드라이브 단풍여행을 즐길 계획이었습니다.
가다가 어디쯤 좋은 곳이 있으면 점심도 먹고 시간이 허락하면 화순온천에서 온천욕도 즐기고
더 시간이 허락되면 화순 이서 쪽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선배 집짓는 현장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목적지도 불분명한 단풍여행을 떠난 것이죠.
화순읍 수만리를 지나 안양산 쪽으로 가는 길은 꾸불꾸불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었지만
길가와 산등성이에 아직도 불타고 있는 가을의 끝자락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산골짜기에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마을이며
마을 가운데에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은행나무 풍경은 우리의 가을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차를 멈춘 곳은 이서면 소재지,
얼마 전 선배 집 상량식 때 와본 적이 있는 누룩으로 빵을 만든다는 ‘시골빵집’에 들렀습니다.
약간 허기가 졌거든요. 오후 1시가 다 되어갔으니까요.
실내 홀도 갖추어 있지 않은 조그마한 말 그대로 시골빵집 겸 카페인데 많은 사람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이 적벽투어 버스 정거장이었습니다.
동복댐이 막아진 이후 30년 만에 개방이 된 적벽은
일주일에 3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인터넷 예약 후 투어버스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데
바로 이서면 시골빵집 앞이 정류장인 것이었지요.
투어버스는 하루에 세 번 금호리조트에서 출발하여 그곳 이서정류장을 거쳐 적벽으로 향하는데
우리가 시골빵집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던 것은
오후 1시에 금호리조트를 출발하여 1시 10분에 이서정류장에 도착하는 두 번째 투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투어버스는 1일 3회 운영하는데 1회에 32인승 버스 4대가 동시에 이동을 합니다.
그러니까 1회에 128명씩 하루에 3회 484명 적벽투어를 하는 것이죠.
당연히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하기가 쉽지가 않다네요.
보통 2주 전에 예약이 끝나버린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막무가내로 1시 10분 적벽투어버스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184명 예약자 중에 참가하지 못한 여행객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본 것입니다.
20분만 기다리면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또 만약 빈자리가 없으면 화순온천으로 이동하여 온천욕을 즐기면 되니까요.
투어 중 점심식사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누룩빵도 넉넉히 샀습니다.
1시 10분이 되니까 4대의 버스가 대열을 지어 하나씩 하나씩 도착하였습니다.
우리는 차가 정류장에 닿으면 예약 투어객들 뒤로 바짝 서서 그들이 다 타고 나면 차량안내양에게 혹시 빈자리가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1,2,3호차가 지나갔습니다. 마지막 4호차에 우리의 행운의 자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안내양에게 10,000(1인당 투어비 5,000원)을 주고 우리는 차에 올랐습니다.
차안에는 5·6석의 자리가 더 남아 있었습니다. 지독한 행운이죠.
생각지도 않은 것이 의외의 행운을 가져다 주 듯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떠난 여행이 우리에게 뜻밖의 행운을 갖다 준 것입니다.
이서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우리보다 먼저 오른 한 중년의 부부가 우리가 들어가니
“참 운이 좋네요. 대게 인터넷에서는 2주전에 예약이 끝나버리니까 예약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라고 말을 건너대요.
저는 그 말이 꼭 좋게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약아빠진 놈! 남은 죽어라고 고생해도 안되는데 너는 그냥 쉽게 주워 먹어? 그런 소리로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첫댓글 요즘 원장님 글이 안올라온다했는데 이런 좋은데를 가셔서 짠하고 올리셨네요 ㅎ
진짜 진짜 좋아보이네요
두분도 잘어울리시구요 ㅋ